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리스크 완화에 브렌트유 1%대 하락…상반기 고점 대비 6% 급락
시장 전문가 "정유주 피하고 현금 흐름 우수한 미국 에너지가 대안"
시장 전문가 "정유주 피하고 현금 흐름 우수한 미국 에너지가 대안"
이미지 확대보기미국과 이란 간의 지정학적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식에도 국제유가는 하향 안정세를 나타냈다. 뉴욕상업거래소와 배런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2일(현지시각) 기준 8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0% 상승한 배럴당 81달러 선에 머물렀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운항이 일시 중단된 악재를 감안하면 매우 차분한 반응이다. 현재 시장은 80달러 선에서 공방을 벌이고 있으나,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이 제거된 유가의 구조적 균형추는 이미 70달러(약 10만 7600원)대를 향해 하향 압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동의 긴장 완화 가능성을 선반영한 시장이 본격적인 공급 정상화 시점을 저울질하기 시작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 임박…하방 지지선 작용할 자동 감산 메커니즘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동 지역의 원유 수출량이 점진적으로 늘어나 오는 7월 말에는 전쟁 이전 수준의 70%까지 회복할 것으로 추산했다. 오는 10월에는 중동의 원유 생산이 완전히 정상화되면서 하루 1300만 배럴의 수출 물량이 시장에 추가될 전망이다. 제재가 풀리면 약 5000만 배럴 규모의 이란산 비축유도 즉각 시장에 방출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아시아와 유럽을 중심으로 전기차 보급과 대체 에너지 투자가 늘면서 전 세계 석유 수요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오는 2027년이 되면 하루 500만 배럴 규모의 글로벌 원유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경고했다.
다만 유가의 추가 폭락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배럴당 60~70달러 구간은 미국 셰일 오일 업체들의 손익분기점(BEP)으로, 이 수준 이하에서는 미국 생산량이 자동으로 감산된다. 여기에 석유수출국기구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OPEC+)의 가격 방어 의지 및 미국의 전략비축유(SPR) 재매입 수요가 하방 지지선을 형성할 것으로 분석된다.
단순 유가 하락 아닌 '마진 사이클' 붕괴…정유주 비중 축소
그동안 전쟁 특수를 누렸던 정유 업종은 당분간 투자 매력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유 기업의 주가는 단순한 유가 흐름보다 제품 가격에서 원약 가격을 뺀 '정제마진'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과거 2014~2016년 유가 하락기에는 마진 방어 여부에 따라 정유주 주가가 차별화됐으나, 이번 사이클은 공급 정상화와 수요 둔화가 동시에 발생해 마진이 더 빠르게 압축되는 구조적 붕괴 구간에 진입했다.
중동 분쟁 기간 미국 정유사들은 가동률을 97%까지 끌어올리며 높은 마진을 누렸으나, 해상 물류가 정상화되면 정제마진의 하락이 불가피하다. 그동안 원유 조달에 어려움을 겪던 아시아 정유사들이 가동을 재개하면 휘발유와 디젤 공급이 급증하게 된다.
이는 정유사들의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다. 금융투자업계는 발레로, 마라톤 페트롤리엄, 필립스66 등 정유 전문 기업들이 중동 공급 회복에 가장 취약하므로 당분간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조적 성장 자산으로 거듭난 천연가스 및 LNG
유가 하락 국면에서는 펀더멘털이 탄탄한 거대 석유기업(슈퍼메이저)과 천연가스 중심의 기업이 상대적으로 유망하다. 석유가 경기 변동에 민감한 자산이라면, 액화천연가스(LNG)는 구조적 수요 성장이 뒷받침되는 자산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특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기저 전원으로서 천연가스의 가치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백업 전원 수요가 탄탄한 데다, LNG 인프라 기업들은 대부분 장기 계약(정액제 방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가격 변동성 우려에서 자유롭다.
엑손모빌과 셰브론 등 미국 대형사들은 우수한 생산 효율성과 대규모 정제 사업을 통해 유가 하락 충격을 방어할 역량을 갖췄다.
월가는 이들 기업의 2027년 영업현금흐름이 2400억 달러(약 368조 85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유럽의 쉘과 토탈에너지는 LNG 사업 비중이 높아 유가 민감도가 낮다. 헤네시 에너지 전환 펀드는 미국 가스관 증설의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엑손모빌, 다이아몬드백 에너지, 엔테로 리소시스를 유망 종목으로 꼽았다.
국산 정유·화학 비상…국내 투자자의 생존 가이드
국제유가의 균형추가 이동하면서 국내 증시의 향방도 업종별로 엇갈리고 있다. 마진 피크아웃 소식에 SK이노베이션, S-Oil 등 국내 대표 정유주들은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석유화학 업종 역시 원가 하락 효과보다는 글로벌 수요 둔화에 따른 제품 가격 하락 압력이 더 커 스프레드 불확실성이 짙어졌다.
반면 조선 업종은 카타르 의존도를 낮추려는 글로벌 바이어들의 U.S. LNG 인프라 투자 확대로 인해 LNG선 수주 모멘텀이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 투자자들은 국내 정유·화학주를 고집하기보다 글로벌 자산 배분 관점에서 포트폴리오를 재편해야 한다. 미국 에너지 상장지수펀드(ETF)인 '에너지 셀렉트 섹터 SPDR(XLE)'이나 고배당 성향의 미국 대형 에너지주,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자랑하는 LNG 인프라 관련 마스터합자회사(MLP)형 자산으로 대응하는 것이 유리하다.
에너지 시장의 변화 속에서 투자자가 자산을 지키고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주목해야 할 핵심 체크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란 제재 완화 조치와 비축유의 실제 방출 속도다. 이란산 원유의 시장 진입 속도에 따라 국제유가의 지지선 붕괴 여부가 결정된다.
둘째,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의 배럴당 70달러선 유지 여부다. 70달러선이 깨지면 셰일 가스 업체의 감산과 배당 축소 리스크가 발생한다.
셋째,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천연가스 발전 수요 증가세다. 전력 대란의 대안으로 가스 수요가 받쳐주면 관련 기업의 실적 호전이 지속된다.
지정학적 거품이 걷히고 전쟁이 끝난 시장에서 남는 것은 가격이 아니라 결국 수익성이다. 유가는 이제 '지정학'이 아니라 '현금흐름'으로 평가받는 자산이 되고 있으며, 밸류에이션 중심의 선별적 접근만이 유가 하락 국면에서 생존하는 유일한 열쇠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