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관세·AI 수요 '3중 압력' 전이…미 5월 물가 4.3% 폭등 전망에 추가 인상론 대두
한미 금리 차 장기화 비상…반도체 호황 속 내수 부진 양극화, 투자자 분할 매수 전략 유효
한미 금리 차 장기화 비상…반도체 호황 속 내수 부진 양극화, 투자자 분할 매수 전략 유효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 판단이 도마 위에 올랐다. 배런스(Barron's)는 8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에너지 가격 급등과 관세 부담이 겹치면서 인플레이션이 다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FactSet)이 집계한 경제학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노동통계국이 오는 10일 발표할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전망치는 4.3%로 지난 4월의 3.8%를 크게 웃돌 것으로 보인다. 정책 입안자들이 실책을 반복한다면 실질 소득 감소와 경기 침체라는 가혹한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공급망 뒤흔드는 '3중 압력'…유가·관세·AI 수요의 전이 메커니즘
최근 물가 상승을 견인한 공급발 인플레이션 압력은 단순한 수치 상승을 넘어 확고한 전이 경로를 따라 경제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둘째, 미국의 추가 대중 관세(Section 301 확대) 조치는 수입 중간재 가격을 직접 밀어 올려 제조업 PPI 상승을 유도하고, 결과적으로 소비자 가격에 전가되는 악순환을 낳았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이번 관세 인상이 소비자 물가를 0.5%포인트 이상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셋째, 고성능 인공지능(AI) 개발 열풍은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의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을 유발했다. 이는 빅테크 등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자(CSP)들의 서버 인프라 설비투자(CAPEX) 부담을 키워 정보기술(IT) 서비스 물가 압력으로 고스란히 이어지는 중이다.
"기대 인플레이션 안정이 위안 안 돼"…중립금리 상향 속 매파 격앙
시장의 더 큰 우려는 연준의 안일한 상황 인식에 있다. 현재 뉴욕연준이 집계한 5년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3.0%로 비교적 안정적이다. 그러나 최근 브루킹스 연구소가 발표한 논문에서 전문가들은 파월 체제 초기의 정책 대응 실패를 거론하며, 기대 인플레이션이 통제되더라도 물가 상승 그 자체가 경제를 좀먹는다고 지적했다. 연준이 금리 인상 타이밍을 실기했던 지난 2022년 3월 당시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은 3%에 불과했다. 그러나 당시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9%까지 폭등한 전례가 있다.
최근 연준 내 매파 성향 위원들의 발언이 잇따르며 FOMC 전반의 긴축 기조가 강화되는 분위기다. 시장은 명목 기준금리에서 기대 인플레이션을 뺀 실질금리 수준이 여전히 높은데도 물가가 잡히지 않자, 점도표상 중립금리(경기를 과열시키지도 위축시키지도 않는 금리 수준) 자체를 상향해야 한다는 논의에 주목한다. 에너지·공급망·AI 투자 확대 등 구조적 물가 압력이 지속되면서 기존 중립금리 수준으로는 인플레이션을 제어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프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준 총재는 인플레이션을 '경제 도둑'으로 규정하며 적극적 대응을 주문했고, 베스 해먹 클리블랜드 연준 총재와 로리 로간 댈러스 연준 총재 등도 2% 물가 목표 달성을 위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연준은 오는 16일 열리는 FOMC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3.50%~3.75%로 동결할 확률이 높지만, 긴축 가이드라인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미 금리 인하 지연 속 고환율·고물가 이중고…내수 다지기 처방 시급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지연 움직임은 한국 경제의 경기 둔화와 비용 인상 압력을 가중하는 요인이다. 미국 통화정책 기조가 매파로 기울면서 달러 강세 기조가 굳어지고 있으며, 이는 국내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핵심 요인이다. 고환율은 수입 물가를 자극해 지난 5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1%까지 가파르게 밀어 올렸다. 환율 상승이 수입 에너지와 원자재 단가를 높여 전기·가스요금 및 장바구니 물가를 직접 타격하는 모양새다.
국내 경제는 현재 '반도체 호황 대 내수 부진'이라는 극심한 업종별 양극화에 직면해 있다. HBM을 필두로 한 반도체 수출은 독주하고 있으나, 미 금리 인하 지연으로 국내 고금리 상태가 장기화하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대출 원리금 연체율이 치솟고 민간 소비와 부동산 투자는 얼어붙었다. 수출 지표와 민간 체감경기가 따로 노는 이유다.
다만 에너지와 환율발 물가 상승이 주된 요인인 만큼, 금리 정책만으로 대응할 경우 내수 위축이 심화될 수 있어 재정·공급 측면의 보완 정책 병행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금융당국은 환율 급변동에 따른 자본 유출입 감시 체계를 촘촘히 다지는 동시에, 한계기업 관리와 취약계층 중심의 맞춤형 금융 대응책을 선제적으로 실행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시나리오별 대응과 눈여겨볼 지표
국내 투자자와 기업들은 미 연준의 금리 동결 기조 속에 숨은 매파적 경고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향후 자산 시장의 방향성을 가늠하기 위한 실전 투자 행동 지침은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 5월 CPI의 4.3%선 상회 여부를 확인하고 성장주 비중을 조절한다. 이 수치를 웃돌면 연준의 추가 인상 압박으로 대형 기술주 등 성장주의 변동성이 커지므로 단기적으로 현금 비중을 높이되,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는 조정 시 분할 매수 전략을 병행하고 배당주·에너지 섹터 비중을 확대하는 대응이 유효하다.
둘째, ISM 제조업 가격지수 상승에 따른 마진 압박 업종을 회피한다. 원자재 비용 상승을 소비자에게 즉각 전가하기 어려운 유통·소비재 업종은 수익성 악화 직격탄을 맞을 수 있으므로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
셋째, 국제 유가와 호르무즈 해협의 물류 동향을 보고 정유·항공주를 차별화한다. 유가 고공행진이 지속되면 정유·에너지 업종은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반면, 유류비 부담이 급증하는 항공·화학 업종은 철저히 비중을 축소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미국의 고물가 압력이 수입 물가를 통해 국내로 전이되면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타이밍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고금리·고유가 장기화에 대비한 자산 배분 전략이 시급하다. 인플레이션이라는 도둑이 문 앞에 와 있는 지금, 연준의 실책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보수적인 시장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