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TPUv9 변종 '트리거피시' 설계 파트너로 대만 미디어텍 유력 거론… 브로드컴 역할 축소 관측
TSMC·인텔 넘나드는 대만계 공급망 속 한국 HBM, 엔비디아 편중 탈피할 ‘제2 수요 축’ 기대
TSMC·인텔 넘나드는 대만계 공급망 속 한국 HBM, 엔비디아 편중 탈피할 ‘제2 수요 축’ 기대
이미지 확대보기구글은 차세대 TPUv9 시리즈 고성능 변종 모델인 '트리거피시(Triggerfish)' 개발을 위한 핵심 주문형반도체(ASIC) 설계 파트너로 대만 미디어텍을 낙점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고 시킹알파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대만 GF증권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소식통은 이번 계약이 최종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으며, 오는 2027년 말 생산을 시작해 2028년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갈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브로드컴 독점 체제 균열…비용·PPA 최적화가 열쇠
구글의 이번 결정은 완전한 결별보다 역할 분담에 무게가 실린다. 브로드컴은 기존 TPU 개발에서 인터커넥트와 핵심 네트워킹 지식재산권(IP)을 제공하며 독점 지위를 누렸다. 구글은 네트워킹 영역에서는 브로드컴 기술력을 계속 활용하되, 연산 핵심부 설계에서는 미디어텍을 끌어들여 비용 부담을 낮춘다는 전략이다.
구글이 요구하는 ‘전력 대비 성능(PPA)’ 최적화와 비용 구조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설계 파트너가 미디어텍이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모바일 시스템온칩(SoC) 분야에서 축적한 미디어텍의 저전력 설계 노하우는 대규모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모를 줄여야 하는 구글의 요구와 부합했다.
트리거피시는 기존 TPUv9 기본형(휴무피시)보다 정적랜드메모리(SRAM) 용량을 2~3배 늘려 칩 내부 연산 효율을 높인다. 전용 중앙처리장치(CPU) 타일까지 한 패키지에 통합해 훈련과 추론을 동시에 제어하는 구조로 설계 중이다. 미디어텍은 과거 메타의 스마트글래스 칩 협력과 인프라용 ASIC 역량을 앞세워 기존 브로드컴이 독점하던 핵심 가속기 영역 진입 기회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브로드컴의 입지는 좁아졌다. 오는 2028년 브로드컴이 확보할 구글의 신규 TPU 제품군은 '웨일피시' 하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소문으로 돌던 브로드컴의 2나노미터(nm) 프로젝트 '블레이드러너' 역시 아직 개발 단계에 진입하지 못한 것으로 관측된다.
2나노 공정까지 동맹 확장…미디어텍 ASIC 매출 53% 상향
이에 따라 시장의 실적 눈높이도 급등했다. GF증권은 구글 TPU 물량 확대를 근거로 미디어텍의 2028년 ASIC 부문 매출 전망치를 기존 15억 달러(약 2조3200억 원)에서 23억 달러(약 3조5500억 원)로 53.3% 상향 조정했다.
연간 AI 인프라 자본지출(CAPEX)에만 수십조 원을 쏟아붓는 구글의 구매력을 감안할 때, 전체 ASIC 시장 내 미디어텍의 점유율도 2028년 20% 선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려는 구글의 가속기 비중 확대 속도가 빨라질수록 미디어텍의 수혜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한국 HBM ‘제2 수요 축’ 확보…파운드리는 TSMC 쏠림 고심
구글의 설계 파트너 변경은 한국 반도체 생태계의 향후 수주 지형도를 흔드는 변수다. 설계 주도권이 대만계로 기울면서 HBM과 첨단 패키징 공급망의 연쇄 이동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우선 HBM 부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에게 강력한 추진력이다. 구글 트리거피시는 연산 병목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인 HBM4E 탑재를 계획하고 있다. 구글 내부 설계팀이 메모리 규격을 주도하는 만큼 파트너 변경과 무관하게 한국 기업들의 HBM 공급 구조는 견고하게 유지될 전망이다.
이는 한국 반도체 업계가 엔비디아 편중 구조에서 벗어나는 ‘제2 HBM 수요 축’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투자 관련 시사점이 핵심이다.
반면 파운드리와 패키징 부문은 셈법이 복잡하다. 미디어텍은 대만 TSMC의 최신 공정 최적화 경험이 풍부하고, 첨단 패키징(CoWoS) 생태계와 결부돼 있다.
이로 인해 구글 TPU 생산이 TSMC로 쏠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변수도 존재한다. 이번 TPUv9 변종 라인업의 경우 TSMC의 CoWoS 병목을 우회하기 위해 인텔의 첨단 패키징(EMIB)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이 함께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개발하는 2나노 GAA 공정의 초기 수율을 빠르게 안정시킨다면, 구글의 가속기 칩셋 다변화 수요에 맞춰 일부 물량을 확보할 반전 카드는 여전히 살아있다.
대형 가속기 설계 검증과 구글 자체 통제력은 해결 과제
다만 미디어텍의 급부상에 낙관론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미디어텍이 스마트폰 칩 영역에서는 강자이지만, 데이터센터용 초대형 AI 가속기를 단독 리드한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은 리스크 요인이다.
초고속 인터커넥트 구조와 복잡한 칩렛 패키징 구현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구글 내부의 통제력도 변수다. 구글은 완전 외주 형식을 취하지 않고 내부 자체 설계팀이 핵심 아키텍처를 강력하게 통제한다. 미디어텍의 역할이 예상보다 단순 구조 구현에 그칠 경우 실제 매출 영향은 제한될 수 있다.
브로드컴이 네트워킹과 부품 영역에서 강력한 IP를 무기로 언제든 지위를 회복할 수 있다는 점도 미디어텍이 넘어야 할 산이다.
글로벌 AI 칩 시장의 판도를 바꿀 이번 공급망 재편 속에서 투자자가 지켜볼 핵심 지표는 세 가지다. ① 미디어텍 설계 기반 TPUv9의 초기 수율 확보 여부 ② TSMC와 인텔 패키징 혼용에 따른 한국 HBM 조달 비율 변동 추이 ③ 삼성전자 2나노 GAA 공정의 빅테크 수주 가시화 시점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