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락에도 주유소 가격 하락 더디다며 법무부 압박…업계 “원유값과 즉각 연동 안 돼”
이미지 확대보기이란 전쟁 이후 급등했던 에너지 가격이 평화협상과 호르무즈 해협 통항 회복 기대 속에 하락하고 있지만 소비자가 체감하는 주유소 가격은 여전히 높다는 판단에서다.
24일(이하 현지시각) NBC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대형 석유회사들이 유가 하락분을 휘발유 소매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이날 미국 법무부에 즉각 조사를 지시했다.
트럼프는 이날 새벽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대형 석유회사들이 원유 구매 비용이 크게 낮아졌는데도 주유소 가격을 그에 맞춰 내리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격이 바위처럼 떨어지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바가지를 쓰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휘발유 평균가 한 달 새 13% 하락
미국 휘발유 가격은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자동차협회(AAA) 자료에 따르면 24일 오전 기준 미국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92달러(약 6100원)를 기록했다. 한 달 전의 평균 4.52달러(약 7000원)와 비교하면 약 13% 낮아졌다.
미국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지난주 3월 이후 처음으로 갤런당 4달러(약 6200원) 아래로 내려갔다. 소비자에게는 일부 부담 완화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셈이다.
미국 원유 가격도 고점에서 내려왔다. 미국 원유는 23일 배럴당 73.21달러(약 11만3000원)에 마감했다. 이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2월 말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하기 전날보다 6.19달러(약 9600원) 높은 수준이다. 24일에도 원유 가격은 완만한 하락세를 이어갔지만, 연초와 비교하면 여전히 약 25% 높은 수준이다.
◇석유업계 “휘발유값, 원유값과 즉각 같이 움직이지 않아”
석유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반박했다. 미국석유협회(API)는 “소비자들의 주유 부담을 낮추고 글로벌 에너지 시장 안정을 회복한다는 목표는 업계도 공유”한다고 밝혔다.
다만 API는 휘발유 가격이 원유 가격과 완전히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베서니 윌리엄스 API 대변인은 “휘발유 가격은 원유 가격과 정확히 동시에 움직이지 않는다”며 “특히 공급과 정제, 재고에 여전히 영향을 주는 대형 글로벌 충격이 진행 중일 때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휘발유 소매가격은 원유 가격 외에도 정제 비용, 운송비, 주별 세금, 지역 재고, 기존에 비싼 가격에 사들인 물량의 소진 속도 등에 영향을 받는다. 원유 가격이 하락해도 주유소 가격이 일정 시차를 두고 내려가는 이유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주유소 가격 하락 속도가 너무 느리다고 보고 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가와 생활비가 유권자 표심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이번 압박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란 전쟁 부담 완화에도 가격 불확실성 여전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전쟁과 이후 호르무즈 해협 통항 차질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흔들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공급의 약 5분의 1이 지나는 핵심 통로다. 전쟁과 해협 폐쇄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는 급등했고 미국 휘발유 가격도 주유소에서 빠르게 올랐다.
최근에는 미국과 이란의 평화협상, 임시 합의, 해협 재개방 기대가 맞물리며 유가가 하락했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 통항량은 아직 전쟁 전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화 합의가 유지될지에 대한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 미국과 이란은 23일 이란 핵시설에 대한 유엔 사찰 허용 문제를 놓고 서로 다른 설명을 내놨다. 이란 핵 프로그램과 해협 통항, 에너지 수출 조건 등 핵심 쟁점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원유와 휘발유 가격은 당분간 정치·안보 변수에 민감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펜실베이니아주의 핵심 경합 지역을 찾아 물가가 내려가고 있으며 국민들이 2년 전보다 나아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유소 가격은 여전히 미국 소비자들이 가장 쉽게 체감하는 생활비 지표다.
법무부 조사가 실제로 대형 석유회사들의 가격 결정 관행을 겨냥한 본격 수사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분명하다는 관측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압박은 유가 하락분을 소비자 가격에 더 빨리 반영하라는 정치적 메시지로 해석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