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호황에 1분기 점유율 70%대 안착… 삼성과 격차 더 벌어져
차세대 A13 공정서 ASML 하이-NA EUV 도입 보류… 인프라 효율 극대화 선언
차세대 A13 공정서 ASML 하이-NA EUV 도입 보류… 인프라 효율 극대화 선언
이미지 확대보기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 속에 대만 TSMC가 파운드리 시장에서 '슈퍼 을(乙)' 지위를 굳히며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올해 1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점유율은 70%대 초반으로 올라선 반면, 2위 삼성전자는 한 자릿수 중반대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트렌드포스가 13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다. 특히 TSMC가 대당 4억 달러(약 6000억 원)에 이르는 차세대 '하이-NA EUV(고개구율 극자외선)' 장비 도입을 보류하고 기존 인프라 효율화로 선회하면서, 첨단 장비 선점 공세를 준비하던 한국 반도체 업계의 미세공정 전략에 중대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AI 가속기 주문 폭주에 역대급 실적… 삼성은 구조적 한계에 발목
반도체 전문 매체 반도체생태계(Semiecosystem)가 분석한 트렌드포스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10대 파운드리 기업의 합산 매출은 직전 분기보다 3.7% 증가한 479억 5000만 달러(약 72조 8600억 원)로 집계됐다. 통상적인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스마트폰 수요 둔화를 가전·PC 재고 확충과 고부가 AI 칩 수요가 상당 부분 메우면서, 역대 분기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반면 삼성전자의 1분기 파운드리 매출은 직전 분기보다 5.8% 감소한 32억 달러(약 4조 8600억 원)에 그치며 시장 점유율이 6.5%로 밀려났다. TV와 노트북용 부품 주문이 일부 유입됐으나 스마트폰 시장의 비수기 충격을 방어하지 못했다.
TSMC와 달리 첨단 AI 칩 매출 비중이 아직 낮고, 3나노 및 2나노 공정의 수율 안정화와 앵커 고객사 확보가 지연된 점이 실적 차이를 키웠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공정 수율 제고와 고객 다변화 성과에 따라 오는 2027~2028년 전후에야 흑자 전환이 가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삼성은 퀄컴, 테슬라 등을 주요 고객으로 염두에 두고 2나노 공정 양산 체제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실속 없는 초격차는 독"… TSMC의 철저한 실리주의 전략
국내 반도체 공급망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이 가장 주목하는 대목은 TSMC가 최근 공개한 기술 로드맵에 담긴 장비 운용 전략이다. TSMC는 오는 2029년 양산 예정인 최첨단 A13 공정에서도 네덜란드 ASML의 기존 0.33 NA EUV(저개구율) 장비를 당분간 계속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당 4억 달러에 달하는 하이-NA EUV 장비의 단가가 지나치게 높아 공정 마진과 수익성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TSMC는 2019년 7나노 공정부터 도입해 온 기존 EUV 인프라의 효율을 극한으로 쥐어짜는 전략을 택했다. 무조건적인 최첨단 장비 도입 경쟁 대신 공정 성숙도와 제조 단가를 낮춰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실리주의다. 미국 투자은행 TD코웬의 크리시 산카 분석가는 TSMC가 연구개발(R&D) 단계인 A10 공정(2030년 전후 생산 예정)에 이르러서야 하이-NA 장비를 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A14 공정까지는 기존 0.33 NA 장비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하이-NA EUV 장비를 선점하려던 인텔이나 삼성전자의 계산을 복잡하게 만든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공급망 주도권은 기술적 상징성이 아니라 고객사가 납득할 수 있는 웨이퍼 단가에서 나온다는 점을 TSMC가 보여주고 있다"며 "삼성 역시 장비 선점 자체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공정 성숙도와 단가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하반기 웨이퍼 가격 인상 예고… 투자자가 잡아야 할 3대 체크포인트
올해 하반기 파운드리 시장은 제조사들의 웨이퍼 공급 가격 인상 흐름으로 인해 또 한 번 요동칠 전망이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TSMC가 내년부터 웨이퍼 평균 가격을 3~5% 인상할 계획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단가 인상 전에 물량을 확보하려는 글로벌 고객사들의 선주문이 몰려 TSMC의 독주가 당분간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여기에 중국 SMIC(5.1%)가 8인치 웨이퍼 단가 인상 효과와 자회사 지분 인수로 3위 자리를 굳히는 등 후발 주자들의 추격도 구체화되고 있다.
국내 반도체 투자자와 시장 참여자들이 향후 파운드리 시장의 변동성을 분별하고 투자 펀더멘털을 진단하기 위해 반드시 점검해야 할 지표는 세 가지다.
첫째, 빅테크 기업의 설비투자(CAPEX) 집행 추이다. 엔비디아, 애플, 메타 등 상위 5개 거대 기술 기업들의 연간 설비투자 규모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유지하는지에 따라, 파운드리 공급망 전체의 수주 동력을 가늠할 수 있다.
둘째, 삼성전자 2나노 공정의 공정 수율과 대형 고객사 확보 여부다. 퀄컴이나 테슬라 등 글로벌 핵심 설계기업들과의 2나노 장기 공급계약 발표 시점과 수조 원 단위의 계약 규모 성사 여부가 흑자 전환 시기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다.
셋째, ASML의 하이-NA EUV 장비 인도 시점 조율 현황이다. TSMC가 도입 속도를 늦춘 만큼, 2027~2030년 사이 공급될 하이-NA 출고 물량 중 삼성과 인텔 배정분이 실제 양산 라인에 적기에 투입돼 차별화된 단가와 수율을 입증하는지 주시해야 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