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한국산 수입차 관세 인상 요구…GM 연 40만대 한국서 조달
GM은 포드의 CATL 배터리 기술 겨냥…USMCA 개편에는 공동전선
GM은 포드의 CATL 배터리 기술 겨냥…USMCA 개편에는 공동전선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자동차산업을 대표하는 포드와 GM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을 놓고 서로에게 유리한 관세와 산업정책을 요구하며 충돌하고 있다.
포드는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들여오는 GM 차량을 겨냥해 한국산 자동차 관세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에 GM은 포드가 중국 배터리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맞서고 있다.
두 회사가 미국 경제에 누가 더 크게 기여하는지를 강조하면서 워싱턴에서 자사 사업구조에 유리한 무역정책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두 회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자동차업계에 수십억달러의 비용을 안기고 글로벌 공급망을 흔들고 있다는 데는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미국 내 생산기지와 해외 공급망 구조가 크게 달라지면서 구체적인 관세정책에서는 이해관계가 갈리고 있다.
◇ 포드, 한국산 자동차 관세 인상 요구
WSJ에 따르면 가장 직접적인 충돌 지점은 한국산 자동차다.
포드는 미국에서 판매하는 차량의 약 80%를 미국 내에서 생산하고 있다. 미국에서 자동차를 가장 많이 생산하고 시간제 생산직 근로자도 가장 많이 고용한 완성차업체라는 점을 내세워 수입차 관세를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한국산 자동차가 주요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주장은 GM을 정면으로 겨냥한다.
GM은 한국에서 연간 약 40만대의 차량을 생산해 미국으로 수입하고 있다. 여기에는 GM이 미국에서 판매하는 비교적 저렴한 소형 차량들이 포함돼 있다. 이들 차량은 수익성이 높지 않아 관세가 올라가면 가격 경쟁력에 직접적인 부담을 받을 수 있다.
포드는 반대로 수입 부품과 원자재에 대한 관세는 낮추기를 원하고 있다. 대표적인 품목이 현재 50%의 관세가 붙는 알루미늄이다.
포드는 미국 자동차업계 최대 알루미늄 구매업체로 베스트셀러 픽업트럭 F-150 등에 이 소재를 대량 사용한다. 주요 공급업체의 공장 화재 이후 수입 알루미늄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관세 부담도 커졌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지금까지 포드의 알루미늄 관세 인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WSJ는 전했다.
◇ GM 반격 카드로 등장한 ‘중국 CATL’
GM은 포드의 중국 배터리 기술 의존 문제를 꺼내 들었다.
GM 측은 포드가 미국 내 높은 생산 비중을 강조하지만 상당한 해외 부품을 사용하고 있으며 전기차 배터리에서는 중국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핵심은 포드가 미시간주에서 건설하고 있는 배터리 공장이다.
포드는 이 공장에서 중국 최대 배터리업체 CATL의 기술을 라이선스받아 저가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생산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기업이 공장을 직접 소유하는 형태는 아니지만 중국 기술을 이용해 미국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는 구조다.
GM은 지난해 포드의 미시간 배터리 공장에 연방정부 자금이 지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움직였으며 이후에도 포드의 CATL 기술 활용을 비판해왔다고 WSJ는 전했다.
GM 역시 중국 배터리와 완전히 단절된 것은 아니다. 저가 전기차 쉐보레 볼트의 원가를 낮추기 위해 중국산 배터리를 일시적으로 수입하고 있다.
그러나 GM은 자체 저가형 배터리 기술을 개발하고 미국 내 생산체계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을 포드와의 차이로 내세우고 있다. GM은 지난 6월 나트륨 기반 배터리 개발계획을 발표하면서 중국 업체의 기술을 라이선스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서 축적한 자체 배터리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 中 부품 금지 법안 놓고도 충돌
양사의 갈등은 미 의회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버니 모레노 공화당 상원의원, 엘리사 슬롯킨 민주당 상원의원이 추진하는 법안은 인터넷에 연결되는 중국산 차량의 미국 시장 진입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법안에는 여러 중국산 전기차 부품을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배터리 자체는 금지 대상에 들어가지 않았다. 이대로 법안이 통과되면 포드는 CATL 기술을 활용하는 미시간 배터리 사업을 계속할 수 있다.
GM은 배터리까지 규제 대상에 넣는 방향으로 법안을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워싱턴에 전달하고 있다고 WSJ는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이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산업정책을 놓고도 포드, GM의 사업전략이 충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미국 기여도 우리가 더 크다” 경쟁
양사는 각각 다른 기준을 내세워 미국 경제에 대한 기여도를 강조하고 있다.
포드는 미국 내 차량 생산량, 생산직 근로자 수를 앞세운다. 미국 판매 차량의 약 80%를 자국에서 조립한다는 점도 중요한 근거다.
GM은 생산직뿐 아니라 사무직까지 포함한 전체 미국 고용 규모를 봐야 한다고 맞선다. 한국에서 수입하는 소형 SUV도 미국 소비자들이 구매할 수 있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차량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GM은 성명에서 북미 노동력과 부품을 이용해 생산한 차량이 관세에서 우대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이번 문제가 특정 자동차업체끼리의 대결보다는 미국 자동차산업 전체의 장기 경쟁력을 확보하는 문제라는 점도 강조했다.
포드는 미국 최대 자동차 생산업체이자 생산직 고용업체라는 점을 거듭 내세우면서 미국 내 대규모 투자가 계속될 수 있도록 행정부, 의회와 협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 USMCA 개편에는 다시 공동전선
그러나 모든 무역정책에서 두 회사가 대립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개편에서는 포드, GM, 지프·램 브랜드를 보유한 스텔란티스가 공동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세 회사는 트럼프 행정부에 USMCA를 유지하면서 북미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와 부품에 다른 지역보다 낮은 관세를 적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WSJ는 관계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자동차업계 단체들도 일본, 한국 등 동아시아에서 들어오는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더 높여야 한다는 입장을 정부에 전달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 생산된 차량이 15%의 관세를 부담하고도 북미 생산 차량과 가격 경쟁을 벌일 수 있다는 이유다.
WSJ는 과거 미국 대형 자동차업체들이 노동협상이나 주요 산업정책에서 비교적 한목소리를 내던 것과 달리 생산기지, 전기차 전략, 배터리 공급망이 서로 달라지면서 무역정책에서도 각자에게 유리한 규칙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갈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은 이번 갈등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로 떠올랐다. 포드가 한국산 자동차 관세 인상을 요구하는 배경에는 한국에서 연간 약 40만대를 생산해 미국으로 보내는 경쟁사 GM의 공급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GM은 포드의 중국 배터리 기술 활용을 공격하면서 미국 내 생산량만으로 ‘미국산’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