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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인물] 인도 아다니(Adani)..." 다이어몬드 인프라 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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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인물] 인도 아다니(Adani)..." 다이어몬드 인프라 대왕"

고탐 아다니 인도 재벌/ 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고탐 아다니 인도 재벌/ 사진=로이터
인도 거대 재벌 ‘아다니’의 빛과 그림자: 정경유착의 제국인가, 인프라의 구원자인가

글로벌이코노믹연구소 소장 김대호 (전 고려대 교수)

인도 경제의 거대한 바다에는 두 마리의 압도적인 재벌 공룡이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 고탐 아다니(Gautam Adani) 회장과 무케시 암바니(Mukesh Ambani) 회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두 거두는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인도 내 최고 부자 자리는 물론, 아시아 전체의 최고 부호 왕좌를 놓고 치열한 패권 다툼을 벌여왔다. 두 사람이 움직이는 자본의 단위는 단순히 개인 자산의 수치를 넘어 인도라는 국가 전체의 향방과 직결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케시 암바니가 이끄는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Reliance Industries)는 전통적인 석유화학 및 정유 산업을 뿌리에 두고, 정밀한 통신망(Jio)과 유통(Reliance Retail) 생태계를 구축하여 장기간 인도 및 아시아 1위 부자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대표적 거물이다. 반면, 고탐 아다니의 아다니 그룹(Adani Group)은 ‘인프라 대왕’이라는 칭호에 걸맞게 항만, 발전, 에너지, 물류, 공항, 신재생에너지 등 국가의 혈관에 해당하는 기간산업을 집요하게 독점하며 급부상했다. 특히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도 총리가 집권한 이후 아다니의 기세는 그야말로 무서운 속도로 인프라 시장 전체를 도륙하듯 확장되었다.
아시아를 넘어 한때 세계 부호 순위 2위까지 치솟으며 아시아 자본주의의 신화로 불렸던 고탐 아다니. 그러나 그의 제국은 화려한 성장의 이면에 정경유착, 회계 부정 의혹, 과도한 부채, 그리고 사법적 리스크라는 거대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과연 그는 자수성가한 위대한 기업가인가, 아니면 권력과의 밀착을 통해 연명하는 정경유착의 공룡인가?

<출생>

고탐 아다니는 1962년 6월 24일, 인도 서부 구자라트(Gujarat)주 아마다바드(Ahmedabad)의 중산층 가문에서 태어났다. 인종적으로는 구자라트인에 속한다. 가문 전체가 자인교(Jainism)를 비타협적으로 봉행하는 종교적 배경을 지니고 있다. 자인교는 엄격한 불살생과 금욕을 교리로 삼으면서도, 역사적으로 상업, 무역, 금융업 분야에서 독보적인 수완과 철저한 신용 네트워크를 발휘해 온 전통을 지닌다. 아다니의 아버지는 소규모 섬유 상인으로 아마다바드의 시장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가업을 단순히 계승하는 것은 아다니의 거대한 야망에 차지 않았다. 그는 구자라트 대학교 상학부에 입학했으나, 강의실 안에서 가르치는 고사한 이론보다 실전 비즈니스 현장의 생동감에 더욱 매료되었다. 결국 그는 학업을 지속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 판단하고 2학년 때 대학을 전격 자퇴했다.

18세의 나이에 단돈 몇 푼만을 쥐고 인도 최대의 상업 도시 뭄바이로 상경한 그는 다이아몬드 거래소의 선별공으로 취직했다. 눈앞에서 엄청난 거액이 오가는 다이아몬드의 원석을 알아보는 안목을 기르고 상업적 유통망의 생리를 몸소 체득한 그는 불과 2년 만에 자신만의 다이아몬드 중개업을 시작할 정도로 빠른 수완을 보였다. 이후 형이 인수한 플라스틱 공장의 원자재(PVC) 수입 관리를 전담하면서, 그는 인도라는 거대한 시장이 갈증을 느끼고 있는 ‘무역’과 ‘물류’의 본질에 눈을 뜨게 되었다.

<다어어몬드 중개업>
1988년, 아다니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아다니 엔터프라이즈(Adani Enterprises)’의 전신인 원자재 무역회사를 설립했다. 그의 천재적인 사업적 감각은 인도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었던 ‘열악한 국가 인프라’를 거대한 사업 기회로 역발상한 데서 터져 나왔다.1990년대 인도 정부가 민간에 인프라 개방 정책을 추진하자, 아다니는 고향인 구자라트주의 문드라(Mundra) 지역 민간 항만 개발권을 전격 확보했다. 황량한 갯벌에 불과했던 문드라를 인도 최대 규모의 현대식 민간 항만으로 탈바꿈시킨 그는, 현재 인도 전체 해상 물류량의 4분의 1 이상을 독점적으로 처리하는 물류 제국을 완성했다.

