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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원전 부품사 ‘잭팟’ 기회… 美·독 에너지 투트랙에 공급망 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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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원전 부품사 ‘잭팟’ 기회… 美·독 에너지 투트랙에 공급망 요동

미국, 175억 달러 금융 지원으로 대형 원전 10기 발주… 한국 기자재 수혜 기대
독일, 2000만 유로 규모 핵융합 거점 구축 추진… 탈원전 이후 우회 전략
미국과 독일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전력 수요에 대응하고 미래 청정에너지 주도권을 잡기 위해 원자력과 핵융합 발전에 전례 없는 대규모 자금을 쏟아붓는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과 독일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전력 수요에 대응하고 미래 청정에너지 주도권을 잡기 위해 원자력과 핵융합 발전에 전례 없는 대규모 자금을 쏟아붓는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과 독일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전력 수요에 대응하고 미래 청정에너지 주도권을 잡기 위해 원자력과 핵융합 발전에 전례 없는 대규모 자금을 쏟아붓는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대형 원자로 건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자 메가톤급 금융 지원을 단행했고, 탈원전을 고수하던 독일마저 차세대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레이저 핵융합 거점 구축에 본격 착수했다. 이러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지각변동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자재 제조 역량을 갖춘 한국 원전 산업계에 거대한 수출·수주 파이프라인을 열어주는 동시에, 미래 에너지 원천 기술 선점이라는 시급한 과제를 정면으로 제기하고 있다.

AP통신은 미국 정부가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대형 원자로 10기 건설 프로젝트에 175억 달러(268300억 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제공한다고 23(현지시각) 보도했다. 같은 날 독일 포커스 온라인도 독일 정부가 로스토크 지역에 2000만 유로(349억 원)를 투입해 고에너지밀도 물리 연구소(HEDI)를 설립하고 레이저 핵융합 상용화를 위한 전초 기지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글로벌 에너지 안보 패러다임이 대형 원전의 즉각적인 부활과 미래 핵융합 기술 확보라는 투트랙 구조로 급가속하는 양상이다.

, AP1000 10기 플릿 발주… 한국 기자재 '장기 납기' 수혜 기대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언론 브리핑에서 데이터센터 개발업체와 전력회사들이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에 막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전력 자립을 위해 오는 2030년까지 5개 부지에 2기씩 총 10기의 원자로 착공을 완료하고, 2035년 전후로 가동한다는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했다. 이번에 건설되는 원자로 10기는 모두 웨스팅하우스의 3세대 가압경수형 모델인 'AP1000' 설계안을 채택했다. 과거 조지아주 포글 원전 건설 당시 겪었던 막대한 비용 초과와 공기 지연을, 동일 노형을 여러 부지에 일괄적으로 짓는 '플릿(Fleet) 건설' 방식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미국 정부의 자금 지원은 단순 건설비 대출이 아니라, 미국 에너지부(DOE)가 보증하는 패키지 형태로 원자로 압력용기·증기발생기 등 장기 제작이 필요한 핵심 기자재 선구매에 우선 투입되는 저리 대출·보증 패키지 구조다. 이는 제작 기간이 오래 걸리는 핵심 장비를 본 공사 계약이나 상세 설계 완료 전에 미리 주문하는 조달 전략이다.

국내 원전 전력기기 업계에서는 대형 원전 10기가 동시에 발주되면 전 세계적으로 기자재 품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에 AP1000 공급망에서 이미 원자로 압력용기와 증기발생기 등을 공급하며 검증된 제조 역량을 갖춘 한국 기업들이 장기 제작 기자재 수요의 완충재(buffer)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미국 내 환경 단체의 반발이나 정권 교체 시 정책 지속성에 대한 리스크가 상존하므로 미국 시장 진입 장벽에 대한 세밀한 모니터링이 요구된다.

탈원전 독일, 레이저 핵융합 전초기지로 에너지 패권 재도전


러시아산 가스 의존에서 벗어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려는 독일은 전통 원전 재개라는 정치적 부담을 피하는 대신, 차세대 핵융합 기술로 눈을 돌리는 우회 전략을 택했다.

로스토크대와 드레스덴-로센도르프 헬름홀츠 연구소(HZDR)가 주도하는 HEDI 프로젝트는 강력한 레이저 펄스로 연료를 초고밀도로 압축해 점화하는 관성핵융합(ICF, Trägheitsfusion) 연구에 집중한다. 기존 원전 재가동은 탈원전 여론과 정면 충돌할 수 있는 만큼, 핵융합·고에너지밀도 물리 연구를 통해 '차세대 원천기술 확보'라는 명분으로 에너지 패권 경쟁에 재진입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도로테 배어(Dorothee Bär) 독일 연방교육연구부 장관은 세계 최초의 상용 핵융합 발전소를 독일에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기술 선점 의지를 명확히 했다. 독일 정부는 연방 자산과 주 정부 예산을 결합해 매년 안정적인 연구비를 지원하며, 유럽 엑스펠(XFEL) 및 민간 기업 마블 퓨전(Marvel Fusion)과의 공동 연구 체계도 구축했다.

초고압·초고온 환경에서 물질의 동역학적 특성을 규명하는 이 연구는 독일 정부와 연구진이 구상하는 2040년 전후 핵융합 상용화 로드맵의 핵심 기반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한국 원전 산업계에도 단순 기자재 공급을 넘어 차세대 플라즈마 및 레이저 제어 기술 등 미래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과제를 던진다.

한국, 원전 수주 잭팟과 '포스트-SMR·핵융합' 기술 포트폴리오 시험대


미국과 독일의 공격적인 투자는 한국 경제에 상반된 기회와 과제를 동시에 안겨준다. 단기적으로는 웨스팅하우스의 글로벌 밸류체인에 결합된 한국 원전 기자재 및 전력 인프라 기업들의 수주 잔고가 가파르게 늘어나며 실적 개선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발 대형 원전 부활 신호탄이 동유럽과 아시아의 추가 원전 발주 세일즈에도 긍정적인 추진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전력 시장은 소형 모듈 원자로(SMR)와 차세대 대형 원전의 실용화를 병행하면서, 핵융합 발전을 향한 원천기술 경쟁을 가속화하는 다중 트랙 구조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형 원전 수주 낙수효과를 단기 실적 회복에만 소진할 것이 아니라, 플라즈마·레이저 제어, 고에너지밀도 물리 등 차세대 에너지 원천 기술에 대한 전략적 R&D 투자로 연결하는 민관(民官) ‘기술 재투자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원전 잭팟에만 도취할 것이 아니라, 지금 벌어들이는 현금흐름을 토대로 포스트 SMR 시대의 주도권을 지키기 위한 선제적 기술 고도화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