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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형 SUV·픽업 확산에 보행자 사망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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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형 SUV·픽업 확산에 보행자 사망 급증

차량 전면부 높아지며 충돌 치명성 커져…NYT “2016년 이후 약 3000명 더 숨진 셈”
미국에서 대형 SUV와 픽업트럭 확산으로 보행자 충돌 사고의 치명성이 커지면서 차량 설계와 도로 안전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사진=챗GPT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에서 대형 SUV와 픽업트럭 확산으로 보행자 충돌 사고의 치명성이 커지면서 차량 설계와 도로 안전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사진=챗GPT

미국에서 대형 SUV와 픽업트럭의 확산이 보행자 사망 증가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승용차보다 차체가 높고 전면부가 각진 차량이 늘면서 보행자 충돌 사고의 치명성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온라인매체 뉴서는 뉴욕타임스(NYT)의 취재 결과를 인용해 미국에서 2000년대 초 이후 차량이 점점 커지는 사이 보행자 사망자도 급증했으며 두 흐름이 서로 연결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NYT는 미국 연방 교통사고 자료와 기존에 널리 활용되지 않았던 차량 치수 자료를 함께 분석했다. 그 결과 차량 전면부가 높아진 변화가 지난 2016년 이후 약 3000명의 추가 보행자 사망에 기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200~400명이 목숨을 잃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계산인 셈이다.

◇ 높고 각진 보닛이 보행자 가슴 가격


대형 SUV와 픽업트럭이 보행자에게 더 치명적인 이유는 충돌 지점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 세단은 보행자를 주로 다리 부위에서 들이받아 보행자가 차량 보닛 위로 넘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전면부가 높고 각진 대형 차량은 보행자의 가슴이나 상체를 직접 가격하기 쉽다.

이 경우 보행자는 보닛 위로 올라가기보다 차량 아래로 빨려 들어가거나 바닥으로 넘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같은 속도에서 충돌하더라도 중상이나 사망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아지는 구조다.

차량 전면부가 높아진 것뿐 아니라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는 요소도 늘었다. 두꺼워진 지붕 기둥과 커진 사이드미러는 사각지대를 넓힌다. 특히 좌회전할 때 보행자를 놓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운전자 보조기술만으로는 한계


자동차 업체와 규제당국은 그동안 보행자 충돌 방지 기술과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해결책으로 제시해왔다. 그러나 NYT의 이번 취재 결과는 이같은 기술이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실패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자동 긴급제동, 보행자 감지, 사각지대 경고 같은 기능이 보급되고 있지만 기상 조건, 조도, 차량 속도, 보행자 움직임에 따라 성능이 달라진다. 결국 차량 자체의 크기와 전면부 설계를 바꾸지 않은 채 운전자 보조기술에만 의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도 대형 차량의 보행자 위험을 규제 대상으로 보기 시작했다. NHTSA는 2024년 SUV와 픽업트럭, 밴 등 승용차 전반에 보행자 충돌 시 치명상과 중상을 줄이기 위한 새 안전기준을 제안했다. 이 제안은 보행자가 차량 전면부에 부딪혔을 때 머리와 상체 손상을 줄이는 설계를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 스마트폰 탓만 하기 어려운 구조


일각에서는 보행자 사망 증가의 원인으로 스마트폰 사용 증가를 꼽는다.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 주의가 산만해졌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뉴서는 “다른 부유한 국가들에서는 미국과 같은 보행자 사망 급증세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는 미국의 보행자 사망 증가를 단순히 스마트폰 사용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미국은 다른 선진국보다 대형 SUV와 픽업트럭의 비중이 빠르게 커졌고 도로와 교외 주거 환경도 자동차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이 때문에 같은 수준의 운전자 부주의가 있더라도 사고 결과가 더 치명적일 수 있다.

보행자 안전단체들은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대형 차량이 수익성이 높은 핵심 상품으로 자리 잡은 점도 문제로 보고 있다. 자동차 업체들은 대형 SUV와 픽업트럭에서 높은 이익을 얻고 있어 차량 크기 축소나 전면부 설계 변경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 해외에서도 SUV 위험 논쟁 확대


대형 SUV의 보행자 위험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국 스완지대 연구진은 최근 SUV가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에게 더 큰 사망 위험을 준다는 경고를 소비자에게 보여줘도 구매 의사가 크게 줄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가디언에 따르면 연구진은 SUV에 치일 경우 성인 보행자의 사망 위험이 일반 승용차에 치일 때보다 44% 높고, 어린이의 경우 82% 높다는 기존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그러나 안전 경고를 본 뒤에도 SUV 구매 의사를 철회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는 소비자 인식 개선만으로는 대형 차량 확산을 막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파리처럼 SUV 주차요금을 높이는 도시가 나오고, 런던에서도 추가 요금 부과 논의가 거론되는 이유다.

미국에서도 보행자 사망이 다시 증가하면서 차량 설계 기준과 도시 교통정책을 함께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형 SUV와 픽업트럭이 운전자에게는 안전하고 편한 선택일 수 있지만 도로 밖의 보행자에게는 더 큰 위험을 전가할 수 있다는 비판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