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레그린, 2억5000만달러(약 3845억원) 투자 유치…공공안전 데이터 통합 수요 속 감시 논란도
이미지 확대보기2026 북중미 월드컵 개최 도시의 공공안전 운영을 지원하는 인공지능(AI) 데이터 기업인 페레그린 테크놀로지스가 2억5000만달러(약 3845억원)의 신규 투자를 유치해 관련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68억달러(약 10조4600억원)로 평가됐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페레그린이 시리즈D 투자 라운드에서 2억5000만달러를 조달했다고 2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 투자는 기존 투자자인 피프스다운캐피털, 세쿼이아캐피털, OG벤처파트너스, 골드크레스트캐피털, XYZ벤처스, 갓프리캐피털 등이 주도했다.
포춘에 따르면 페레그린은 불과 15개월 전 시리즈C 라운드에서 25억달러(약 3조85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번 투자로 몸값이 한 차례 투자 라운드 만에 세 배 가까이 뛴 셈이라고 포춘은 전했다.
◇ 경찰·911·센서 데이터 한곳에 연결
페레그린은 정부기관과 공공안전 조직이 이미 보유한 데이터를 한곳에 연결해 실시간으로 검색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AI 데이터 통합 플랫폼이다. 경찰 기록, 911 신고 기록, 인허가 데이터베이스, 센서 정보, 비상관리 시스템 등 흩어진 정보를 묶어 현장 지휘관과 담당자가 빠르게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닉 눈 페레그린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포춘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공공안전 책임자들에게 중요한 순간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아동 납치 용의자를 몇 분 안에 특정하거나, 허리케인 대피를 조율하거나, 대형 스포츠 행사 보안 상황실에서 여러 기관의 정보를 한 화면에 통합하는 방식이다.
페레그린은 현재 북미 지역 400개가 넘는 기관과 조직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기관이 관할하는 인구는 약 1억2500만명에 이른다. 눈 CEO는 “지난 1년 동안 고객 기반이 두 배 이상 늘었고, 올해 말에는 약 1000개 도시에 가까운 고객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팔란티어 출신 창업자가 세운 공공안전 AI
페레그린은 닉 눈 CEO와 벤 루돌프 최고기술책임자(CTO)가 공동 창업했다. 두 사람은 스탠퍼드대 남자 체조팀에서 만났고 이후 공공안전 데이터 플랫폼을 함께 만들었다.
눈 CEO는 과거 팔란티어에서 특수작전 관련 사업을 맡았다. 당시 시리아에서 이슬람국가(ISIS)를 추적하는 데 쓰인 정보 플랫폼 관련 업무도 담당했다. 루돌프 CTO는 유엔난민기구(UNHCR)에서 난민 관련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했고 글로벌 보건기술업체 디마기에서도 일했다.
두 기업인은 캘리포니아주 샌파블로 경찰서 형사부서 현장에 들어가 초기 제품을 만들었다. 이후 경찰과 지방정부, 비상대응기관을 상대로 데이터를 통합하고 검색할 수 있는 플랫폼을 확장했다.
페레그린은 자신들이 새로운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소유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기관이 이미 갖고 있는 데이터를 연결하고 역할 기반 접근통제와 감사기록을 붙여 누가 어떤 정보를 왜 조회했는지 추적할 수 있게 한다는 얘기다.
◇ 감시 논란은 성장의 변수
빠른 성장세와 별개로 페레그린은 시민자유 논란의 한복판에도 서 있다. AI가 법집행과 공공안전에 쓰일 경우 범죄 대응 속도는 높일 수 있지만 감시 확대와 개인정보 침해 우려도 함께 커진다.
포춘은 2026년 정보기술혁신재단(ITIF) 조사에서 미국인의 54%가 AI 기반 대규모 감시는 너무 위험하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일부 지역사회 구성원들은 시의회 회의에서 페레그린 계약에 반대하며 회사의 팔란티어 출신 배경을 문제 삼기도 했다.
페레그린은 이런 우려에 대해 얼굴인식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거나 수집하지 않으며, 데이터 오남용이 발생할 경우 이를 능동적으로 표시하는 장치를 구축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법집행 AI 시장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분야인 만큼 이런 장치가 충분한지는 앞으로도 논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비슷한 공공안전 기술업체 플록세이프티도 AI 카메라 네트워크를 앞세워 성장했지만 개인정보와 감시 논란에 부딪힌 바 있다. 페레그린 역시 고객 확대와 함께 감시사회 논란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한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 상장 가능성도 열어둬
페레그린은 이번 투자금을 제품 개발, 엔지니어와 구현 인력 채용, 해외 진출, 직원 유동성 제공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눈 CEO는 “아직 기업공개(IPO)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지만 향후 상장회사로 운영할 수 있는 내부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투자 수요가 공급을 넘어섰고 회사와 함께 성장해온 직원들에게 유동성을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당장 상장을 추진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능성을 닫아두지 않는다는 뜻이다.
공공안전 AI 시장도 커지고 있다. 포춘은 정부기술 AI 시장이 2025년 약 250억달러(약 38조5000억원)에서 2035년 1090억달러(약 167조60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도시와 정부기관이 노후한 데이터 시스템을 현대화하고 사건 대응 속도를 높이려는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페레그린의 성장은 AI가 기업 업무뿐 아니라 도시 운영과 치안, 재난 대응까지 빠르게 파고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공공안전이라는 이름으로 데이터 통합이 확대될수록 감시와 개인정보 보호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