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랩 11%·AST스페이스모바일 16% 하락…투자자 자금 머스크 IPO로 쏠려
이미지 확대보기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가 우주 관련주 전반에 호재가 아니라 악재로 작용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증시의 관심을 빨아들이면서 그동안 함께 올랐던 로켓·위성·우주여행 관련주가 일제히 하락했다.
13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오랜 기다림 끝에 전날 이뤄진 스페이스X의 IPO가 다른 우주 관련 기업 주식의 매도세를 촉발했다.
스페이스X 상장 소식이 지난해 말부터 퍼지면서 중소형 우주 관련주는 그 후광 효과로 상승세를 탔다. 그러나 막상 12일 상장 당일에는 머스크의 회사가 시장의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하고 우주산업을 키우는 데 필요한 막대한 투자 규모도 함께 부각되면서 다른 종목들은 흔들렸다.
◇ 스페이스X는 뛰고 경쟁주는 하락
스페이스X 주가는 상장 첫날 공모가 135달러(약 20만5000원)를 웃돌며 급등했다. 장중 한때 176.52달러(약 26만8000원)까지 올랐고 최종적으로 공모가보다 19% 높은 160.95달러(약 24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다른 우주 관련주는 급락했다. 우주 운송기업 로켓랩은 11% 하락 마감했다. 우주 인프라 기업 레드와이어는 12% 내렸고, 위성 광대역 통신 기업 AST스페이스모바일은 16% 떨어졌다. 로켓·우주선 제조업체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는 19%, 달 착륙선 개발업체 인튜이티브 머신스는 13% 하락했다.
우주여행 기업 버진 갤럭틱은 낙폭이 더 커 주가가 32% 급락했다.
조 길버트 인테그리티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스페이스X가 우주 분야의 산소를 모두 빼앗아가고 많은 자금과 관심을 흡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페이스X 상장을 앞두고 형성된 투자자 포지션이 일부 고공행진하던 모멘텀 종목의 약세를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 우주 ETF도 동반 약세
개별 종목뿐 아니라 우주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흔들렸다.
시가총액이 약 10억달러(약 1조5200억원)이고 올해 들어 약 38% 상승했던 프로큐어 스페이스 ETF는 이날 7% 하락 마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구성한 우주 관련주 바스켓도 5.5% 내렸다.
이같은 움직임은 우주산업이 여전히 강한 투기성을 띠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저이다. 스페이스X는 연 매출의 100배가 넘는 시장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아직 적자를 내고 있는 데다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치열한 경쟁에 직면해 있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스페이스X에 몰렸다. 로켓 발사 사업과 스타링크 광대역 통신 서비스, AI 부문 성장 기대가 한데 묶이면서 스페이스X는 단순한 우주기업이 아니라 차세대 기술 복합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펜하이머의 티머시 호런 애널리스트는 스페이스X에 대해 매수에 해당하는 투자 의견을 내고 목표주가를 190달러(약 28만9000원)로 제시했다. 이는 공모가 135달러(약 20만5000원)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그는 스페이스X가 “AI와 연결성 분야의 선도 기업을 보유할 기회인 동시에 우주경제의 선택권까지 제공한다”고 밝혔다.
◇ “스페이스X로 갈아타려는 대기 자금”
시장에서는 일부 투자자들이 그동안 로켓랩이나 레드와이어 같은 종목을 스페이스X 상장 전 임시 투자처로 활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다 리서치는 개인투자자들이 최근 몇 달간 로켓랩과 레드와이어 같은 종목을 적극적으로 사들였지만, 이들 포지션 가운데 일부는 스페이스X 주식을 직접 살 수 있을 때까지 머물러 있던 ‘대체 보유분’이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스티브 소스닉 인터랙티브브로커스 수석전략가는 “이 종목들은 열광에 휩쓸렸다”며 “투자자들의 관심과 자금 일부가 스페이스X IPO 자체로 이동하고 그 궤도에 있던 작은 종목들에서 빠져나가고 있다고 보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개인투자자 매수세는 강했다. 반다에 따르면 스페이스X 거래 시작 후 20분 만에 개인투자자 순매수 규모 기준으로 엔비디아에 이어 이날 두 번째로 많이 사들인 종목이 됐다. 이후에는 엔비디아를 넘어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산 종목으로 올라섰다.
비라즈 파텔 반다 글로벌 매크로 전략가는 “스페이스X에서 1억2000만달러(약 1824억원)의 순매수가 나타났다”며 “오늘 단연 가장 큰 종목”이라고 말했다.
◇ 대형주 자금까지 빨아들일까
스페이스X 상장이 다른 우주 관련주뿐 아니라 대형 기술주 자금까지 끌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마크 말렉 지버트파이낸셜 최고투자책임자는 “오늘 우주 관련주가 고도를 잃고 있다는 것은 전혀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지금 물어야 할 더 큰 질문은 스페이스X가 다른 우주 관련주뿐 아니라 같은 대형 성장주 영역에 있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대형주 자금까지 끌어갈지 여부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투자자들이 다음 엔비디아나 테슬라를 찾고 있다면서도, 이들 기업은 오랜 기간에 걸쳐 대형주 지위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반면 스페이스X는 이미 매우 높은 밸류에이션에서 출발해 대형주 지수에 곧바로 진입하는 구조라고 짚었다.
스페이스X IPO는 750억달러(약 114조원)를 조달한 사상 최대 규모의 증시 데뷔로 기록됐다. 상장 첫날 주가 급등은 머스크 기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여전히 강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그러나 동시에 그 기대가 다른 우주 관련주에서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처럼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키웠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시카고에 사는 27세 전업 개인투자자 스티븐 레비는 레드와이어 관련 레딧 게시판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우주 섹터 전반의 하락에 대해 “분명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아침 우주 관련주가 함께 날아오를 것으로 기대했다며 “아직 숨을 죽이고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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