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실적 앞두고 기술주 피로감 부각…WSJ “한 번 사면 팔 필요 없는 주식은 없다”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증시를 이끌어온 대형 기술주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인공지능(AI) 투자 열풍 속에 급등했던 반도체주가 흔들리면서 애플·아마존·테슬라·메타플랫폼스·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도 과거 ‘니프티50’처럼 장기 조정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계론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때 ‘한 번 사면 팔 필요 없는 주식’으로 불렸던 1970년대 니프티50과 최근 매그니피센트7을 비교하며 특정 주도주에 과도하게 쏠리는 투자 흐름의 위험을 24일(이하 현지시각) 짚었다.
WSJ는 “한 번 사면 팔 필요 없는 원디시전 주식(one-decision stock)은 없다”고 지적하며 이같이 보도했다.
원디시전 주식이란 매수한 뒤 별다른 고민 없이 장기 보유하면 된다고 여겨지는 초우량 성장주를 뜻한다. 1970년대 초 미국 증시에서는 코카콜라, 프록터앤드갬블, IBM, 맥도날드, 월트디즈니 등의 대형 우량주를 지칭하는 니프티50(Nifty Fifty)이 이런 주식의 대표 사례로 불렸다.
당시 니프티50은 높은 성장성과 안정성을 이유로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 모두의 사랑을 받았지만 이후 주가가 급락하며 거품 논란의 상징이 됐다. 다만 장기 보유한 투자자는 1997년쯤 손실을 회복하고 S&P500에 근접한 양호한 수익률을 거뒀다는 평가도 있다.
◇ AI 쏠림에 매그니피센트7 부담 커져
WSJ는 니프티50의 사례가 현재 매그니피센트7과 닮아 있다고 지적했다.
매그니피센트7은 2023년과 2024년 S&P500 수익률의 절반 이상을 홀로 만들어낸 주도주였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상승 탄력이 약해졌고 올해 들어서는 나머지 시장보다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AI가 산업 전반을 바꾸는 기술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적다. 그러나 같은 논리는 1990년대 말 인터넷 붐 때도 나왔다. WSJ는 시스코의 사례를 언급했다. 시스코는 2000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으로 올라섰고 시장 지배력과 매출 성장세를 갖췄지만 주가는 고점 회복까지 25년 가까이 걸렸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AI 주도주가 장기적으로 훌륭한 기업일 수는 있어도 현재 가격이 모든 기대를 이미 반영했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 마이크론 실적에 쏠린 눈
단기적으로는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실적이 AI 랠리의 다음 시험대다. WSJ는 마이크론을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주식으로 표현하며 주가가 1년 새 762% 올랐고 시가총액이 1조달러(약 1548조원)를 넘어섰다고 전했다.
그러나 마이크론 주가는 23일 AI 관련주 매도세 속에 13% 급락했다. 마이크론은 24일 장 마감 뒤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메모리 반도체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AI 데이터센터 투자와 직결돼 있는 만큼 마이크론 실적은 AI 반도체 수요의 강도를 확인하는 지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기술주 급락세는 일단 진정되는 분위기다. WSJ는 “미국 주가지수 선물이 혼조를 보이고 이란 협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가는 밤사이 낮아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AI 관련주의 고평가 논란과 막대한 인프라 투자비 부담은 여전히 시장의 핵심 변수로 남아 있다.
AI 하이퍼스케일러들은 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해 막대한 전력을 확보해야 한다. WSJ는 “매그니피센트7 가운데 아마존과 알파벳이 전력 확보에서 앞선 위치에 있다”고 전했다. AI 투자가 단순한 소프트웨어 경쟁을 넘어 전력·데이터센터·반도체·자본조달 경쟁으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 비싸진 주식, 얇아진 인내심
주도주에 대한 우려는 밸류에이션에서도 나온다.
니프티50은 고점 당시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이 약 47배에 달했다. 현재 매그니피센트7의 단순 평균 PER은 이보다 낮지만 매출 대비 주가 기준으로 보면 부담이 더 크다. WSJ는 현재 대표 기술주의 주가매출비율이 후행 매출 기준 11배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단기 시장에서는 가치보다 심리가 더 크게 작용한다. 매그니피센트7이나 AI 관련주가 니프티50처럼 시장을 크게 밑도는 흐름을 보인다면 투자자들이 수십 년을 기다려 회복을 누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지금은 개인투자자도 과거보다 훨씬 쉽고 낮은 비용으로 주식을 팔고 다른 테마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매그니피센트7에 대한 논쟁은 기업의 우수성보다 가격과 기대의 문제에 가깝다. 훌륭한 기업이라도 너무 높은 기대를 안고 거래되면 실적이 좋아도 주가가 흔들릴 수 있다.
마이크론 실적 발표는 이 같은 시장 분위기를 가늠하는 첫 관문이 될 전망이다. 실적과 전망이 높아진 기대를 충족하면 AI 랠리는 숨을 고른 뒤 다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기대에 못 미치면 매그니피센트7과 반도체주를 둘러싼 ‘원디시전 주식’ 신화는 더 큰 시험을 받을 수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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