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韓-EU 안보 밀월 격상…220兆 유럽 방산 기금 장벽 뚫고 ‘유럽방위연합’ 문호 열린다

글로벌이코노믹

韓-EU 안보 밀월 격상…220兆 유럽 방산 기금 장벽 뚫고 ‘유럽방위연합’ 문호 열린다

브뤼셀서 3년 만에 정상회담…기술·디지털 무역에 이어 ‘국방 공급망’ 전격 통합
트럼프 리스크 직격탄 맞은 나토, ‘정시 인도’ 독보적인 K-방산 핵심 디리스킹 파트너로 공식 규정
쿠빌리우스 EU 국방위원장 폭탄 선언…“7월 나토 서밋 직후 한국 ‘유럽방위연합(EDU)’ 참여 추진”
이재명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각) 벨기에 브뤼셀 EU이사회 본부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즐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함께 레드카펫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 한국과 EU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미국의 나토 안보 소홀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 나토 규격과 가동률이 100% 검증된 한국산 전차·자주포·다연장로켓의 공급망 체제를 유럽 해군·공군력 아키텍처에 공식 연동하기로 확약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이재명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각) 벨기에 브뤼셀 EU이사회 본부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즐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함께 레드카펫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 한국과 EU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미국의 나토 안보 소홀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 나토 규격과 가동률이 100% 검증된 한국산 전차·자주포·다연장로켓의 공급망 체제를 유럽 해군·공군력 아키텍처에 공식 연동하기로 확약했다.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지정학적 불안정과 우크라이나 전선의 장기화 속에서 독자적인 국방 공급망 다변화에 착수한 유럽연합(EU)이 대한민국을 핵심적 안보 협력의 파트너로 낙점하고 정무적·기술적 동맹 관계를 전격 격상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3년 만에 개최된 한국과 EU 간의 최고위급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첨단 기술과 디지털 무역은 물론, 유럽의 안보 지형을 지탱하기 시작한 K-방산의 제조 역량을 나토(NATO) 방위체계의 핵심 축으로 편입시키는 메가톤급 안보 청사진을 확정했다.

12(현지 시각) 유럽의 권위 있는 안보 전문 미디어 폴리티코(POLITICO)와 브뤼셀 외교 당국에 따르면, 이재명 대한민국 대통령은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EU 집행위원장 및 안토니우 코스타(António Costa)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만나 2시간이 넘는 고강도 단판 서밋을 진행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완화)에 사활을 건 유럽이 경제적·산업적 국방 안보를 위해 아시아의 군사 대국인 한국과 결속하는 결정적 도약대가 됐다는 평가다.

‘미국산 공백’ 파고든 압도적 납기력…동유럽과 발트해를 점령한 K-무기

유럽평화외교위원회(ECFR)의 안보 분석가 알렉산더 리프케(Alexander Lipke)는 “이번 정상회담은 유럽이 경제 안보와 방산 다변화를 달성하기 위해 한국이라는 가치 동맹과 깊숙이 결속하는 무대”라고 진단했다. 현재 EU가 이 같은 정기적인 경쟁력 파트너십 대화 체제(Competitive Dialogue)를 가동 중인 국가가 아시아에서 일본과 인도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이 이번 합류와 함께 전격적인 디지털 무역협정(FTA) 서명까지 완료한 것은 최고 수준의 지정학적 대우를 의미한다.

유럽이 이토록 한국에 구애를 보내는 본질적인 이유는 러시아의 침략 위협에 직면한 나토 회원국들의 급박한 무기 조달 수요를 한국 방산 기업들이 독보적으로 충족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파리 전략연구재단(FRS)의 케빈 마르탱(Kévin Martin) 연구원은 “지난 2014년 크림반도 강제 병합 이후 발트 3국과 동유럽 국가들이 즉각적인 국방력 재평가에 착수했을 때, 전 세계에서 이들의 작전 요구 조건과 나토 규격을 완벽히 충족하면서도 가공할 ‘정시 인도력(Speed of delivery)’을 보장한 무기는 한국산 K9 자주포가 유일했다”고 말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귀환으로 나토 동맹의 방위비 분담 압박과 미국에 대한 전통적 안보 의존도 저하 공포가 확산되면서, 한국 방산의 시장 점유율은 무서운 기세로 치솟았다. 최대 고객인 폴란드가 K9 자주포 362문, K2 흑표 전차 360대, 천무 다연장로켓 288문, FA-50 경공격기 48대를 쓸어 담으며 수출 물량의 절반을 소화한 데 이어, 최근 루마니아가 K9 자주포 54문과 K10 탄약운반장갑차 36대를 직도입하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현지 공장 설립 가동권까지 확보했다. 이미 에스토니아,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 전선 역시 한국산 자주포가 영토 방위의 핵심 축으로 안착한 상태다.

‘1500억 유로’ SAFE 기금 장벽과 한국의 과제


물론 유럽의 텃세와 자국 방산 보호주의 장벽이 없는 것은 아니다. EU가 대러 전술 억제력을 위해 편성한 1500억 유로(약 220조 원) 규모의 ‘유럽안보행동(SAFE)’ 무기 구매 금융 프로그램의 경우, 역외 제3국 기업의 최종 무기 체계 지분 가치를 최대 35%로 제한하는 까다로운 족쇄를 채웠다.

한국은 비유럽권 중 유일하게 예외적 우대 조항을 획득한 캐나다의 전례를 따르기 위해 막후 정무 협상을 벌였으나, 이번 회담에서 최종 합의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이는 향후 한국 방산 기업들이 유럽 시장에서 롱런하기 위해 현지 부품 조립 및 기술 이전(MRO) 지분을 65%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하이브리드 현지화 전략을 짜야 한다는 숙제를 안겨준 대목이다.

쿠빌리우스 위원장의 파격적 ‘EDU 참여’ 승인…7월 안카라 서밋서 공식화


그러나 파국을 맞이한 독일·프랑스의 미래전투기(FCAS) 사업 분열과 대조적으로, 한국 방산의 미래 가치는 유럽의 차세대 국방 통합 체제인 ‘유럽방위연합(EDU·European Defense Union)’의 출범과 함께 정점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안드리우스 쿠빌리우스(Andrius Kubilius) 신임 EU 국방위원장은 폴리티코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향후 유럽의 군사 중공업 복합체를 유기적으로 묶어낼 유럽방위연합(EDU) 체제에 ‘이론적으로’ 대한민국의 참여 문호를 전격 개방할 수 있다”고 파격 선언을 날렸다. 나토 회원국이 아닌 영국의 참여를 조율하는 단계에서 한국, 노르웨이, 우크라이나, 캐나다, 튀르키예 등을 나토 외 핵심 안보 파트너 기단으로 묶어 가겠다는 구상이다.

이 거대한 유럽방위연합 프로포절은 오는 7월 초 앙카라에서 개최되는 NATO 정상회담 직후 전 세계에 공식 발효될 예정이다. 약속을 지키는 가동률과 기술력으로 유럽 대륙의 안보 진공을 메우기 시작한 K-방산이, 이제 단순한 무기 수출국을 넘어 유로파의 영공과 영토를 함께 수호하는 글로벌 안보 거버넌스의 핵심 플레이어로 우뚝 서고 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