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용납 못해” 원칙 재확인…6월 CPI 하락·유가 재급등에 금리 셈법 복잡
이미지 확대보기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신임 의장이 첫 번째 미 의회 증언에서 고물가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같은 날 발표된 미국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크게 둔화되면서 연준의 단기 금리 인상 압력은 다소 낮아졌다.
14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워시 의장은 이날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출석을 앞두고 준비한 서면 증언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위원들은 지속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물가 안정을 회복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공유하고 있다며 이같은 입장을 피력했다.
워시 의장은 지난 5월 취임 이후 인플레이션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해왔다. 그는 통화정책을 올바르게 운용하면 지난 5년 동안 이어진 인플레이션 급등은 과거의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고물가 불용 원칙 재확인
워시 의장의 발언은 연준의 물가 안정 의무를 전면에 둔 메시지로 풀이된다.
그는 서면 증언에서 통화정책의 최우선 목표가 물가를 잡는 데 있다고 밝혔다. 연준이 정책을 제대로 운용하면 최근 5년간의 인플레이션 급등 국면을 끝낼 수 있다는 취지다.
이는 취임 이후 워시 의장이 유지해온 매파적 기조와 맞닿아 있다는 지적이다. 워시 의장은 과거 연준의 정책 실수를 비판해온 인물로 취임 뒤에도 인플레이션 대응을 중앙은행의 신뢰 회복 문제로 다뤄왔다.
◇ 6월 CPI 하락이 단기 인상 압력 낮춰
워시의 이 증언문은 6월 CPI 발표 전에 작성됐다. 그러나 같은 날 나온 물가 지표는 연준의 셈법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6월 CPI는 전월보다 0.4% 하락했다. 월간 CPI가 하락한 것은 6년 만이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한 상승률은 3.5%로 5월의 4.2%보다 낮아졌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도 전월 대비 보합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근원 CPI 상승률은 2.6%로 시장 예상보다 낮았다.
이 수치는 연준이 가까운 시일 안에 금리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는 압력을 완화하는 요인이다. 특히 6월 물가 둔화는 미국과 이란의 일시 휴전으로 에너지 가격이 떨어진 영향을 크게 받았다.
다만 물가 둔화가 지속될지는 불확실하다. 휴전은 이미 흔들리고 있고 미국의 대이란 봉쇄 재개와 호르무즈 해협 긴장으로 국제유가는 다시 상승했다. 브렌트유는 한 달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87달러(약 13만원)를 넘어섰다.
◇ 연준 내부도 금리 경로 엇갈려
연준 내부의 금리 전망은 갈라져 있다.
지난달 16~17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 연준은 기준금리를 연 3.50~3.75% 범위로 네 번째 연속 동결했다. 이 회의는 워시 의장이 취임한 뒤 처음 주재한 회의였다.
당시 공개된 금리 전망에서는 위원 9명이 올해 최소 한 차례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이 가운데 6명은 두 차례 이상 인상을 전망했다. 반면 다른 9명은 금리 동결이나 인하를 예상했다.
워시 의장은 금리 전망을 제출하지 않았다.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해 신호를 주는 방식에 비판적이었던 그의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 내부의 이견은 물가와 노동시장 진단 차이에서 나온다. 일부 위원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목표치를 웃돌고 있어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본다. 반대로 물가가 점진적으로 둔화되고 노동시장이 안정적이라면 금리 동결로 대응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 노동시장은 안정적 평가
워시 의장은 미국 경제 전반에 대해서는 비교적 낙관적인 진단을 내놨다.
그는 노동시장이 전반적으로 안정적이며 대규모 해고 조짐이 많지 않다고 평가했다. 명목 임금 상승도 견조하다고 봤다.
이는 연준이 물가와 고용 사이에서 당장 급격한 경기 둔화를 우려하지는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노동시장이 안정적이라면 연준은 인플레이션 대응에 더 무게를 둘 수 있다. 반대로 고용이 빠르게 악화한다면 금리 인상은 더 어려워진다.
현재 상황은 양쪽 신호가 섞여 있다. 물가는 6월에 예상보다 둔화됐지만 목표치인 2%에는 여전히 못 미치고, 유가 반등은 하반기 물가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 노동시장은 아직 크게 흔들리지 않아 연준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닫기 어려운 환경이다.
◇ 첫 증언의 메시지는 신중한 매파
워시 의장의 첫 의회 증언은 신중한 매파 메시지로 해석된다.
그는 인플레이션을 반드시 잡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금리 인상 시점이나 필요성에 대해서는 직접적 신호를 주지 않았다. 6월 CPI가 예상보다 낮게 나온 만큼 즉각적 금리 인상론은 힘을 덜 수 있지만, 유가와 AI 투자 붐, 근원 물가 경로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시장 입장에서는 워시 의장의 발언보다 앞으로 나올 물가와 유가 흐름이 더 중요해졌다. 6월 CPI 하락이 일시적 에너지 효과에 그친다면 연준 내부의 인상론은 다시 힘을 얻을 수 있다. 반대로 근원 물가가 낮은 월간 상승률을 이어가면 금리 동결 전망이 강화될 수 있다.
워시 의장의 증언은 연준이 금리 방향을 미리 제시하기보다 들어오는 지표에 따라 움직이겠다는 신호에 가깝다. 고물가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원칙은 분명하지만, 6월 물가 둔화와 중동발 유가 재급등이 맞물리면서 미국 통화정책의 다음 경로는 더 복잡해지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