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베선트, 수십년래 가장 개입적인 美 재무장관으로 부상

글로벌이코노믹

베선트, 수십년래 가장 개입적인 美 재무장관으로 부상

장기채 바이백 회당 최소 40억달러로 두배 확대
장기채 발행 축소 가능성 이어 엔화 시장에도 직접 개입
블룸버그 “헤지펀드 시절 본능 정책에 투영”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 사진=로이터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국채와 외환시장에 잇따라 직접 개입하면서 수십 년 만에 가장 적극적으로 금융시장에 개입하는 재무부 장관으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의 장기 차입비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재무부가 전통적인 시장 관리의 경계를 넓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베선트 장관이 올해 예상 밖의 시장 개입을 잇달아 단행하면서 자신의 신뢰도까지 걸고 미국의 차입비용 상승을 진정시키려 하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가장 최근 내린 조치는 장기 국채 재매입(바이백) 확대다.

미 재무부는 19일 유동성 지원을 목적으로 시행하는 10∼30년 만기 국채 바이백 규모를 최소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회당 최대 매입액은 기존 20억달러(약 2조8300억원)에서 최소 40억달러(약 5조6600억원)로 늘어난다.

대상은 만기 10∼20년, 20∼30년 국채이며 확대된 바이백은 9월 9일부터 시작된다.

이번 조치는 재무부가 불과 약 2주 전 기존 국채 바이백 일정을 발표한 뒤 나온 깜짝 결정이다. 이달 초에는 장기 국채 발행량을 앞으로 줄일 가능성도 열어뒀다.
블룸버그는 이 같은 움직임을 장기 국채 금리 상승에 대한 베선트 장관의 우려와 연결했다. 베선트 장관은 10년물 미 국채 금리를 자신의 주요 금융시장 판단 기준으로 지목해왔는데 최근 이 금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당시 수준을 넘어섰다.

인플레이션 우려, 연준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 대규모 재정적자가 겹치면서 미 국채 금리가 상승한 것이 베선트 장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발한 배경으로 꼽힌다.

◇국채 넘어 엔화 시장까지 개입

베선트 장관의 시장 개입은 국채에 그치지 않는다.

그가 이끄는 미 재무부는 최근 일본 당국과 함께 엔화 매수에 나섰다. 미국 당국이 직접 엔화를 매수한 것은 약 30년 만에 처음이다.

엔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자 미국이 일본과 함께 외환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일본이 엔화 방어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 미 국채를 대량 매각할 경우 미국의 장기 국채 금리에 추가 상승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점도 베선트 장관의 판단에 영향을 준 것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올해 초에도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다. 미 재무부 요청에 따라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은행들에 달러·엔 거래 가격을 문의하는 이른바 ‘레이트 체크’를 실시했다.

레이트 체크는 당국이 실제 외환시장 개입에 앞서 거래 여건을 파악하는 절차로 받아들여진다. 미국 당국의 이 같은 움직임 자체가 시장에 개입 가능성을 알리는 신호로 작용했다.

블룸버그는 이런 일련의 조치가 전통적으로 시장 개입에 신중했던 미 재무부의 행보와 차이가 있다고 평가했다.

마크 소벨 전 미 재무부 관리는 베선트 장관을 두고 “분명히 적극적”이라며 그의 행보가 과거 헤지펀드에서 일했던 경험을 떠올리게 한다고 평가했다.

◇헤지펀드 투자자 경험 정책에도 반영

베선트 장관은 재무장관에 취임하기 전 오랫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활동한 헤지펀드 투자자다.

블룸버그는 이런 경력이 그가 시장의 움직임을 읽고 직접 대응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책 발표만으로 방향을 제시하기보다 국채 발행 구조를 바꾸고 국채를 직접 사들이거나 외환시장 개입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시장 가격에 영향을 주려 한다는 것이다.

재무부의 역할도 이에 따라 확대되고 있다. 통상 금리와 금융여건을 조절하는 핵심 역할은 연준이 맡지만 베선트 장관은 재무부가 통제할 수 있는 국채 발행과 재매입 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장기금리 상승은 주택담보대출과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 연방정부의 이자 부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베선트 장관이 10년물 국채 금리 흐름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에 직접 영향을 미치려는 조치가 반복될수록 베선트 장관 자신의 신뢰도 역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재무부가 장기금리 상승을 막겠다는 신호를 강하게 보낸 뒤에도 국채 금리가 계속 오른다면 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국채 바이백 확대, 장기채 발행 조정 가능성, 엔화 매수, 레이트 체크로 이어진 일련의 행보가 베선트를 최근 수십 년간 미 금융시장에 가장 적극적으로 개입한 재무부 장관으로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