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 국채 증액 미루고 단기물 의존 지속
日 미 국채 매각 막으려 FIMA 확대…30년물 금리 2007년 이후 최고
日 미 국채 매각 막으려 FIMA 확대…30년물 금리 2007년 이후 최고
이미지 확대보기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중장기 국채 발행 확대를 미루고 일본의 미국 국채 매각을 막을 수 있는 금융안전망 확대에 나서는 등 잇따라 채권시장 안정 조치를 취하면서 월가에서 미국 장기금리에 대한 재무부의 우려가 예상보다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베선트 장관의 움직임을 놓고 월가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시장에 대한 불안의 신호를 읽고 있다고 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 재무부는 늘어나는 정부 차입 수요에도 2년물 이상 중장기 국채의 경매 규모를 당분간 확대하지 않고 단기 국채를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침을 이어가고 있다. 동시에 베선트 장관은 일본이 엔화를 방어할 때 보유 중인 미국 국채를 시장에 매각하지 않고도 달러를 조달할 수 있도록 연준의 FIMA 레포 제도 확대까지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FIMA 레포는 외국 중앙은행 등 해외 통화당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연준에 일시적으로 맡기고 달러를 빌릴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달러가 급하게 필요할 때 미 국채를 시장에 직접 내다 팔지 않고도 자금을 확보할 수 있어 국채 가격 급락과 금리 상승 압력을 완화하는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
일본이 이 제도를 활용하면 엔화 방어에 필요한 달러를 마련하기 위해 보유 중인 미국 국채를 시장에서 직접 매각할 필요가 줄어든다.
두 조치는 직접적인 목적은 다르지만 미국 장기 국채의 시장 공급이 갑자기 늘어 금리가 더 오르는 상황을 피하려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최근 2007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장기금리가 올라가면 연방정부의 차입 비용뿐 아니라 주택담보대출, 회사채 등 미국 경제 전반의 금융비용에도 상승 압력이 가해진다.
◇ 장기물 증액 미루고 단기 국채로 차입 충당
미 재무부는 지난 5일 발표한 분기 국채발행 계획에서 명목 국채와 변동금리채(FRN)의 경매 규모를 적어도 앞으로 수개 분기 동안 유지할 것이라는 기존 방침을 고수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는 미국 정부의 차입 수요가 줄었기 때문은 아니다.
재무부는 3분기 민간 차입 예상액을 기존 6710억달러(약 947조원)에서 7390억달러(약 1043조원)로 상향했다. 9월 말 재무부 현금잔액도 9500억달러(약 1340조원)로 예상하고 있다.
베선트 장관 취임 이후 재무부는 만기가 1년 이하인 단기 국채에 상대적으로 크게 의존해 증가하는 차입 수요를 충당해 왔다.
단기물 금리가 장기물보다 낮은 상황에서는 당장의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장기 국채 공급을 늘려 장기금리를 끌어올리는 위험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만기가 짧은 만큼 계속 차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단기금리를 올리면 정부의 이자 비용이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재무부가 2027회계연도까지 중장기 국채 발행 규모를 지금 수준으로 유지할 경우 전체 시장성 국채에서 단기 국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25%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비상시기를 제외하면 200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월가에서는 중장기 국채 발행 확대가 결국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강하다.
RBC캐피털마켓의 블레이크 그윈 미국 금리전략 책임자는 “재무부가 발행 전략에 어느 정도 선택의 여지를 열어둘 필요가 있다”며 “정책 변경이 금리를 끌어올릴 위험은 있지만 이를 계속 미룰수록 향후 변경이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엔화 방어 뒤에도 美 국채시장
월가가 베선트 장관의 채권시장 경계심에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최근 미·일 엔화 공동개입이다.
미국과 일본은 엔화 가치가 약 40년 만의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자 지난달 말 엔화를 공동 매수했다. 미국이 일본과 함께 엔화 매수에 나선 것은 1998년 이후 처음이다.
특히 베선트 장관은 이후 연준에 FIMA 레포의 이용 한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현재 이용 한도는 거래 상대방당 600억달러(약 84조7000억원)다. 베선트 장관은 제도가 도입된 2020년 이후 세계 채권시장 규모가 커진 만큼 한도를 확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이 이 제도를 활용하면 엔화 방어에 필요한 달러를 마련하기 위해 보유 중인 미국 국채를 시장에서 직접 팔 필요가 줄어든다.
일본은 약 1조1000억달러(약 1552조원)의 미국 국채를 보유한 최대 해외 보유국이다. 일본이 외환시장 개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 국채를 대규모로 처분할 경우 채권 가격은 떨어지고 금리는 올라 미국의 장기 차입비용을 끌어올릴 수 있다.
베선트 장관은 FIMA가 만들어진 2020년 이후 세계 채권시장의 규모가 커진 만큼 한도를 확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를 일본에 대한 지원인 동시에 미국 국채시장을 보호하려는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이 엔화 매수에 나서면서 달러가 아니라 유로를 매각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주목받았다. 일본의 미국 국채 매각은 물론 미국 측의 달러 매각까지 최소화하면서 엔화를 끌어올리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 2027년부터 자금조달 압박 커질 전망
문제는 미국 정부의 차입 수요가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경제학자들은 미국의 연방 재정적자가 앞으로 수년 동안 연간 약 2조달러(약 2822조원)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적자가 누적될수록 재무부가 시장에서 조달해야 하는 돈도 늘어난다.
JP모건은 현행 국채 경매 규모를 유지하면 2027회계연도부터 필요한 자금을 기존 발행 규모만으로 충당하기 어려워지는 ‘자금조달 격차’가 본격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7~2030년 누적 자금조달 격차는 3조7000억달러(약 522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상당수 월가 국채딜러들은 재무부가 중장기 국채 발행량을 늘리기 시작할 예상 시점을 내년 5월께로 늦춰 잡고 있다.
결국 단기 국채 의존은 장기금리를 당장 자극하지 않으면서 시간을 벌어주는 전략이지만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 자체를 해결하지는 못한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장기 국채 발행을 계속 억제하면 단기물 비중과 차환 위험이 높아지고, 반대로 중장기물 발행을 크게 늘리면 이미 높은 장기금리에 추가 상승 압력을 줄 수 있어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