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투명한 '144A 채권'과 순환금융의 덫…메타·MS 지출 부채로 전환, AI 침체 시 금융권 전반 확산 경고
빅테크 캐펙스 경고등에 BIS·연준 압박 가중…데이터센터 투자 둔화 시 삼성·SK HBM 전선 타격 우려
빅테크 캐펙스 경고등에 BIS·연준 압박 가중…데이터센터 투자 둔화 시 삼성·SK HBM 전선 타격 우려
이미지 확대보기국제결제은행(BIS)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낸 연차 경제보고서에서 AI(인공지능) 투자 붐을 세계 경제를 흔들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BIS는 인플레이션 재확산과 재정 부담, 금융 취약성 확대를 함께 짚었다.
파블로 에르난데스 데코스 BIS 사무총장은 비은행 금융기관 중심의 사모신용 구조가 은행권보다 완충 장치가 약하다고 지적했다. 투자심리가 꺾이면 자산 매각과 부채 축소가 동시에 일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BIS는 AI가 업무 시간을 20~50% 줄이는 효과도 이미 나타난다고 짚었다.
빅테크의 위험한 질주…영업현금 넘어 '채무 발행'으로 AI 돌진
빅테크 기업들의 자금 부담은 수치로 드러난다. 메타의 1분기 자본지출(CAPEX)은 198억 달러(약 30조 8500억 원)로 자유현금흐름(FCF) 124억 달러(약 19조 3200억 원)를 넘어섰다. 메타는 같은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올해 캐펙스 전망치를 1250억~1450억 달러(약 194조~225조 원)로 올렸다.
이에 따라 알파벳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도 지출 재원을 영업현금흐름에서 채무 발행으로 옮기는 추세다.
규제 사각지대 '144A 채권'…중복 담보와 순환금융의 덫
지난달 11일 미국 부동산 매체 비즈노우는 AI 데이터센터 건설 자금 다수가 '144A 채권'으로 조달된다고 전했다. 이 채권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등록 없이 기관투자자에게만 팔리는 비공개 채무증권이다. 이 시장은 1년 전만 해도 거의 없어 거래 이력이 매우 짧다.
다만 비즈노우는 이 채권들이 장기 임대료 현금흐름을 담보로 삼아, 다른 사모신용 상품보다 안전한 편이라고 짚었다. 최근 블루오울캐피털과 메타는 270억 달러(약 42조 원) 규모의 합작을 맺었으며, 지난해 11월 이후 400억 달러(약 62조 3200억 원) 넘는 자금이 이 방식으로 조달됐다.
법무법인 퀸이매뉴얼에 따르면 현재 데이터센터 채무 발행액은 1820억 달러(약 283조 원)로 늘어난 상태다.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사)가 지난해 발행한 회사채는 1210억 달러(약 188조 원)로 5년 평균의 네 배에 달한다. 블랙스톤과 블루오울캐피털, 아폴로, 핌코, 블랙록 등 5개 대형 사모신용사가 이 대출의 대부분을 맡고 있다.
BIS 불레틴 120호는 AI 기업 대상 사모신용 대출이 2010년 30억 달러(4조 6700억 원)에서 2025년 400억 달러(약 62조 3200억 원)로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분과 채무, 공급계약이 뒤섞인 '순환금융(Circular financing)' 구조가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같은 자산이 중복 담보로 잡히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 BIS의 설명이다. 실제로 하이퍼스케일러 회사채의 신용부도스와프(CDS) 스프레드도 같은 기간 상승했다.
"통제 불가능한 조정 속도"…금융당국과 미 정계의 잇따른 경고음
장타오 BIS 아시아태평양 수석대표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AI 투자심리가 꺾이면 비은행 금융기관 간의 촘촘한 연결성 때문에 조정 속도가 과거 은행 위기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안정위원회(FSB) 역시 지난 5월 6일 보고서에서 사모신용시장 규모조차 통일된 정의가 없다는 점을 심각한 취약성으로 짚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하이퍼스케일러 임차인의 임대료 상환 능력을 데이터센터 채권 심사의 핵심 변수로 꼽았다.
정치권의 압박도 시작됐다. 지난 1월 미국 상원의원 4명은 규제당국에 공개서한을 보내 AI 업계가 불투명한 채무시장에 의존해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채 상환에 실패하면 손실이 금융기관 전반으로 퍼질 수 있다는 경고다.
시장의 과열을 반영하듯, 톰 하퍼 갤러거 데이터센터 부문장은 CNBC에 "2023년만 해도 200억 달러(약 31조 1600억 원) 규모 캠퍼스의 보험 인수는 거의 불가능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연준 매파 기조 복병…삼성·SK하이닉스 HBM 전선으로 튀는 불똥
이러한 글로벌 금융 리스크는 국내 반도체 산업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데이터센터 투자가 줄어들면 핵심 부품인 GPU 수요가 둔화하고, 이는 곧 HBM4 등 고부가 메모리 주문의 지연이나 축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매출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오라클 등 소수 하이퍼스케일러의 지출 규모에 절대적으로 좌우된다. 현재 업계에서는 급격한 발주 취소보다는 공급 지연 가능성이 먼저 거론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 변수도 겹친다. 6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매파(통화 긴축 선호) 쪽으로 돌아선 연준의 기조가 이번 BIS의 경고와 맞물릴 경우,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조달 비용 상승과 자산가치 하락이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하게 될 전망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