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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째 호르무즈 봉쇄에도 유가 100달러 밑…시장 버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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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째 호르무즈 봉쇄에도 유가 100달러 밑…시장 버틴 이유

미국 증산·중국 수요 급감·대체 수송망 가동…"진짜 위기는 비축유 바닥나는 하반기" 경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에도 미국 증산과 중국 수요 둔화, 대체 수송망 덕분에 국제유가가 예상보다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챗GPT이미지 확대보기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에도 미국 증산과 중국 수요 둔화, 대체 수송망 덕분에 국제유가가 예상보다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챗GPT


세계 원유시장이 현대사 최대 공급 충격 가운데 하나를 겪고 있음에도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약 15만5900원)를 밑돌고 있다고 포춘이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수십년 동안 업계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200달러(약 31만1800원)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졌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해협이 사실상 막힌 지 3개월이 지났음에도 유가는 시장의 예상만큼 폭등하지 않고 있다.
포춘에 따르면 업계에서는 이를 미국의 기록적인 원유 수출 확대와 중국의 수요 둔화, 우회 수송망 가동 등이 공급 충격을 상당 부분 흡수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 5일 "많은 사람이 유가가 배럴당 300달러(46만7700원)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재는 96달러(약 14만9700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중국 수요 감소가 예상 밖 변수

이번 사태에서 가장 큰 변수 가운데 하나는 중국이다.

원유 최대 수입국인 중국은 지난달 원유 수입량을 지난해 평균 대비 약 40% 줄였다.
시장조사업체 보텍사는 이 감소분만으로도 전쟁으로 사라진 중동산 원유 공급량의 20~30% 이상을 상쇄하는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의 원유 수요 감소는 전략비축유 축적 속도 둔화와 전기차 보급 확대, 석탄 기반 화학원료 사용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는 중국의 원유 수입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시점이 향후 유가 방향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워런 패터슨 ING 상품전략 책임자는 "중국의 수요 감소가 국제유가 상승을 억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미국이 최대 공급 조절자로 부상

셰일혁명 이후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성장한 미국도 시장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의 지난달 원유·석유제품 수출은 지난해 평균보다 하루 200만배럴 이상 증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략비축유(SPR) 1억7200만배럴 방출 계획도 발표했다.

현재까지 방출된 물량 가운데 상당수는 유럽 등 해외 시장으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산 원유 일부에 대한 제재 완화도 공급 부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줬다.

그 결과 인도는 지난달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하루 평균 176만배럴 수준까지 늘렸다. 이는 전쟁 초기였던 지난 2월보다 63% 증가한 규모다.

◇대체 수송망이 공급 공백 메워

중동 산유국들도 우회 수출 경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동서 송유관을 통해 홍해 방향으로 원유 수송을 확대했고, 아랍에미리트(UAE)는 걸프만 밖 푸자이라 항구를 활용해 수출을 이어가고 있다.

위험을 감수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도 일부 존재한다.

전쟁 전 하루 약 100척 수준이던 통과 선박은 현재 하루 2~3척 수준으로 감소했지만 완전히 중단되지는 않은 상태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군 지원 아래 최근 두 달 동안 약 1000척의 상선이 해협을 드나들었다는 미군 관계자 발언도 소개했다.

◇시장 완충장치 고갈 우려

다만 시장에서는 현재의 안정세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는 경고도 나온다.

미국 원유 재고는 최근 20여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감소했다.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연료 재고도 빠르게 줄고 있다.

세계 최대 원자재 트레이더 가운데 하나인 비톨의 톰 베이커 바레인 법인 대표는 "평화협정이 곧 체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시장을 지탱하고 있다"며 "하지만 공급 공백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고 분석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핌코의 그레그 샤레노우 상품투자 책임자도 "매주 7000만~8000만배럴씩 시장 완충장치가 줄어들고 있다"며 "몇 달 뒤에는 시장 유연성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경제에도 중요한 변수

한국은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호르무즈 해협 상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현재는 미국 증산과 중국 수요 둔화 덕분에 국제유가가 비교적 안정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공급 차질이 장기화되거나 중국 수요가 회복될 경우 유가가 다시 급등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향후 미국과 이란의 평화협상 진전 여부와 중국의 원유 수입 회복 속도가 국제유가와 국내 물가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