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링크·레오부터 AI 컴퓨팅·칩까지 사업영역 중첩…매출 격차에도 밸류에이션 논쟁
이미지 확대보기스페이스X와 아마존이 위성인터넷에서 클라우드·AI 인프라, 반도체, 광고 플랫폼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에서 겹치는 빅테크 경쟁 구도로 들어섰다.
한쪽은 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기업이자 클라우드 기업이고, 다른 한쪽은 로켓과 위성인터넷으로 성장한 우주기업이지만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충돌 지점이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13일(이하 현지시각) 스페이스X와 아마존을 “닮은꼴 기술기업”으로 비교했다.
두 회사의 합산 기업가치는 4조5000억달러(약 6723조원)에 이른다. 아마존은 이미 거대한 현금창출력을 갖춘 기업이고, 스페이스X는 상장 이후 2조달러(약 2988조원) 안팎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빠르게 추격하는 구도다.
포춘은 “두 회사는 겉으로는 온라인 유통과 로켓이라는 전혀 다른 사업에서 출발했지만 현재는 위성통신과 AI 컴퓨팅, 자체 칩, 광고 플랫폼을 동시에 보유한 복합 기술기업이라는 점에서 닮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 아마존의 1997년과 스페이스X의 2026년
포춘은 스페이스X의 현재 상황을 1997년 아마존과 비교했다.
아마존은 1997년 주당 18달러(약 2만7000원), 기업가치 4억3800만달러(약 6540억원)로 상장했다.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한 아마존은 닷컴버블 붕괴 뒤 주가가 90% 급락했지만 이후 클라우드, 광고, 물류, 구독 서비스를 갖춘 2조6000억달러(약 3884조원) 규모의 복합기업으로 성장했다.
스페이스X는 지난달 주당 135달러(약 20만2000원)에 상장했다. 스페이스X는 지난해 49억달러(약 7조3000억원)의 순손실을 냈지만 기업가치는 빠르게 2조달러 수준으로 올라섰다.
차이는 숫자에 있다. 아마존은 지난해 매출 7169억달러(약 1071조원)와 영업이익 800억달러(약 119조5000억원)를 냈다. 반면 스페이스X는 매출 187억달러(약 27조9000억원)에 영업손실 26억달러(약 3조9000억원)를 기록했다.
◇ 스타링크가 떠받친 스페이스X 가치
스페이스X의 핵심 수익원은 위성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다.
스타링크는 지난해 매출 114억달러(약 17조원)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50%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44억달러(약 6조6000억원)에 달했다. 영업이익률은 39%로 집계됐다.
스타링크는 스페이스X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사업부로 평가된다. 투자은행 스티펠의 부문가치 평가에서는 스타링크 가치가 1조2500억달러(약 1868조원)로 산정됐다. 이는 스페이스X 기업가치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스타링크는 이미 항공과 해운, 농업 장비 분야의 대형 고객을 확보했다. 유나이티드항공, 카니발, 머스크, 존디어 등이 고객 명단에 포함됐다. 위성 수에서도 스페이스X는 압도적 우위를 갖고 있다. 스타링크는 지구 저궤도에 9600기 안팎의 위성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성장 비용도 크다. 포천은 팩트셋 자료를 인용해 스페이스X가 향후 4년 동안 성장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약 2500억달러(약 373조5000억원)의 부채 조달이 필요할 수 있다고 전했다. 스타링크의 현금창출력이 커졌지만 스페이스X 전체 확장을 떠받치기에는 여전히 부담이 크다는 의미다.
◇ 아마존 레오, 스타링크 추격
아마존은 위성인터넷 분야에서는 후발주자다.
아마존의 저궤도 위성 인터넷 사업 레오는 이제 본격 배치 단계에 들어섰다. 스타링크가 수천 기 위성망을 운영하는 데 비해 레오는 아직 수백 기 수준이다. 그러나 아마존은 이 시장을 장기 성장 분야로 보고 있다.
