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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백악관 연구비 지침 개정 추진… 수천억 달러 R&D 자금 이념 검증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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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백악관 연구비 지침 개정 추진… 수천억 달러 R&D 자금 이념 검증 논란

‘정치적 올바름’ 배제 기치 아래 승인 재량권 신설… 학계 자율성 침해 공방
기초과학 경쟁력 약화 시 글로벌 인재·VC 자금 아시아·유럽 이탈 가능성
미국 행정부가 연방 정부 연구개발(R&D) 자금에 대한 정치적 통제를 강화하는 규정 개정을 추진한다. 글로벌 과학계와 첨단 산업계의 눈이 일제히 쏠린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행정부가 연방 정부 연구개발(R&D) 자금에 대한 정치적 통제를 강화하는 규정 개정을 추진한다. 글로벌 과학계와 첨단 산업계의 눈이 일제히 쏠린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 행정부가 연방 정부 연구개발(R&D) 자금에 대한 정치적 통제를 강화하는 규정 개정을 추진한다. 글로벌 과학계와 첨단 산업계의 눈이 일제히 쏠린다.

정보기술 전문지 더버지는 지난달 29(현지시각)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이 내놓은 개정안이 미국 중심의 첨단 기술 생태계와 학술 협력 구조에 큰 변화를 몰고 올 변수라고 보도했다.

더욱이 인공지능(AI)과 바이오 등 핵심 분야에서 미국 스스로 장기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침을 강제 규정으로 격상… 동료 평가 위 정치 승인 얹나


백악관 예산관리국은 연방 재정 지원 관리 표준 지침을 개정하는 내용의 제안서를 연방 관보에 게시했다. 현재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기존 가이드라인 수준이던 연구비 집행 지침을 강제성을 띤 법적 규정으로 전환한다는 점이다.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백악관이 임명한 공무원이 국가 연구 자금 지원 건에 대해 정책 판단에 따라 승인하거나 보류할 수 있는 재량권을 갖는다. 이는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국립과학재단(NSF) 등이 고수해 온 전문 동료 평가(Peer Review) 체계 위에 사실상 거부권에 준하는 행정부의 최종 승인 절차가 추가되는 구조다.

당국은 연방 재정 집행의 효율성을 높이고 방만한 운영을 막으려는 조치라는 입장이다. 반면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연방 연구 자금은 대통령의 정책 우선순위와 부합해야 한다.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이나 젠더 관련 연구는 지원 심사에서 불이익을 받거나 정책 우선순위에서 배제될 여지가 크다. 과학계 내부에서는 학문의 자율성이 정치 기조에 좌우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안보 중심 협력 제한… 연구 성과 확산 경로 위축 우려


연구 현장에서는 국제 공동 연구와 성과 공유 과정이 까다로워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개정안이 확정되면 안보와 직결된 첨단 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특정 해외 국가 연구진과의 협력을 제한한다. 국제 학술대회 참석 시 사전 승인 절차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 학술지 게재 비용 지원을 제한할 수 있다는 조항도 논란거리다. 공공 연구 성과의 무료 공개를 장려하던 기존 흐름과 다르다. 자금 지원이 묶인다면 연구 성과의 대외 확산 경로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부 민간 단체는 우주항공처럼 민감하지만, 필수적인 글로벌 공조 영역까지 규제 영향권에 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중 연구진이 실시간으로 운영하던 위성 충돌 방지 소통망 같은 최소한의 정보 교류 체계가 끊어질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박사 파이프라인 흔들… 바이오·AI 경쟁력 저하 우려


정책 불확실성은 벌써 이공계 대학원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대학 측 공개 자료와 현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을 포함한 주요 대학의 대학원 신입생 모집 규모가 지난해보다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

미국 내 이공계 박사급 연구원 중 외국인 비중은 43%에 달한다. 연구 환경의 정치 리스크는 인재 확보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연방 R&D 자금의 불안정성이 커지면 AI와 바이오 등 기초 과학을 기반으로 하는 첨단 산업의 동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전직 NIH 관계자들은 행정부의 가치관 변화에 따라 mRNA 기술을 응용한 특정 질환 연구 지원이 철회되거나 보류된 사례를 언급했다. 기술 혁신의 연속성이 끊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자금 대안 찾는 시장… 글로벌 반사이익 수혜국 주목


이번 규정 개정안의 의견 수렴 시한은 오는 713일까지다. 규정 법제화를 막기 위해 과학계의 행정 소송과 의회의 공동 결의안 청원 등이 검토되고 있으나 법 공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 방향이 다시 뒤집힐 수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 연구 투자에는 구조 불확실성이 상존한다.

시장은 이미 연방 자금의 공백과 불확실성을 대체할 시나리오를 계산하고 있다. 국가 보조금에 의존하던 핵심 연구들이 규제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민간 벤처캐피털(VC)이나 빅테크 기업의 자체 R&D 펀딩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재정 여력이 있는 대형 사립대와 달리 정부 보조금 의존도가 높은 주립·공립 대학 연구소들이 먼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규제 강화가 현실화한다면 미국을 기피하는 글로벌 고급 인재와 기술 투자 자금이 캐나다, 영국, 싱가포르 등 규제 완화 정책을 펴는 대체국으로 이동할 수 있다. 앞으로 글로벌 기술 투자자들은 미국의 연방 R&D 예산 집행률 추이와 더불어 주요 이공계 연구 인력의 국적별 이동 데이터를 혁신 역량을 가늠할 핵심 지표로 주시해야 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