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운송·보험 제재도 면제…동결자금·재건기금은 후속 협상 연계
美·이스라엘 일각 “핵심 압박수단 너무 일찍 내줬다” 반발
美·이스라엘 일각 “핵심 압박수단 너무 일찍 내줬다” 반발
이미지 확대보기17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합의 내용을 잘 아는 소식통들은 미국이 이란에 초기 금융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위해 원유와 연료 판매 제재 면제를 합의문에 포함했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원유 판매 제재 면제 조항은 이번 주 합의 서명과 동시에 발효된다. 제재 면제 대상에는 원유 판매 자체뿐 아니라 거래에 필요한 은행, 운송, 보험 등 관련 서비스도 포함된다.
비영리단체 핵무장 이란 반대연합(UANI)에 따르면 이란 원유를 실은 초대형 유조선 디오나는 전날 차바하르항을 떠나 미국의 봉쇄망을 통과한 뒤 오만만 밖으로 항해했다. 이 선박은 위치추적 장치를 켠 상태였으며 지난 4월 미국의 봉쇄가 시작된 뒤 첫 통과 사례라고 이 단체는 설명했다. 이후 헤로 II라는 두 번째 초대형 유조선도 봉쇄망을 통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 “지속적 제재완화는 이란 이행에 달려”
미국 고위 당국자는 이란이 원유 판매와 관련해 선제적 제재 완화를 받게 되지만 지속적인 제재 완화는 미국의 요구사항을 이란이 얼마나 이행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핵심 사안에는 전략적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이란 핵 프로그램 문제가 포함된다. 이 당국자는 이란이 수십억달러 규모의 동결자금에 즉각 접근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지난 14일 전자 서명 방식으로 양해각서에 서명했으며 이번 주 최종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합의안에는 레바논을 포함한 전투의 장기 중단, 미국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 이란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장기 협상 개시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의 상당수 의원과 정치권 인사들은 이란이 중대한 양보를 하기 전에 금융 완화와 봉쇄 압박 완화가 먼저 이뤄지는 데 반대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워싱턴연구소의 이란 전문가 파르진 나디미 선임연구원은 “이란의 원유 수출 허용이 미국의 핵심 지렛대 하나를 양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백악관은 호르무즈 해협을 열기 위해 이 정도의 유인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나디미 연구원은 “백악관은 이런 당근책이 있어야 이란이 양보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이란이 협상을 계속하게 만들기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역내 군사자산을 유지하는 한 이란 수출에 대한 봉쇄를 다시 부과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3000억달러 재건기금도 논의
합의안은 이란이 농축우라늄 재고를 폐기하고 핵 프로그램을 해체하는 등 미국의 요구에 따를 경우 훨씬 큰 규모의 금융 완화를 제공하는 구조다.
주요 조항 가운데 하나는 전쟁 피해 복구를 위한 지역 재건·개발기금이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지난 15일 브리핑에서 미국과 이란이 이 목적의 3000억달러(약 453조3000억원) 규모 기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제재 완화와 함께 약 1000억달러(약 151조1000억원)로 추정되는 이란 동결자금 일부에 대한 접근 회복 문제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당국자 중 한 명은 “우리는 이란 경제 개방과 제재 완화에 매우 관대할 준비가 돼 있다”며 “실질적 이행이 따라오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협상 대상인 동시에 아무것도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이 3000억달러 기금에 기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에 대한 금융 혜택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구상에서 가장 민감한 대목 가운데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5년 이란 핵합의 발효 이후 현금을 이란에 보냈다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그는 첫 임기 때 이 합의에서 탈퇴했다.
◇ “원유 판매 허용이 더 현실적 완화수단”
원유 판매 허용은 이란에 금융 완화를 제공하는 방식 가운데 정치적으로 상대적으로 수용 가능성이 큰 수단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고위직을 지낸 시마 샤인 텔아비브 국가안보연구소 연구원은 “원유 판매 허용이 이란에 실질적 경제 유인을 주는 동시에 글로벌 에너지 가격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이 이란 항구 봉쇄를 해제하면 이란은 어차피 광범위한 원유 밀수 활동을 재개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를 합법화하고 그로부터 이익을 얻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양해각서에 따라 미국은 이란 중앙은행이 정한 지급 목적에 대해 동결자금 일부 접근을 허용할 의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 중 한 명은 “미국이 자산 해제와 관련해 어느 정도 재량을 갖고 있으며 핵 문제 등 최종 합의가 끝나기 전에도 이란에 일부 접근권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은 초기 합의 단계에서 120억달러(약 18조1000억원)를 선지급받고 초기 합의가 여는 60일 협상 기간 중 240억달러(약 36조3000억원)를 추가로 받기를 원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이 미국 제재로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자산은 약 1000억달러로 추산된다. 상당 부분은 과거 원유 판매 수입과 외환보유액이다. 제재 완화와 달리 이란으로 이전된 자산은 다시 회수하기 어렵기 때문에 동결자금 해제는 이란에 더 지속적인 혜택이 될 수 있다.
동결자금의 상당액은 해외에 묶여 있다. 특히 중국에는 수년에 걸친 원유 판매 수입이 쌓였지만 제재 대상인 이란 금융시스템으로 이전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 수감자 교환과 관련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카타르로 이전을 허용한 이란 수입 약 60억달러(약 9조1000억원)와 오만에 보관된 10억달러(약 1조5000억원)도 있다. 두 자금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비공식적으로 사용이 제한됐다.
이란은 이라크 은행에도 전력과 천연가스 판매대금 약 150억달러(약 22조7000억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