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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240억 유로 BESS 배터리 전쟁’… 中 기술 의존 속 기가팩토리 유치전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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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240억 유로 BESS 배터리 전쟁’… 中 기술 의존 속 기가팩토리 유치전 격화

스페인·헝가리 등 13개 전략 프로젝트 중심 가치사슬 확보 경쟁
2030년까지 유럽 BESS 설치 용량 80GW 돌파 전망… 亞 자본 향해 ‘레드카펫’ 우회 전술
스페인, 풍부한 태양광 자원과 저렴한 전력 원가 앞세워 고티옹 등 대형 투자유치 성과
동유럽, 인건비와 부지 경쟁력으로 부상… 아시아 기술 종속 우려 속 실리 확보 주력
유럽 BESS 지도는 순수 저장 시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또한 LFP 셀, 애노드, 음극, 모듈 또는 팩을 생산하는 다목적 기가팩토리도 포함된다. 사진=오로라 에너지 리서치이미지 확대보기
유럽 BESS 지도는 순수 저장 시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또한 LFP 셀, 애노드, 음극, 모듈 또는 팩을 생산하는 다목적 기가팩토리도 포함된다. 사진=오로라 에너지 리서치
탄소 중립 리드타임 단축과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폭증에 직면한 유럽 대륙이 대대적인 배터리 에너지 저장 시스템(BESS) 공급망 구축을 위해 총 240억 유로(약 42조 원) 규모의 초대형 투자유치 경쟁에 돌입했다.

비록 핵심 제조 기술과 스케일은 여전히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자본이 쥐고 있으나, 생산 인프라와 일자리를 영토 내에 유치해 최소한의 산업 자율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적 셈법이다.

24일(현지시각) 유럽 친환경 에너지 전문 매체 에네르히아 에스트라테히카(Energia Estrategica) 보도에 따르면, 오로라 에너지 리서치는 오는 2030년까지 유럽 내 BESS 설치 용량이 80기가와트(GW)를 넘어설 것이며, 이를 위해 240억 유로 상당의 천문학적인 자본이 집중적으로 투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스페인, 헝가리, 폴란드, 독일, 이탈리아, 슬로바키아 등 유럽 주요국들은 리튬인산철(LFP) 셀과 양·음극재, 모듈 및 시스템 팩을 생산하는 13개의 대형 기가팩토리 프로젝트를 두고 치열한 유치전을 전개하고 있다.

중국 빅테크 자본에 ‘레드카펫’ 편 유럽… “공장이라도 안방에 묶어라”


현재 유럽의 에너지 주권 확보 전선은 단순한 저장장치 설치 단계를 넘어 가치사슬 통제와 공장 유치 경쟁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미국 정부가 고강도 보조금 장벽과 함께 중국 자본에 가혹한 통제 펜스를 치는 것과 달리, 기술 격차를 인정한 유럽은 다소 실리적인 노선을 택했다.

안드레스 피니야 안톤(Andrés Pinilla Antón) 라이즌 에너지 BESS 영업 이사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배터리 원천 기술이 중국산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하며, 이 분야의 기술 발전 속도는 우리보다 광년만큼 앞서 있어 숨을 공간이 많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유럽은 ‘원하는 대로 와서 사업하라’며 아시아 자본을 향해 레드카펫을 펼쳐두고 있다”며 “이들이 유럽 영토 내에 정착해 생산과 고용을 이어가는 한, 일정한 산업 자율성에 한 걸음 다가서는 승리로 간주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소유권과 핵심 공학 기술은 아시아에 종속되더라도 공급망 물류 노출을 줄이고 미래 EU 환경 규제 체제 내에 제조 시설을 묶어두겠다는 구상이다.

스페인의 강력한 ‘태양광 무기’… 고티옹·엔비전 등 메가 플랜 가동

이 같은 배터리 전쟁에서 스페인은 복제하기 어려운 독보적인 핵심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 바로 풍부한 일조량을 기반으로 한 저렴한 태양광 재생에너지 자원과 낮은 운영 비용(OPEX)이다. 탄소 발자국 규제가 강화되는 전력 집약적 배터리 제조 공정에서 스페인의 저렴한 녹색 전력은 강력한 유인책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스페인 바야돌리드에 들어서는 ‘고티옹 하이테크(Gotion High-Tech)’ 프로젝트는 약 50억 유로의 투자와 1,000헥타르 규모의 부지를 활용, 대형 태양광 발전소와 배터리 공장을 직결해 전력 원가와 탄소 배출량을 동시에 낮추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또한, 에스트레마두라에 30GWh 규모로 설계된 ‘AESC/엔비전(Envision)’ 기가팩토리와 사라고사에 최대 50GWh 용량을 계획 중인 ‘스텔란티스-CATL’ 합작 공장 역시 LFP 화학 특성과 지역 재생 에너지를 결합해 자동차와 고정식 저장장치 시장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이 외에도 히티움, TDG 이베르나비타스, 세가사, 바스퀘볼트 등이 스페인 배터리 지도를 촘촘히 채우고 있다.

동유럽의 임금 경쟁력 vs 이베리아의 에너지 원가 대결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 이베리아 반도가 에너지 비용 우위를 내세우는 반면, 헝가리와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은 전통적인 제조 기반과 저렴한 노동력, 토지 가용성을 무기로 맞서고 있다.

이미 헝가리 데브레첸에 둥지를 튼 CATL과 EVE 에너지는 헝가리를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들의 확고한 유럽 허브로 안착시켰다. 폴란드 역시 과거 노스볼트 공장 인수를 발판 삼아 그단스크의 리텐(Lyten) 프로젝트를 추가하는 등 데이터 센터와 핵심 BESS 응용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브로츠와프의 LG에너지솔루션, 헝가리의 삼성SDI 및 SK온 등 기존 배터리 거두들의 생산 라인도 대륙 동부에 견고한 방어벽을 형성하고 있다.

다만 유럽의 기가팩토리 지도가 순탄한 확장 랠리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르노와 연계된 프랑스 베르코르(Verkor)나 타타 그룹의 영국 아그라타스(Agratas) 프로젝트 등은 안정적인 진전을 보이고 있으나, 스텔란티스와 메르세데스의 ACC 컨소시엄은 독일과 이탈리아 프로젝트를 일시 유예하거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노르웨이의 모로우 배터리(Morrow Batteries) 사례 역시 집중적인 자본과 확실한 수요 보장, 원자재 공급망 없이는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경고등으로 꼽힌다.

글로벌 무역 관세 전쟁의 포화 속에서 아시아의 고도화된 기술력을 흡수해 자체적인 녹색 인프라 자립을 완수하려는 유럽 각국의 거대한 자본 서바이벌 게임에 글로벌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