아마존은 4월 위성통신 기업 글로벌스타를 116억달러(약 17조3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레오 위성망을 확대하고 기업 고객용 서비스를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아마존은 기업용 고성능 단말기인 레오 울트라도 공개했다. 회사는 이 장비가 가장 빠른 위성인터넷 안테나라고 설명했다. 항공 와이파이 시장도 겨냥하고 있다. 아마존은 델타항공, 제트블루와 계약을 맺고 2028년부터 수백 대 항공기에 레오 기반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아마존의 강점은 AWS와의 결합 가능성이다. 위성인터넷은 단순 소비자 인터넷을 넘어 원격지 기업 네트워크, 군사·정부 통신, 선박·항공 데이터 연결, 클라우드 서비스와 맞물릴 수 있다. 아마존은 이 지점에서 스타링크와 다른 경쟁력을 만들 수 있다.
◇ AWS와 테라팹, AI 인프라 경쟁
두 회사의 더 큰 충돌 지점은 AI 컴퓨팅이다.
아마존은 클라우드 시장을 사실상 개척한 기업이다. 아마존웹서비스는 지난해 매출 1287억달러(약 192조3000억원), 영업이익 456억달러(약 68조1000억원)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35%였다.
AWS는 올해 1분기에도 매출 376억달러(약 56조2000억원)를 냈고 성장률은 28%에 달했다. 아마존 최고경영자 앤디 재시는 AWS의 AI 매출 연간 실행률이 1분기 150억달러(약 22조4000억원)를 넘었고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자체 AI 반도체도 갖고 있다. 트레이니움과 그래비톤 프로세서 매출의 연간 실행률은 1분기 200억달러(약 29조9000억원)를 넘어섰다. 직전 분기 100억달러(약 14조9000억원) 수준에서 거의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스페이스X도 AI 인프라를 빠르게 키우고 있다. 회사는 콜로서스Ⅰ과 콜로서스Ⅱ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앤스로픽, 구글과 임대 계약을 맺었다. 궁극적 목표는 AI 인프라를 지상 데이터센터에서 궤도 컴퓨팅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스페이스X는 테라팹이라는 칩 제조 구상도 갖고 있다. 목표는 매년 1테라와트 규모의 컴퓨팅 하드웨어를 생산하는 것이다. 다만 현재 AI 사업은 손실 구간에 있다. 스페이스X AI 부문은 지난해 매출 32억달러(약 4조8000억원)에 영업손실 64억달러(약 9조6000억원)를 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8억1800만달러(약 1조2000억원)에 손실 25억달러(약 3조7000억원)를 기록했다.
◇ 아마존은 실적, 스페이스X는 기대
두 회사의 밸류에이션 논쟁은 실적과 기대의 차이에서 나온다.
아마존은 지난해 매출의 약 3.6배, 향후 이익의 약 28배 수준에서 거래된다. 스페이스X는 매출의 약 97배에 거래되고 있으며 지난해 순손실을 냈다.
세리티파트너스의 짐 레벤설 수석시장전략가는 스페이스X를 아마존과 비슷한 밸류에이션으로 사는 셈이지만 매출은 아마존의 20분의 1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스페이스X가 놀라운 회사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현재 기업가치가 크게 높게 평가돼 있다고 봤다.
나일스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의 댄 나일스 창업자는 “스페이스X의 컴퓨팅 사업을 AWS와 같은 단계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현재는 코어위브나 네덜란드 네비우스 같은 AI 인프라 업체와 비교하는 편이 더 가깝다는 설명이다.
하버캐피털의 저스틴 멘 포트폴리오 매니저도 “아마존은 3640억달러(약 543조8000억원)의 계약 잔고와 경쟁력 있는 추론용 칩을 갖고 있는 반면, 스페이스X는 계획의 비중이 더 크다”고 진단했다.
◇ 머스크 프리미엄과 베이조스 이후 아마존
스페이스X 기업가치에는 일론 머스크 프리미엄도 반영돼 있다.
