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립부탄은 1959년 말레이시아의 화교 가문에서 태어났다. 그 당시 동남아시아 전역을 휩쓴 반(反)화교 정서와 정치적 격변 속에서 립부탄의 선조들은 생존과 번영을 위해 끊임없이 이주해야 했다. 그는 말레이시아에서 유년기를 보냈으나, 청소년기에는 싱가포르와 대만을 거치며 아시아 특유의 교육열과 철저한 상인 정신을 흡수했다.
대만 Nanyang 대학교에서 물리학 학사를 마친 그는 기술 패권의 중심지인 미국으로 건너가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에서 원자핵공학 석사를, 그리고 이어 샌프란시스코 대학교(USF)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했다.이 과정에서 그는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며 공식적으로 미국 국적자가 되었다.립부탄이라는 인물이 가진 국적과 출생의 배경은 훗날 미·중 패권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미국 정부와 아시아 제조 생태계를 연결하는 대체 불가능한 교량의 역할을 하게 만드는 자산이 된다.
대학을 졸업한 립부탄은 엔지니어의 길 대신 자본 시장의 투자가로 방향을 틀었다. 1987년, 자신의 투자 회사인 월든 인터내셔널(Walden International)을 창립했다. 당시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들은 인터넷, 소프트웨어, 바이오 등에 눈이 멀어 있었으나, 립부탄의 시선은 철저히 '하드웨어'와 '반도체 바닥'을 향했다. 그는 아시아와 미국의 크로스보더(국경 간) 투자에 독보적인 두각을 나타냈다. 대만의 TSMC가 유치한 초기 자본 중 상당수가 그의 인맥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다국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이반다(Inphi), 암바렐라(Ambarella) 등 초기 반도체 스타트업들을 발굴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냈다.이 시절 반도체 업계에서는 "립부탄의 돈을 받지 않은 기술 기업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립부탄은 현장 엔지니어들과 자본가들 사이에서 '마이다스의 손'이자 전설적인 인물로 통했다.
립부탄은 2022년 인텔의 이사회 멤버로 전격 영입되었다. 당시 팻 겔싱어 CEO 체제의 인텔은 파운드리 재진입을 선언했으나 미세공정 수율 확보에 실패하며 천문학적인 적자를 내고 있었다. 인텔 이사회는 립부탄의 반도체 전문성과 아시아 파운드리 인맥이 제국을 구원해 주길 바랐다. 2024년 8월, 립부탄은 돌연 인텔 이사회 사퇴를 선언하며 월가에 큰 충격을 주었다. 당시 표면적인 이유는 "개인적인 일정과 투자 사업에 집중하기 위함"이었으나, 실질적으로는 인텔의 비대해진 관료주의와 과도한 정부 의존적 성향에 대한 깊은 환멸 때문이었다는 것이 월가의 정설이다.
그 당시 인텔은 현장 엔지니어들의 목소리보다 재무통들의 입김이 셌다. 팻 겔싱어는 공장 수율을 잡는 대신 백악관을 찾아가 보조금을 구걸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앤디 그로브 시절의 '편집증적 위기의식'이 사라진 인텔의 내부 문화를 목격한 립부탄은 "이 상태로는 TSMC를 절대 추격할 수 없다"고 경고하며 미련 없이 이사회를 떠났다. 립부탄의 사퇴 소식이 전해진 당일 인텔의 주가는 하루 만에 6% 이상 폭락하며 시장의 실망감을 그대로 반영했다. 립부탄이 떠난 제국은 무섭게 붕괴했다. 2024년 말 인텔의 시가총액은 1,000억 달러 선 아래로 고꾸라졌고, 다우존스 지수에서 퇴출당하는 치욕을 겪었다.
2025년 중반에는 자금난으로 인해 파운드리 사업부를 해외 자본에 분할 매각해야 한다는 파산 시나리오까지 흘러나왔다.이 임계점에서 움직인 것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미국 국방부였다. 2025년 8월, 트럼프 대통령은 89억 달러의 안보 자금을 투입해 인텔 지분 9.9%를 인수하는 '국유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단순한 자금 수혈이 아니었다. 기업을 강제로 살려내기 위해서는 이 거대한 공룡의 체질을 뜯어고칠 수 있는 '지상 최고의 사령관'이 필요했다.트럼프 행정부와 국방부는 이사회를 떠났던 립부탄을 다시 백악관으로 호출했다.
립부탄이 인텔의 CEO 제안을 수락하게 된 결정적 배경에는 세 가지 지정학적·재무적 변곡점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립부탄에게 이사회 구조조정 및 인적 쇄신에 대한 100%의 전권을 보장했다.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케이던스식 피의 숙청'을 단행할 수 있는 판을 깔아준 것이다. 미국 정부는 또 애플, 엔비디아, AMD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을 압박해 인텔의 최첨단 18A(1.8나노급) 파운드리 물량을 강제로 수주하도록 서약 시켰다. 고질적인 물량 부족과 가동률 문제를 정부가 해결해 주자, 립부탄은 제조 기술력만 고도화하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미국 국방부의 '시큐어 엔클레이브' 프로그램을 통해 매년 수십 억 달러의 고마진 군사용 특수 칩 생산 물량이 인텔 파운드리에 독점 배정되었다.
립부탄 취임과 트럼프의 베팅이 결합한 지 불과 9달 만에 인텔의 시가총액은무려 6배 폭등했다. 립부탄이라는 인물의 일대기와 그가 이끄는 인텔의 부활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인텔을 향해 "미국 엔지니어들의 안일한 문화로는 대만의 TSMC나 한국의 치열한 제조 정신을 절대 따라올 수 없다"며 비웃었다. 지금 인텔의 사령탑에 앉은 인물은 미국식 관료주의에 물든 백인 경영자가 아니다. 동남아 화교의 생존 DNA를 가지고 대만 반도체 인맥의 핵심을 쥐고 있으며, 파산 직전의 케이던스를 살려낸 지독한 실리공주의자 립부탄이다.그는 미국 정부라는 전대미문의 권력과 자본을 등에 업고, 한국과 대만의 핵심 기술 인재들을 무차별적으로 빨아들이며 인텔의 부실했던 제조 현장에 격렬한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고 있다.
이제 인텔과의 경쟁은 단순한 '기업 대 기업'의 기술 싸움이 아니다. 립부탄이라는 반도체 거장의 날카로운 전략과, 무슨 수를 쓰더라도 자국 반도체를 키우겠다는 미국 여론 및 백악관의 강력한 패권주의가 결탁한 '국가적 연합체'를 상대해야 하는 싸움이다.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유념해야 한다. 립부탄이 이끄는 인텔은 성벽 안에서 연명하는 부실기업이 아니라, 미국의 힘을 빌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주역으로 빠르게 복귀하고 있는 무서운 포식자다. 초격차의 왕관은 영원하지 않으며, 적의 사령관이 누구냐에 따라 전쟁의 판도는 완전히 바뀐다. 립부탄의 인텔이 쏘아 올린 부활의 신호탄을 우리는 가장 무겁고 예리한 시선으로 대비해야 할 것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