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이 올린 ‘신속 기동·무인 자동화’… RCH 155 등 각축 속 K9의 기술 체크리스트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육군이 70년 동안 야전포병의 주력으로 운용한 M109 자주포를 해외 경쟁 입찰을 통해 대체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테른(Stern)은 미국 정부가 자국 개발과 국산 체계를 우선해온 관행을 일부 접고,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차세대 자주포를 직접 구매(Off-the-shelf)하는 조달 정책의 대전환을 단행했다고 지난 1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증명된 초단위 기동 능력을 자국 기술만으로는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글로벌 시장에서 최대 점유율을 확보한 한국의 K9 자주포 역시 유력한 잠재 후보군으로 거론되며 국내 방산 생태계 전반에 상당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자체 개발 포기한 미 육군… 연이은 실패가 불러온 조달 정책 전환
미 육군이 전력 조달의 판도를 뒤흔드는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차세대 자주포 자체 개발 프로젝트의 잇따른 실패가 자리한다. 미군은 지난 2002년부터 크루세이더(Crusader), XM1203 등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한 포병 현대화 사업을 추진했으나 기술적 난제와 예산 초과로 매번 중도 폐기했다. 최근까지 기대를 모았던 사거리 연장 자주포(ERCA) 사업마저 포신 마모를 비롯한 시스템 엔지니어링 문제로 지난 2024년 공식 취소되면서 미군의 포병 전력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미 육군 전력조달 책임자인 글렌 딘 소장은 “해외의 뛰어난 포병 현대화 기술을 신속히 도입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정밀성과 높은 발사 속도, 신속한 진지 변환 능력을 갖춘 시스템을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사격 후 기동' 생존 직결… 차륜형·무인 자동화가 대세
우크라이나 전쟁은 현대 포병전의 생존 공식이 '정밀 화력'과 '초단위 기동력'의 결합에 있음을 입증했다. 대포병 레이더와 드론의 고도화로 인해 자주포가 포탄을 발사한 후 통상 수 분 안에 진지를 이탈하지 못하면 적의 정밀 반격에 노출될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고 평가된다. 이 때문에 미군은 대형 수송기로 신속한 전략 공수가 가능하고 도로망을 통한 기동성이 뛰어난 차륜형(바퀴형) 및 완전 자동화 자주포 시스템을 우선 고려하고 있다.
가장 앞서 나가는 경쟁상대는 독일 KNDS의 'RCH 155' 차륜형 자주포다. 독일이 200문이 넘는 대량 도입을 추진 중인 이 무기는 세계 최초로 '주행 중 정밀사격'이 가능한 무인 포탑 기술을 구현해 생존성을 극대화했다. 여기에 스웨덴 BAE 시스템즈의 '아처(Archer)', 이스라엘 엘빛 시스템즈의 '시그마(Sigma)' 등 완전 자동 장전 장치를 갖춘 글로벌 방산 공룡들의 첨단 자주포들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며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 차세대 기종은 위성항법장치(GPS) 디지털 사격통제장치를 통해 수 m 단위의 높은 정밀도를 확보하도록 설계됐으며, 고속 연사 능력과 자동 장전으로 짧은 시간에 대량 화력을 투사할 수 있는, 고도로 무인화된 체계를 자랑한다.
K9 자주포의 10조 원 시장 도전기… '기술 고도화' 입증이 분수령
글로벌 시장의 최강자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썬더 자주포는 미 육군 포병 현대화 사업의 유력한 실전 검증 파트너다. K9 자주포는 47t의 중량에도 시속 67km의 고속 주행이 가능하며, 155mm 주포를 탑재해 최대 40~60km의 타격 사거리를 확보했다. 1999년 한국군 실전 배치 이후 호주, 폴란드, 핀란드 등 10여 개국에 2600문 이상이 수출·계약되며 글로벌 궤도형 자주포 시장에서 절반 안팎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베스트셀러’로 평가된다.
그러나 미군 조달 시장을 뚫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기술적 과제가 명확하다. 미 육군이 요구하는 미래 포병의 핵심 축이 '완전 무인 자동화'와 '차륜형 기동성'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수출형 K9은 수동·반자동 장전 체계에 기반해 완전 무인 자동화와는 거리가 있는 만큼, RCH 155처럼 포탑에 승무원이 탑승하지 않는 완전 무인 포탑 기술과 주행 중 사격 능력에 준하는 안정성을 얼마나 빨리 입증하느냐가 관건이다.
미 육군은 오는 2020년대 중반까지 시제품 성능 평가를 마치고, 2030년 전후 첫 부대 장비화를 목표로 오프 더 셸프 자주포 도입을 추진 중이다. 최대 10조 원 안팎으로 추산되는 이 미국 조달 시장의 선점 여부는 글로벌 우방국의 차세대 표준 무기체계를 주도할 수 있는 방산 패권과 직결된다.
국내 방산 전문가들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 중인 차륜형 K9 및 완전 자동화 탑재 모델(K9A2/A3 기반 체계)의 기술 완성도 속도와 미국 현지 생산 체계 구축 역량이 수주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라고 진단한다.
향후 투자자가 주시해야 할 지표는 우선, K9A2 자동화 포탑 체계의 기술 완성도다. K9A2가 목표로 하는 3인 이하 최소 운용 인원과 분당 9발 수준의 자동화 사격 능력이 미 육군의 까다로운 무인화 요구 조건과 어느 정도 부합하는지가 단기적인 핵심 체크 포인트다.
다음은 차륜형 K9 시제품의 정밀도·안정성 확보 여부다. 독일이 200문이 넘는 RCH 155 차륜형 자주포 도입을 추진하며 시장을 선점하는 상황에서, 한화의 차륜형 K9 신형 플랫폼이 ‘주행 중 사격’에 근접한 수준의 제어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주가의 중장기 모멘텀을 가를 변수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