머스크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통해 대담한 기술 목표를 제시하고 자본시장의 기대를 끌어내는 인물로 평가된다. 포춘이 인용한 시장 관계자들은 “머스크의 존재가 스페이스X 밸류에이션에 상당한 프리미엄을 더하고 있다”고 밝혔다.
레벤설 전략가는 머스크의 성과를 높게 평가하면서도 그가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점이 일부 가치투자자에게는 부담이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스페이스X 매출이 2030년 1조달러(약 1494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예상한 바 있다. 레벤설은 2026년 예상 매출이 약 400억달러(약 59조8000억원) 수준이라는 점을 들어 이 격차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도 머스크처럼 창업자 프리미엄을 가졌던 인물이다. 그러나 베이조스는 2021년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나 현재는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AI 등 중요 과제에 일부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상적 경영은 앤디 재시 CEO 체제로 넘어갔다.
멘 매니저는 아마존에는 스페이스X와 같은 핵심 인물 프리미엄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마존의 현재 기업가치는 앞으로 5년 동안 존재하지 않는 사업을 새로 실행해내야 한다는 기대보다 이미 작동하고 있는 사업의 현금흐름에 더 많이 기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28조5000억달러 시장을 둘러싼 논쟁
포춘에 따르면 스페이스X의 상장 설명서에는 전체 잠재시장 규모가 28조5000억달러(약 4경2579조원)로 제시됐다. 이는 미국 국내총생산 규모에 맞먹는 수준이다.
이 가운데 22조7000억달러(약 3경3914조원)는 전 세계 디지털 경제 전체를 추산한 제3자 평가다. 스페이스X는 연결성 시장을 1조6000억달러(약 2390조원), AI 시장을 26조5000억달러(약 3경9591조원)로 보고 있다.
문제는 잠재시장 규모가 실제 이익과 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레벤설 전략가는 중요한 것은 잠재시장 규모가 아니라 이익이라고 지적했다. AI와 위성통신 시장이 크더라도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엔비디아 같은 강력한 경쟁자가 이미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포춘이 제시한 비교의 핵심도 여기에 있다. 스페이스X는 거대한 미래시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아마존은 이미 7169억달러의 연매출과 800억달러의 영업이익, 3640억달러의 계약 잔고를 보유하고 있다.
◇ 충돌은 이미 시작됐다
스페이스X와 아마존의 경쟁은 더 이상 위성인터넷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스타링크와 레오는 저궤도 위성망에서 맞붙고 있다. AWS와 스페이스X의 AI 데이터센터는 클라우드와 AI 인프라 영역에서 겹친다. 아마존은 트레이니움과 그래비톤을 앞세워 자체 칩 매출을 키우고 있고 스페이스X는 테라팹 구상으로 컴퓨팅 하드웨어 생산을 내세우고 있다.
광고 플랫폼도 있다. 아마존은 지난해 광고 매출 686억달러(약 102조5000억원)를 올렸다. 스페이스X는 X를 보유하고 있으며, X는 AI 부문 안에 포함돼 있다. 아직 수익성에서는 아마존과 큰 격차가 있지만 고객 데이터와 플랫폼 영향력 측면에서 장기 경쟁 요소가 될 수 있다.
아마존은 이미 검증된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위성과 AI에 투자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의 흑자를 기반으로 로켓, AI 컴퓨팅, 궤도 데이터센터라는 더 큰 서사를 쌓고 있다.
두 회사의 가장 큰 차이는 현재의 숫자라는 분석도 있다. 아마존은 이미 거대한 매출과 이익을 내고 있다. 스페이스X는 훨씬 작은 매출과 손실에도 불구하고 아마존에 가까운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 격차는 스페이스X가 앞으로 얼마나 빠르게 스타링크와 AI 인프라를 수익화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밸류에이션 논쟁으로 이어진다.
포춘은 “스페이스X와 아마존은 서로 다른 출발점에서 같은 전장으로 들어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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