항만을 손에 넣은 아다니는 곧바로 발전 및 에너지 사업으로 영토를 넓혔다. 해외에서 석탄을 수입해 인도 전역의 화력발전소를 가동하는 한편, 호주의 카마이클(Carmichael) 탄광 개발권을 직접 매입했다. 이를 통해 광산 채굴부터 해상 수송, 항만 하역, 발전소 가동에 이르는 석탄·전력 인프라의 완전한 수직 계열화를 달성했다.2010년대 후반에 들어서자 그의 확장은 가속화되었다. 뭄바이 공항을 비롯하여 인도 내 주요 공항 7곳의 운영권을 독식하며 공항 인프라까지 손에 넣었다. 뒤이어 ‘아다니 그린 에너지(Adani Green Energy)’를 설립, 세계 최대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와 신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건설하며 친환경 에너지 거물로의 변신까지 성공시켰다. 국가의 물, 불, 길, 하늘을 모두 한 기업이 쥐고 흔드는 미증유의 독점 구조가 탄생한 것이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 구자라트 동맹>

아다니의 거침없는 승풍파랑 뒤에는 나렌드라 모디 현 인도 총리와의 끊어낼 수 없는 정치적 밀착 관계가 자리 잡고 있다. 두 사람의 인연은 모디가 구자라트주의 주 총리(Chief Minister)로 재임하던 2000년대 초반으로 올라간다. 2002년 구자라트주에서 1,000명 이상이 참혹하게 목숨을 잃은 종교 폭동이 발생했을 때 당시 인도 정재계는 모디 주총리에게 책임론을 물으며 그를 사정없이 비판하고 거리를 두었다. 고탐 아다니만은 예외였다. 그는 모디의 정치적 우군을 자처하며 그를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오히려 '바이브런트 구자라트(Vibrant Gujarat)'라는 대규모 투자 유치 행사를 주도하여 모디의 붕괴한 정치적 입지를 완벽히 재건해 주었다.

2014년 모디가 연방 총선에서 승리하여 인도 총리에 당선되었을 때, 모디는 아다니의 개인 전용기를 타고 수도 뉴델리로 입성할 만큼 두 사람의 친분은 각별했다. 모디 집권 이후 아다니 그룹은 국가 차원의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 태양광 입찰, 공항 민영화 사업을 거의 싹쓸이하다시피 수주했다. 인도 야당과 시민단체들이 아다니 그룹을 향해 정경유착, 이른바 ‘크로니 자본주의(Crony Capitalism)’의 결정판이라며 격렬한 비판을 퍼붓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힌덴버그 공매도 폭탄>

모디 정부의 압도적인 지원과 계열사 주가의 폭등에 힘입어 2022년 고탐 아다니의 개인 순자산은 1,200억 달러를 넘어섰다. 그는 오랫동안 왕좌를 지키던 무케시 암바니를 단숨에 제치고 아시아 최고 부자에 올랐으며, 세계 부호 순위에서도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와 루이비통의 베르나르 아르노를 위협하며 글로벌 2위까지 치솟았다. 18세 무일푼 청년이 이뤄낸 자수성가 신화의 최정점이었다.화무십일홍이라 했던가. 2023년 1월, 미국계 공매도 투자진인 ‘힌덴버그 리서치(Hindenburg Research)’가 발표한 한 편의 폭로 보고서는 아다니 제국의 뼈대를 흔들어 놓았다.

해외 조세회피처를 통한 주가 조작이 문제였다. 힌덴버그 보고서에 따르면 아다니는 모리셔스, 카리브해 등 조세회피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뒤, 내부 자금을 유입시켜 자사 계열사 주식을 불법 매수함으로써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풀렸다.과도한 부채와 기업 지배구조의 허구성도 드러났다. 실체보다 부풀려진 주가를 담보로 국영 은행에서 천문학적인 대출을 받아 무리한 확장을 지속해 왔다는 것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기업 역사상 최대의 사기"에 해당한다.보고서가 공개되자마자 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불과 수일 만에 아다니 그룹 전체 시가총액의 절반에 달하는 1,000억 달러(약 130조 원) 이상의 자금 가치가 공중에 산산이 증발했다. 아다니의 개인 자산 역시 반토막이 나며 아시아 최고 부자 왕좌에서 불명예스럽게 내려와야 했다.

