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깜짝 실적 반복 쉽지 않아”…반도체 쏠림 완화 속 하이퍼스케일러 재평가
이미지 확대보기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은 미국 기업들의 ‘깜짝 실적’ 행진이 이번 실적 시즌에는 이전만큼 강한 증시 랠리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골드만삭스의 진단이 나왔다. AI 관련주가 이미 큰 폭으로 오른 만큼 시장의 눈높이가 높아졌고, 단순한 실적 호조만으로는 추가 상승 동력을 만들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8일(현지시각) 크리스티안 뮐러-글리스만 골드만삭스그룹 자산배분 리서치 책임자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이번 실적 시즌의 기준선은 분명히 높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기업들이 여전히 시장 전망을 웃도는 실적을 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러나 지난 실적 시즌처럼 AI발 실적 서프라이즈가 대거 쏟아져 증시를 강하게 밀어 올리는 흐름은 반복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 높아진 눈높이, 실적만으로 랠리 어렵다
특히 지난 실적 시즌에는 AI 수요가 매출과 이익 전망을 끌어올리면서 대형 기술주가 증시 상승을 주도했다. 엔비디아와 마이크론, 브로드컴 같은 반도체 관련주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메타 같은 하이퍼스케일러도 AI 인프라 투자 확대의 핵심 축으로 부각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시장은 이미 AI 수요 확대와 실적 호조를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했다. 따라서 기업들이 예상을 조금 웃도는 정도의 실적을 발표하더라도 주가가 크게 오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뮐러-글리스만 책임자는 기업들이 전망치를 넘어서는 실적을 낼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이번 실적 시즌의 기대치가 매우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이는 실적 발표 자체가 증시의 대형 랠리를 촉발하기에는 부담이 커졌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반도체 쏠림은 되돌림 조짐
골드만삭스는 특히 반도체를 향한 과도한 쏠림에 주목했다. 뮐러-글리스만 책임자는 반도체를 향한 레버리지 포지션이 다소 “극단적” 수준까지 갔고, 그 흐름이 되돌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AI 랠리의 중심이던 반도체주에 대한 투자 열기가 일부 식고 있다는 의미다. AI 칩과 메모리, 반도체 장비는 여전히 구조적 성장 분야로 꼽히지만, 단기간 급등한 주가와 높은 기대치가 부담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반도체주는 AI 투자의 초기 수혜를 가장 직접적으로 누렸다. 데이터센터 확장에는 그래픽처리장치(GPU), 고대역폭메모리(HBM), 네트워크 반도체, 전력 반도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질문은 달라진다. 단순히 AI 인프라를 얼마나 많이 짓느냐가 아니라, 그 인프라가 실제 수익으로 얼마나 빠르게 연결되느냐가 핵심이 된다.
이 지점에서 반도체 공급업체와 하이퍼스케일러의 평가가 갈릴 수 있다. 반도체 업체들은 AI 투자 확대의 직접 수혜를 받지만, 주가는 이미 높은 성장 기대를 반영했다. 반면 하이퍼스케일러는 막대한 자본지출 부담을 안고 있지만, 동시에 AI 인프라와 고객 접점을 직접 보유하고 있다.
◇ 하이퍼스케일러는 여전히 유리
뮐러-글리스만 책임자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상당히 좋은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이 여전히 많은 인프라를 직접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퍼스케일러는 대규모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빅테크 기업을 뜻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메타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AI 모델 개발과 서비스 제공, 클라우드 인프라 운영, 기업 고객 확보를 동시에 수행한다.
AI 투자 초기에는 반도체 기업이 가장 뚜렷한 수혜주로 부각됐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하이퍼스케일러가 AI 투자 비용을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고 있다.
하이퍼스케일러는 막대한 자본지출을 감당해야 한다. 데이터센터 건설, 전력 확보, 냉각 설비, AI 서버 구매에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간다. 그럼에도 자체 클라우드 고객망과 플랫폼,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어 투자 회수 가능성도 함께 갖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진단은 시장의 초점이 ‘AI 반도체를 누가 파느냐’에서 ‘AI 인프라를 누가 수익화하느냐’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 AI 투자, 비용과 수익의 균형 시험대
이번 실적 시즌의 핵심은 AI 투자 효과의 검증이다. 빅테크는 지난 몇 분기 동안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확보를 위해 대규모 자본지출 계획을 내놨다. 시장은 이를 성장 투자로 받아들이며 주가 상승을 정당화해왔다.
그러나 AI 투자가 커질수록 비용 부담도 함께 커진다. 감가상각, 전력비, 부동산, 서버 교체, 인력 비용이 뒤따른다. 투자자들은 이제 단순한 투자 규모보다 AI가 실제 매출 증가와 마진 개선으로 이어지는지를 확인하려 한다.
AI 인프라가 기업 고객의 클라우드 지출 확대, 광고 효율 개선, 소프트웨어 생산성 향상, 검색과 커머스 수익 증가로 연결된다면 하이퍼스케일러의 높은 밸류에이션은 정당화될 수 있다.
반대로 투자비만 늘고 수익화 속도가 느리다면 시장의 재평가는 불가피하다. 지난 실적 시즌의 깜짝 실적이 이번에도 반복되기 어렵다는 골드만삭스의 전망은 바로 이 부담을 반영한다.
◇ 증시 강세장의 동력은 여전히 실적
골드만삭스는 미국 증시 강세장의 핵심 동력이 기업 실적이라는 점은 인정한다. 최근 골드만삭스 자체 분석에서도 1분기 미국 기업 실적은 수십 년 만에 손꼽힐 만큼 강한 흐름을 보였고, 2분기에도 이익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문제는 좋은 실적이 이미 기본값이 됐다는 데 있다. 시장이 강한 실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기업들은 단순한 전망치 상회만으로는 투자자를 만족시키기 어렵다.
이는 고평가 논란과도 연결된다. AI 관련주는 미래 성장성을 반영해 높은 주가수익비율을 적용받고 있다. 높은 밸류에이션을 유지하려면 매 분기 실적뿐 아니라 향후 성장 경로까지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한다.
이번 실적 시즌에서 시장이 주목할 부분도 매출과 이익 수치 자체에 그치지 않는다. AI 투자 계획, 데이터센터 가동률, 클라우드 수요, 마진 전망, 반도체 공급 병목, 전력 확보 전략 등이 모두 주가 반응을 좌우할 수 있다.
◇ 랠리의 다음 단계는 ‘검증’
AI 랠리는 아직 끝났다고 보기 어렵다. 기업들의 AI 지출은 계속 늘고 있고, 클라우드와 반도체, 네트워크 인프라 수요도 견조하다. 그러나 랠리의 성격은 달라지고 있다.
초기에는 AI라는 테마 자체가 주가를 끌어올렸다. 이제는 어떤 기업이 실제 수익을 만들고, 어떤 기업이 비용 부담만 키우는지가 중요해졌다.
반도체주는 여전히 AI 인프라 확대의 핵심 수혜주다. 하지만 과도한 포지션 쏠림이 완화되는 과정에서는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하이퍼스케일러는 막대한 투자 부담에도 인프라와 고객 기반을 보유했다는 점에서 다시 평가받을 여지가 있다.
골드만삭스의 메시지는 단순한 비관론이 아니다. 기업 실적은 여전히 강할 수 있지만, 시장이 요구하는 기준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진단에 가깝다.
결국 이번 실적 시즌은 AI 랠리가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지를 가르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시장은 더 이상 ‘AI를 한다’는 선언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제 필요한 것은 AI 투자가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구체적 증거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