북미산 부품 비중 확대·미국산 50% 요구 추진…중국산 배제 노려
멕시코 생산기지 활용하는 한국 자동차업계도 촉각
멕시코 생산기지 활용하는 한국 자동차업계도 촉각
이미지 확대보기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멕시코와의 무역협상에서 자동차에 사용되는 중국산 부품을 줄이고 미국산 부품 비중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6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복수의 협상 관계자들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완성차가 무관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전자부품을 포함한 더 많은 자동차 부품을 북미 지역에서 조달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는 중국산 부품을 수입하면서도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따른 무관세 혜택을 받는 것을 어렵게 만들기 위한 조치다. USMCA는 미국·멕시코·캐나다에서 생산된 차량과 부품에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무역협정이다.
이번 협상은 세 나라가 USMCA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내달 1일 시한을 앞두고 진행되고 있다. 다만 협상 관계자들은 수개월 내 최종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지난달 미국과 멕시코 관리들은 멕시코시티에서 회담을 진행했으며 양국은 올여름 내내 추가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캐나다와의 공식 협상은 아직 시작되지 않은 상태다.
협상이 장기화할 경우 멕시코와 캐나다의 투자 부진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미국 기업 관계자는 협상이 7월 1일 이후까지 길어질 경우 '중간 합의'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자동차 산업 공급망 대수술 예고
미국은 자동차 부품 가운데 더 많은 품목을 '핵심 부품' 범주에 포함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핵심 부품으로 지정되면 차량에 사용되는 부품의 상당 부분을 북미 지역에서 생산해야 한다.
여기에다 차량 한 대당 미국산 부품 비중을 최대 50%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방안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요구가 수용될 경우 연간 약 1500만대를 생산하는 북미 자동차 산업의 공급망 구조가 크게 바뀔 수 있다.
다만 협상 관계자 가운데 한 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 당시 USMCA 협상 과정에서도 비슷한 요구를 했지만 최종 합의안에는 반영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협상 내용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고 멕시코 정부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 중국 견제 강화하는 미국
멕시코는 미국의 대중국 관세정책 이후 가장 큰 수혜국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2023년에는 미국의 최대 교역국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미국 의회와 통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멕시코가 중국 기업들의 '우회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멕시코를 통해 미국 시장에 접근하면서 미국의 대중 무역규제를 사실상 우회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멕시코 정부도 중국산 자동차를 비롯한 일부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투자 심사 제도를 도입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 문제를 안보 문제와도 연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에게 마약 카르텔 단속 강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미국 군대가 멕시코 영토에서 직접 작전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반복적으로 요청해왔다고 FT는 전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그동안 신중한 대응으로 트럼프 행정부와의 갈등을 관리해왔지만, 최근 미국 검찰이 집권 여당 소속 정치인들을 기소한 이후 보다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 USMCA 미래 불확실성 확대
북미 경제는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발효 이후 긴밀하게 통합됐다.
특히 자동차 산업은 부품이 국경을 여러 차례 넘나드는 대표적인 공급망 체계로 발전했다.
그러나 미국 제조업 일자리 감소가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기존 체계에 대한 비판도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 USMCA 재협상을 통해 노동 규정과 역내 생산 비율 규정을 강화했지만 최근에는 협정을 아예 종료할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멕시코 투자자들은 USMCA가 투자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제공하는 핵심 제도라고 평가하고 있다.
다수의 통상 전문가들은 과거와 같은 완전한 무관세 체제로 복귀할 가능성은 낮으며 멕시코와 캐나다가 미국과의 거래에서 일정 수준의 새로운 제약을 수용해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한국 자동차업계도 촉각
한국 자동차 업계도 이번 협상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을 빠르게 늘리고 있지만 다수의 국내 부품업체는 여전히 멕시코를 북미 공급망의 핵심 생산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만약 미국이 북미산 부품 비중을 80% 이상으로 높이고 미국산 비중 50% 요건까지 도입할 경우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수출하는 기존 공급망 전략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반면에 미국 현지 공장과 생산설비를 확보한 국내 완성차·부품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