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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는 20% 급락했는데…트럼프 “휘발유값 당장 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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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는 20% 급락했는데…트럼프 “휘발유값 당장 내려라”

미·이란 회담 혼선 속 국제유가 소폭 반등
트럼프, 갤런당 2.50달러 요구…전국 평균은 3.85달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국제유가가 6월 한 달간 20% 안팎 급락했지만 미국 휘발유 가격은 더디게 내리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정유·소매업계를 공개 압박하고 나섰다.

미국과 이란의 후속 평화협상 여부를 둘러싼 혼선 속에 원유 시장은 중동 위험 완화와 휴전 불안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다.
CNBC는 원유 시장 참가자들이 미국과 이란의 카타르 회담 가능성을 주시하는 가운데 국제유가가 소폭 상승했다고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같은 날 포브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휘발유 소매가격을 즉시 낮출 것을 업계에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날 8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73.32달러(약 11만4000원)로 0.2% 올랐다. 장 초반 하락분을 지우고 반등한 것이다. 9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0.5% 오른 배럴당 74.29달러(약 11만5000원)에 거래됐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8월물은 0.5% 상승한 배럴당 71.08달러(약 11만원)를 기록했다.

◇브렌트유, 한 달 새 19달러 빠져

이날 소폭 반등에도 6월 전체 흐름은 급락세다. 8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지난달 29일 종가와 비교해 배럴당 약 19달러(약 2만9000원), 비율로는 20%가량 낮아졌다. WTI도 같은 기간 배럴당 약 16달러(약 2만5000원), 19% 안팎 떨어졌다.
유가 급락은 미국과 이란이 이달 중순 임시 휴전에 합의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 차질 우려가 완화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전쟁 확산과 해협 봉쇄 가능성으로 붙었던 위험 프리미엄이 빠르게 빠진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오만과 이란 사이 걸프 지역에 있는 좁은 해상 통로다.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이곳을 지난다. 이 해협에서 통항이 막히거나 선박 공격이 늘어나면 실제 공급 차질뿐 아니라 운임과 보험료 상승을 통해 에너지 가격 전반을 밀어올릴 수 있다.

◇트럼프 “휘발유값 너무 높다”

국제유가가 급락했지만 미국 소비자가 체감하는 휘발유 가격은 여전히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저녁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휘발유 소매업체들이 가격을 “즉시” 낮춰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원유 선물 가격이 이란전 이전 수준으로 내려왔는데도 주유소 가격은 여전히 너무 높다고 주장했다.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높은 휘발유 가격이 가격 폭리에 해당할 수 있다며 소매업체들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목표는 전국 평균 갤런당 2.50달러(약 3900원) 수준이다. 리터로 환산하면 약 1020원이다. 이는 전쟁 전 평균인 갤런당 2.93달러(약 4500원)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30일 기준 미국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85달러(약 6000원)였다. 리터로 환산하면 약 1580원이다. 이는 지난주 4.02달러(약 6200원)보다 낮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2.50달러와는 거리가 있다.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이란전 여파로 지난달 갤런당 4.50달러(약 7000원)를 넘어서며 인플레이션 부담을 키웠다. 이후 미국과 이란이 임시 평화 합의를 맺고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기대가 커지면서 하락세를 보였다.

◇원유와 휘발유 가격은 시차

트럼프 대통령은 원유 가격 하락이 곧바로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지 않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그러나 원유와 휘발유 가격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더라도 시차가 있다.

원유는 정제 과정을 거쳐 휘발유와 경유, 항공유 등으로 바뀐다. 주유소 가격에는 원유 가격뿐 아니라 정제 마진, 운송비, 재고, 세금, 지역별 환경 규제, 소매 유통비가 함께 반영된다. 원유 가격이 떨어져도 정유 제품 수급이 타이트하면 휘발유 가격은 천천히 내려갈 수 있다.

원유시장 분석가인 로리 존스턴은 “원유와 휘발유가 연결돼 있지만 서로 다른 상품”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원유 시장은 일시적으로 느슨해졌지만 휘발유 시장은 원유 대비 매우 타이트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셰브런의 아이미어 보너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지난주 CNBC와 인터뷰에서 “소비자 가격 부담에 공감한다”면서도 “원유 가격 하락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세금도 겨냥

트럼프 대통령은 휘발유 가격 문제를 캘리포니아 주정부에도 돌렸다. 그는 캘리포니아가 휘발유에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며 이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캘리포니아 에너지위원회에 따르면 주의 각종 세금과 환경부담금은 휘발유 가격의 약 20%를 차지한다. AAA 집계 기준 30일 캘리포니아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5.43달러(약 8400원)였다. 리터로 환산하면 약 2220원이다. 이는 알래스카와 하와이에 이어 미국에서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측은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뉴섬 주지사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유가가 오르면 우리는 많은 돈을 번다”고 말한 내용을 상기시키면서 공화당이 가능하게 한 이란전 때문에 미국 소비자의 연료비 부담이 커졌다고 주장했다.

뉴섬 측은 이란전으로 미국 전역에서 추가 연료비가 630억달러(약 97조7000억원)까지 늘었고, 캘리포니아주의 가구당 부담도 올해 지금까지 243.14달러(약 37만7000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도하 회담 놓고 엇갈린 메시지

시장의 관심은 미국과 이란이 임시 휴전을 실제 협상으로 이어갈 수 있느냐에도 쏠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이 회담을 요청했다며 양국이 30일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말 사이 양측이 다시 공격을 주고받은 뒤 나온 발언이다.

그러나 이란 외교부는 향후 며칠 안에 미국과 회담이 예정돼 있다는 보도를 부인했다. 이란 기술 대표단이 이번 주 카타르를 방문하지만 이는 미국 관리들의 카타르 방문과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엇갈린 메시지는 이달 초 미국과 이란이 체결한 임시 평화 합의가 여전히 취약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양국은 지난 17일 교전을 멈추고 후속 협상을 진행하기 위한 14개 항의 양해각서를 마련했다. 그러나 실제 회담 일정과 의제를 놓고는 여전히 신뢰가 부족한 모습이다.

◇“시장은 임시 휴전을 영구 합의처럼 반영”

에너지 분석가들은 최근 유가 하락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고 보고 있다. ING 전략가들은 보고서에서 최근 가격 흐름이 미국과 이란의 임시 휴전을 영구 합의처럼 받아들이는 시장 심리를 반영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는 지나치게 낙관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ING는 “지난 4개월 동안 상황이 매우 빠르게 바뀌어왔고, 임시 휴전에 합의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핵 문제까지 포함한 영구 합의를 60일 안에 이루는 것은 매우 낙관적인 전망이라는 것이다.

협상 지연은 유가의 하락세를 제한할 수 있다. 휴전이 연장되더라도 근본 문제를 뒤로 미루는 방식이라면 시장은 언제든 다시 중동 위험을 가격에 반영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유가 급락에도 물가 부담은 정치 쟁점

최근 유가 하락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는 요인이다. 원유 가격이 안정되면 휘발유와 항공유, 운송비, 석유화학 제품 가격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소비자가 매일 체감하는 것은 원유 선물가격보다 주유소 가격이다. 원유가 급락했는데도 휘발유 가격이 충분히 빨리 내려가지 않으면 물가 불만은 정치 쟁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휘발유 소매업체를 압박하는 것도 이 때문이란 지적이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높은 주유소 가격은 가계 부담과 직결되고 경제 운영에 대한 유권자 평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