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2배 상품 급락 뒤 미국도 1680억달러 시장으로 성장…AI 쏠림·리밸런싱 매매가 변동성 키워
이미지 확대보기블룸버그통신은 레버리지 ETF가 더 이상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며 미국에서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13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앞서 SK하이닉스 하루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를 다룬 바 있다. 이후 12일 홍콩에 상장된 CSOP SK하이닉스 데일리 2배 레버리지 상품은 20% 급락했다. 다른 아시아 주식 연계 레버리지 상품들도 함께 흔들렸다.
◇ 한국·대만 상품 650억달러로 급성장
문제는 단순히 해당 상품의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같은 상품으로 자금이 몰릴수록 기초 주식의 실제 가격 변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쟁점이다.
노무라의 찰리 맥엘리곳 크로스에셋 매크로 전략가는 대만과 한국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운용자산이 올해 초 약 110억달러(약 16조7000억원)에서 지난주 기준 650억달러(약 98조8000억원)로 늘었다고 분석했다. 상당수 상품은 AI 반도체 투자 테마와 연결돼 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기초자산으로 한 2배 레버리지 상품이 대표적이다. AI 반도체 수요 기대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이들 대형 반도체주에 더 큰 배율로 베팅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 미국 레버리지 ETF도 1680억달러
레버리지 ETF 열풍은 아시아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바클레이스의 스테파노 파스칼레와 즈위안 판은 미국 레버리지 ETF 운용자산이 지난주 1680억달러(약 255조4000억원)로 정점을 찍었다고 추산했다.
반면 SK하이닉스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바클레이스는 레버리지 ETF가 현재 SK하이닉스 하루 거래량의 약 15%를 차지한다고 추산했다. 특정 종목에 자금이 집중될수록 ETF 리밸런싱이 주가 움직임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수 있다.
◇ 상승 때 사고 하락 때 파는 구조
레버리지 ETF의 핵심 위험은 매일 목표 배율을 맞춰야 하는 운용 구조에서 나온다. 2배 레버리지 ETF는 기초 주식의 하루 수익률을 2배로 따라가도록 설계된다.
이를 유지하려면 기초 주가가 오를 때는 추가로 사고, 주가가 내릴 때는 팔아야 한다. 시장 용어로는 이런 구조가 ‘네거티브 감마’ 성격을 띤다. 상승장에서는 상승세를 더 키우고, 하락장에서는 매도 압력을 더 키울 수 있다는 뜻이다.
상품 규모가 커질수록 매일 필요한 리밸런싱 물량도 커진다. 결국 ETF가 기초 주식의 가격을 따라가는 데 그치지 않고 오히려 기초 주식 가격을 흔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 AI 반도체 쏠림이 위험 키워
블룸버그는 특히 레버리지 ETF 투자자들이 대부분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는 점을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한국과 대만에서는 AI 관련 반도체주로 레버리지 자금이 몰리고 있고 미국에서도 AI 테마에 대한 옵션 베팅이 늘고 있어서다.
옵션시장에서도 비슷한 변동성 증폭 구조가 생길 수 있다. 옵션을 판매한 딜러들은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기초 주식을 사고팔아야 하는데 시장이 한 방향으로 크게 움직일 경우 이 헤지 수요가 다시 주가 흐름을 키울 수 있다.
맥엘리곳 전략가는 실제 옵션과 합성 ETF 양쪽에서 나타나는 네거티브 감마가 “섬뜩할 정도로 크다”며 이는 시장의 기존 방향성을 양방향으로 더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다고 말했다.
◇ 한국서 먼저 드러난 시장 충격
한국 증시는 이미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충격을 경험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처럼 시가총액 비중이 큰 종목에 레버리지 자금이 집중되면 개별 종목 변동성이 지수 전체로 번질 수 있다.
특히 장 마감 직전 리밸런싱 매매가 몰리면 종가 형성 과정에서 급격한 가격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 주가가 오르는 날에는 추가 매수세가 상승폭을 키우고 하락하는 날에는 강제 매도가 낙폭을 더 키우는 식이다.
이같은 구조는 단기 투자자에게는 큰 수익 기회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시장 전체로 보면 변동성을 키우는 자동 증폭 장치가 된다. 블룸버그는 한국과 대만에서 나타난 현상이 미국 시장에서도 점차 중요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아직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레버리지 ETF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고 AI 관련 종목에 대한 옵션 거래까지 맞물리면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투자자 군집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레버리지 ETF는 투자자의 방향성 베팅을 손쉽게 키워주는 상품이다. 그러나 자금이 특정 테마와 소수 종목에 몰릴 경우 단순한 고위험 투자 상품을 넘어 시장 변동성을 구조적으로 증폭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는 “이 문제는 한국 증시만의 특수 현상이 아니라 미국 시장에서도 커지고 있는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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