<미국 검찰 기소>

힌덴버그 사태의 여파가 채 가라앉기도 전인 2024년 11월, 미국 뉴욕 동부지검은 고탐 아다니 회장과 그의 조카 사가르 아다니 등 그룹 핵심 경영진을 뇌물 공모 및 증권 사기 혐의로 전격 기소했다.미국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아다니 등은 인도 정부 기관으로부터 대규모 태양광 에너지 공급 계약을 수주받기 위해 인도 정부 관계자들에게 약 2억 5,000만 달러(한화 약 3,5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뇌물을 제공하거나 약속한 혐의를 받았다. 또한 이 부패 사실을 철저히 은폐한 채 미국 투자자들과 글로벌 금융기관으로부터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여 미국 부패방지법(FCPA)을 정면으로 위반했다는 지적이었다.

이 사건은 미 법무부(DOJ)의 재검토 절차를 거친 후, 미 연방법원이 미 법무부의 기소 취하 요청을 최종 승인함에 따라 형사 기소가 기각 승인(Dismissed)되며 형사 법적 절차는 일단락되었다. 아다니 그룹은 극적으로 사법적 사형 선고를 면했으나,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입은 신뢰도의 상처는 완전히 치유되지 않은 채 주가 변동성과 지배구조 리스크라는 과제로 남아있다.

아다니 그룹이 지닌 근본적인 약점은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가족 중심의 독점적 경영 체제에 있다. 아다니 엔터프라이즈를 지주회사로 하는 복잡한 지분 고리 속에서, 고탐 아다니의 형인 빈노드 아다니(Vinod Adani), 조카 사가르 아다니 등 가문 핵심 인물들이 해외 페이퍼 컴퍼니와 자금 창구를 독점적으로 관리해 왔다.폐쇄적인 가문 경영 구조는 내부 통제와 외부 감시 시스템을 완벽히 무력화하고, 주가 조작과 회계 부정 논란을 끊임없이 자초하는 근본 원인이 된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글로벌 자본시장의 절대적 기준이 된 현대 자본주의 체제에서, 이러한 가문 독점 체제는 시한폭탄과 다름없다.

<정경유착>

한국 경제와 대기업의 관점에서 볼 때, 아다니 그룹은 인도 시장 진출을 위한 필수 파트너이자 동시에 엄중한 시사점을 주는 거울이다.아다니 그룹은 인도 내 항만, 물류, 신재생에너지 인프라를 독점하고 있어 한국의 주요 재벌들과 다양한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포스코(POSCO)는 2022년 아다니 그룹과 친환경 제철 및 신재생에너지 사업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한 바 있으며, 현대건설 및 현대글로비스는 인도의 항만 물류망을 확보하기 위해 아다니와의 협력을 지속 타진해 왔다. 삼성C&T 및 한화솔루션 역시 인도 태양광 및 그린 수소 시장 확대를 둘러싸고 아다니 그린 에너지와 협력과 경쟁의 양면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구조적으로 볼 때, 아다니 그룹의 성장은 과거 1960~70년대 한국의 정경유착 및 재벌 형성 과정과 대단히 흡사하다. 국가 주도 산업화 과정에서 정권과의 밀착을 통해 특혜를 입고 문발식 확장을 거듭한 점, 가문 중심의 폐쇄적 지배구조를 고수한다는 점에서 한국 초창기 재벌 모델의 판박이다. 그러나 투명성을 요구하는 현재의 글로벌 시장에서, 정경유착에만 의존한 고부채 확장 방식은 언제든 전체 기업군을 흔들 수 있다는 경고를 남긴다.

고탐 아다니는 무일푼에서 시작해 인도의 인프라 현대화를 이끌고 아시아 최고 부호에 오른 시대의 아들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의 성공 신화 뒷면에는 권력과의 유착, 불투명한 지배구조, 과도한 부채라는 신흥국 자본주의의 치명적 한계가 짙게 그늘져 있다.무케시 암바니와 함께 인도를 양분하는 거대 공룡 고탐 아다니. 그가 정경유착이라는 유산에서 벗어나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투명한 지배구조를 입증할 수 있을지 여부는, 아다니 그룹의 생존을 넘어 세계 경제의 새로운 축으로 도약하려는 인도 경제 전체의 성패를 가름할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