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MOU 예정보다 하루 앞당겨 발효… 브렌트유 125→80달러 급락
60일 뒤 통행료 논란·핵 담판 변수… 에너지株·정유株 촉각
60일 뒤 통행료 논란·핵 담판 변수… 에너지株·정유株 촉각
이미지 확대보기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각)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서 이란과의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하고 즉각 발효를 선언하면서, 오는 19일로 예정됐던 서명 일정이 하루 앞당겨졌다.
블룸버그와 악시오스가 18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을 종합하면, MOU는 현재 효력을 발생했으며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절차가 시작됐다. 전쟁 발발 106일 만의 종전이다.
베르사유 전격 서명… 밴스·갈리바프 19일 스위스서 핵 협상 착수
이번 MOU는 지난 15일(현지시각) 제이디 밴스 미국 부통령과 이란 의회의장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가 디지털 방식으로 먼저 서명했고, 18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최종 서명했다고 미국 측 관리가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베르사유 만찬 자리에서 서명을 마쳤다. 1919년 제1차 세계대전 강화조약이 체결된 역사적 장소다.
파키스탄 총리 셰바즈 샤리프는 18일(현지시각)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이란은 즉각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고, 미국은 해상 봉쇄를 즉시 해제한다"고 밝혔다.
밴스 부통령과 갈리바프가 이끄는 양측 대표단은 오는 19일 스위스에서 예정대로 만나 이란 핵 프로그램 협상 착수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서명 일정이 하루 앞당겨진 배경에는 공화당 내부의 합의문 공개 압박이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악시오스 취재 결과, 중재국 외교 소식통은 일정 가속화가 해협을 하루라도 빨리 열기 위한 양국의 공동 결정이라고 전했다.
합의문을 서명 전까지 공개하지 않으려 한 것은 이란 측 요구였다고 같은 소식통은 밝혔다.
"60일 뒤 통행료 받겠다"… 해협 조항 안에 숨겨진 변수
14개 항으로 구성된 합의문의 핵심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이다. 5조는 이란이 MOU 서명 즉시 상업 선박의 안전 통항을 위한 조치에 나서고, 30일 이내에 기뢰를 제거해 선박 운항을 전쟁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내용을 담았다.
미국은 서명 즉시 해상 봉쇄 해제에 착수해 30일 안에 전면 해제하기로 했다. 최종 협정 체결 이후에는 30일 이내에 이란 인근에서 미군도 철수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이 조항에는 중요한 단서가 붙었다. '60일 동안에 한해 무상 통항'이라는 문구다. 60일 이후 해협의 관리와 해양 서비스 체계는 이란과 오만·걸프 연안국들이 별도로 협의해 결정하도록 규정했다.
이란 국영 파르스통신은 "미국이 MOU를 통해 호르무즈 통행 수수료 징수권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의회 국가안보위원회는 이미 해협 통행료 규정 적용 계획안을 승인해 둔 상태다. 사실상 통행료 신설 가능성을 열어둔 조항이라는 해석이 시장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경제적 맞교환의 불균형도 주목받는다. 블룸버그는 "이번 합의의 핵심은 호르무즈 재개방과 경제적 혜택의 교환이지만 그 교환은 불균형하다"며 "이란의 이익은 크고 새로운 반면, 미국은 전쟁 이전에 이미 누렸던 것을 되찾는 수준에 그친다"고 밝혔다.
이란이 챙기는 경제적 이익은 상당하다. MOU 10조는 미국 재무부가 서명 즉시 이란산 원유·석유제품 수출과 관련 금융 거래, 보험, 운송 전반에 대해 제재 면제를 발동하도록 규정했다.
11조는 미국이 동결한 이란 자금과 자산을 즉시 해제해 이란 중앙은행이 지정한 수혜자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란 언론과 분석가들은 동결 자산 규모를 1240억∼1670억 달러(약 189조∼254조원)로 추산한다.
여기에 6조는 미국이 역내 파트너국들과 함께 최소 3000억 달러(약 457조원) 규모의 이란 경제 재건 계획을 추진하도록 명시했다.
유가 80달러대 안착 관건은 '실제 통항량'… 공화당 반발·핵 협상이 변수
에너지 시장은 MOU 발효 소식에 즉각 반응했다. 전쟁이 격화되던 시기 배럴당 125달러까지 치솟았던 브렌트유는 합의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80달러대로 내려왔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브렌트유 연평균 가격 전망치를 기존 배럴당 80달러에서 75달러(약 11만 4330원)로 낮췄다.
피치 레이팅스는 해협이 7월 말 재개방된다는 가정 아래 올해 연평균 브렌트유를 배럴당 87달러로 제시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3분기 중 원유 수송이 재개되더라도 공급망의 완전 정상화는 내년 초에야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레이먼드 제임스의 파벨 몰차노프 애널리스트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량이 실제로 회복되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가 확인돼야 추가 하락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ING 애널리스트들은 영국 언론을 통해 협상이 최종 결렬되거나 원유 공급 재개가 지연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까지 다시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에서도 관련 파급이 가시화되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18일 기준 종전 서명 이전인 만큼 석유최고가격제를 예정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오피넷)에 따르면 6월 둘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리터당 2009.9원, 경유는 2004.8원으로 전주 대비 소폭 내렸다.
합의에 대한 공화당 내 반발도 변수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공화)은 "역사는 우리를 죽이려 드는 신권통치 광신도들에게 수십억 달러를 쥐여주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가르친다"고 비판했다.
린지 그레이엄 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공화)은 "이것은 합의라기보다 합의를 위한 틀"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빌 카시디 의원(루이지애나·공화)은 "전쟁 전에는 해협이 열려 있었고 이란은 제재로 압박받고 있었는데, 이제 미군 13명이 전사하고 국민들은 기름값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수십 년 만에 최악의 외교 실책"이라고 날을 세웠다.
핵 문제는 60일 협상의 최대 고비다. MOU 8조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 포기를 재확인하고, 농축 우라늄 재고를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독 아래 현장에서 희석 처리하는 방안을 최소 기준으로 명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0일 시한에 대해 "이란이 잘 행동하는 한 엄격한 마감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블룸버그 거버먼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은 지금까지 어느 때보다 약해진 상태인데, MOU 어디에도 핵무기 프로그램을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폐기한다는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미래는 60일 협상 테이블 위에 놓였다. 해협이 실제로 얼마나 빠르게 정상화되느냐, 그리고 60일 뒤 통행료 부과 여부가 어떻게 결론 나느냐가 국제 에너지 가격과 한국 수입물가의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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