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크드인·이력서·동반가족까지 심사 강화
기업 채용·사업계획에 영향…지난해 신청도 34만4000건으로 급감
기업 채용·사업계획에 영향…지난해 신청도 34만4000건으로 급감
이미지 확대보기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고숙련 외국인 인력을 위한 H-1B 전문직 취업비자의 심사를 강화하면서 기업들의 채용과 사업 배치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으로 외국 인력을 데려오는 비용과 심사 부담이 커지면서 H-1B를 많이 이용해온 기업들이 인도 등 해외에서 사업과 인력 운용을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도 인도 사업을 확대하는 기업 가운데 하나다.
로이터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H-1B 제도 변경이 기업들의 인력 확보 방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H-1B는 미국 기업이 과학·기술·공학·수학 등 전문 분야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만든 취업비자다.
IT 기업을 비롯해 컨설팅업체, 금융회사 등이 미국에서 구하기 어려운 전문인력을 채용할 때 널리 이용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단순히 비자를 신청하는 비용뿐 아니라 지원자의 경력과 온라인 활동까지 살피는 심사가 강화되면서 기업들이 이전처럼 해외 인력을 미국으로 이동시키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링크드인·이력서까지 들여다본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지난해 12월 H-1B 신청자에 대한 심사를 강화했다.
해외 영사관은 신청자의 링크드인 프로필과 이력서 등을 검토하도록 지침을 받았다.
신청자와 함께 미국에 입국하려는 가족의 경력도 심사 대상에 포함됐다.
특히 기술 분야 신청자가 미국에서 보호되는 표현을 억압하거나 검열하는 활동에 관여했는지를 중점적으로 확인하도록 했다.
과거 콘텐츠 관리, 팩트체크, 온라인 안전 업무 등에 종사했는지도 심사 과정에서 검토될 수 있다.
비자를 받으려는 외국인의 학력과 전문성뿐 아니라 과거 업무와 온라인상 경력까지 폭넓게 들여다보는 구조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런 심사 강화와 비자 처리 방식의 변화가 기업들의 채용과 사업 확장 계획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구글 등 인도서 사업·인력 확대
H-1B를 많이 이용해온 일부 미국 기업들은 인도 등 해외에서 사업과 인력 운용을 늘리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구글도 인도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해외 전문인력을 미국으로 이동시키는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수록 해당 인력이 있는 국가에서 직접 사업을 확대하는 선택지가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
H-1B는 특히 인도 출신 기술인력이 많이 이용해온 제도다.
딜로이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언스트앤영(EY) 등 컨설팅업체와 타타컨설턴시서비스, 인포시스, HCL테크, LTIM인드트리 등 인도계 IT 기업들이 주요 이용업체에 포함된다.
미국에서 필요한 인력을 채용해 데려오는 방식과 인재가 있는 해외 현지에서 사업을 확대하는 방식 사이에서 기업들의 선택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는 셈이다.
◇신청 2년 만에 절반 이하로 감소
H-1B 신청 건수도 크게 줄었다.
미 이민국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이 지난해 등록한 H-1B 신청은 약 34만4000건이었다.
2024년보다 25% 이상 줄었다.
2023년 신청 건수는 75만9000건이었다. 2년 만에 절반 이하로 감소한 것이다.
다만 최근 신청 감소를 전적으로 새 수수료나 심사 강화 때문으로 볼 수는 없다.
H-1B는 신청자가 연간 발급 한도를 크게 웃돌기 때문에 과거 한 사람이 여러 업체를 통해 중복 등록하는 사례가 발생했고 미국 정부가 이를 막기 위한 제도 변경에도 나섰다.
H-1B는 일반 신청자에게 연간 6만5000개, 미국에서 석사 이상의 학위를 취득한 신청자에게 추가로 2만개가 배정된다.
통상 3년 동안 미국에서 근무할 수 있으며 최대 6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10만달러 넘는 수수료도 부담
기업 부담을 더욱 키울 수 있는 요인은 고액 수수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신규 H-1B 신청에 10만달러(약 1억3860만원)의 수수료를 부과했다.
이 조치는 9월 만료될 예정이지만 미 국토안보부는 수수료를 10만3265달러(약 1억4300만원)로 정해 영구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H-1B 신청 비용이 약 2000~5000달러(약 277만~693만원)였던 것과 비교하면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다만 실제 10만달러 수수료가 적용된 신청은 아직 많지 않다.
법원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말까지 10만달러 수수료가 적용된 H-1B 신청은 85건이었고 수수료를 낸 고용주는 약 70곳이었다.
고액 수수료 자체를 둘러싼 법적 공방도 끝나지 않았다.
미 연방법원은 지난 6월 트럼프 행정부가 도입한 10만달러 수수료가 불법이라고 판단해 징수를 중단시켰다.
현재 보스턴 소재 연방항소법원이 이 판결을 심리하고 있다.
미국상공회의소를 비롯해 여러 단체가 제기한 다른 소송도 진행되고 있다.
◇美 기업 "필요한 전문인력 구하기 어렵다"
트럼프 행정부는 기업들이 H-1B를 이용해 미국인보다 임금이 낮은 외국인을 고용함으로써 자국민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입장이다.
H-1B를 많이 사용하는 기술기업들이 미국인 근로자를 감원하면서 동시에 외국인 전문인력을 고용하는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
테슬라, 아마존, 오픈AI 등 주요 기술기업의 H-1B 활용을 놓고도 이 같은 문제 제기가 나왔다.
반면 기업들은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산업에서 필요한 전문성을 갖춘 미국 내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고 주장한다.
인도 IT업계를 대표하는 단체도 미국 정부에 H-1B가 미국의 단기적인 전문인력 부족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H-1B를 둘러싼 변화는 이제 단순히 비자 수수료가 비싸지는 문제를 넘어 기업이 어디에서 사람을 뽑고 어디에서 사업을 확대할지를 결정하는 문제로 번지고 있다.
로이터는 고액 수수료와 강화된 경력·온라인 활동 심사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미국 기업이 해외 고숙련 인력을 미국으로 데려오는 통로가 좁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