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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전력 수요 vs 꽉 찬 가스터빈 공장… AI 인프라 병목 장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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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전력 수요 vs 꽉 찬 가스터빈 공장… AI 인프라 병목 장기화

- 글로벌 3대 터빈 제조사, 수주잔고 포화로 2031년 인도 물량 계획
- 2027년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순증분 36GW… 연간 설비 공급량 압박
- 전력 용량 입찰 가격 상한가 지속 속 한국 전력기기 공급망 파급 주목
미국 발전 설비 제조사 GE버노바의 가스터빈 수주잔고와 예약 물량이 2026년 2분기 기준 116기가와트(GW)를 기록하며 신규 주문 장비의 납품 시점이 2031년으로 밀려났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발전 설비 제조사 GE버노바의 가스터빈 수주잔고와 예약 물량이 2026년 2분기 기준 116기가와트(GW)를 기록하며 신규 주문 장비의 납품 시점이 2031년으로 밀려났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 발전 설비 제조사 GE버노바의 가스터빈 수주잔고와 예약 물량이 20262분기 기준 116기가와트(GW)를 기록하며 신규 주문 장비의 납품 시점이 2031년으로 밀려났다. 에너지 전문 매체 오일프라이스는 822(현지시각)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의 가파른 증설 속도를 발전 기자재 공급망이 따라가지 못해 심각한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력망 구축 일정이 지연되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 초고압 변압기와 배전 시스템을 수출하는 한국 전력기기 업계의 수급 환경에도 복합적인 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2031년 납품 슬롯까지 매진된 가스터빈


글로벌 발전 설비 시장을 과점하는 주요 제조사의 생산 일정은 2030년대 초반까지 차 있다. GE버노바의 2분기 가스터빈 수주잔고와 유료 슬롯 예약 물량은 직전 분기 100GW에서 116GW로 늘어났다.
지멘스에너지는 69GW의 확정 수주잔고를 기록하며 장비 인도 대기 기간이 3년 이상으로 늘어난 상태다. 미쓰비시중공업 역시 대형 가스터빈 수주잔고가 35GW에 달해 선별 수주를 진행하고 있다.

제조사들의 납품 일정이 장기화한 배경에는 물리적 생산 능력의 제약이 자리잡고 있다. 섭씨 1000도 이상의 고온을 견디는 핵심 부품인 터빈 블레이드를 제작하는 전문 주조 공장이 세계적으로 부족하다.

과거 설비 구조조정 여파로 숙련 조립 인력이 이탈한 점도 생산 확대를 가로막는다. 신규 복합화력발전소 건설에 걸리는 평균 기간은 202336개월에서 현재 약 5년으로 늘어났다.

연간 36GW 데이터센터 수요와 전력망 부족


전력 수요 증가 속도는 제조업계의 공급 한계를 압박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분석을 보면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2531GW에서 202641GW, 202766GW로 가파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2027년 한 해에 추가되는 전력 수요만 36.3GW에 달한다.

이는 우드맥켄지가 집계한 전 세계 가스터빈 연간 생산 능력인 60GW에서 70GW의 절반을 웃도는 규모다. 터빈 생산량의 상당량이 노후 발전소 대체와 산업용 전력으로 배정된 점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발전 장비 부족은 도매 전력 시장의 가격 급등으로 직결됐다. 미국 최대 전력망 운영기구인 PJM이 실시한 2028~2029년 인도연도 용량 입찰은 상한 가격인 메가와트-일당 325달러(451100)로 낙찰됐다. 3년 연속 상한가 기록이다. 최고 가격을 지불했음에도 실제 확보한 용량은 PJM의 신뢰도 요구량보다 6831메가와트(MW) 부족했다. 신규 유입 발전 설비는 525MW에 불과해 전력망 공급 불안이 심화하고 있다.

한국 전력기기 밸류체인 전이와 하방 리스크


가스터빈 공급 부족에 따른 대형 발전소 건설 지연은 분산 전원과 송배전 기자재 시장의 수급 구조를 변화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개발사들이 24개월에서 36개월 이내에 조달이 가능한 비상 발전용 왕복동 엔진과 연료전지로 우회하면서 변전 설비 수요가 연쇄적으로 늘어나는 흐름이다.

이에 따라 북미 시장에 초고압 변압기와 배전반을 공급하는 한국 전력기기 제조업계는 수주잔고 납기 유지와 함께 제품 단가(ASP) 지지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력 인프라 전반의 공급 병목이 장기화하면서 발전·송전 연계 기기의 가격 강세 환경이 이어지는 구조다.

반면 인허가 규제와 투기성 수요 정리에 따른 하방 위험도 상존한다. 미국 대형 전력회사 엑셀론은 730일 데이터센터 예상 부하를 기존 18GW에서 11GW40%가량 낮췄다. 텍사스주 정부 역시 전력망 접속 대기 중인 474GW 규모의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블룸버그NEF는 이번 규제로 최대 50GW의 프로젝트가 지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가스터빈을 구하지 못해 무산되는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늘어날 경우, 후방 산업인 한국 전력기기 업계에도 일부 수주잔고의 인도 지연이나 계약 취소 위험이 전이될 수 있다.

향후 전력 인프라 시장은 단순한 수요 폭증 국면을 지나 실수요와 허수를 가려내는 선별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분석된다. 인공지능 인프라 확장의 성패는 첨단 반도체 확보를 넘어 발전 터빈과 송전망 같은 물리적 중공업 설비의 공급 속도에 좌우될 전망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