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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고용 7만9000명 하향…AI 일자리 충격은 엇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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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고용 7만9000명 하향…AI 일자리 충격은 엇갈렸다

민간고용 17만8000명 줄여 수정…소매업 감소 두드러져
필리핀 콜센터는 10년 새 200만명으로 두 배…AI가 수요 늘리기도
지난해 8월 1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엔시니터스의 한 사업장에 구인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 8월 1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엔시니터스의 한 사업장에 구인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의 고용 증가세가 기존 통계에서 추정했던 것보다 다소 약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부문의 고용은 17만8000명 하향 조정됐다.

다만 인공지능(AI)이 미국을 비롯한 세계 노동시장의 고용을 일률적으로 줄이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동화 가능성이 높은 대표 직종인 콜센터에서는 AI 확산에도 필리핀 등 해외 고용이 오히려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노동통계국(BLS)은 2025년 4월부터 2026년 3월까지 12개월간 비농업 부문 고용 수준이 기존 추정보다 7만9000명 적었던 것으로 예비 집계했다고 전날 발표했다.
이는 전체 비농업 고용의 약 0.1%에 해당한다.

이번 수치는 BLS의 연례 고용 벤치마크 수정 예비치다. BLS는 매달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사업체조사의 고용 추정치를 주정부 실업보험 자료 등 보다 광범위한 행정자료와 대조해 매년 수정한다.

최종 벤치마크 수정치는 2027년 2월 발표될 예정이다.

◇월평균 고용 증가 1만8000명→1만1000명

계절적 요인을 조정하지 않은 기준으로 보면 해당 12개월 동안 비농업 고용은 월평균 약 1만1000명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기존 통계의 월평균 약 1만8000명보다 7000명 적다.

현재 통계를 기준으로 계절조정한 고용 증가폭은 같은 기간 월평균 약 2만3000명이다. 계절조정 수치는 최종 벤치마크 수정 때 공식 반영된다.

민간 부문의 수정폭은 전체보다 컸다.

민간 고용은 기존 추정보다 17만8000명, 0.1% 적은 것으로 예비 집계됐다.

이에 따라 민간 부문의 월평균 고용 증가폭은 기존 3만8000명에서 약 2만4000명으로 낮아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반면 정부 부문 고용은 9만9000명 상향 조정됐다.

◇소매업 15만4600명 감소…운송·창고업은 증가

업종별 수정 방향은 크게 엇갈렸다.

가장 큰 하향 수정은 소매업이었다. 소매업 고용은 기존 추정보다 15만4600명 적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운송·창고업은 13만5100명 상향 조정돼 가장 큰 증가폭을 나타냈다.

전체 업종 가운데 9개 부문은 고용이 하향 수정됐고 6개 부문은 상향 조정됐다.

로이터는 “경제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기업의 노동 수요가 약해진 가운데 일부 기업이 AI가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는 것도 채용 둔화의 한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퇴직자 증가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단속으로 노동시장에 공급되는 근로자 수가 줄어든 것도 고용 증가세 둔화의 배경으로 꼽혔다.

그러나 AI와 고용의 관계는 산업과 지역에 따라 훨씬 복잡하게 나타나고 있다.

◇AI 대체 1순위 콜센터, 필리핀선 고용 두 배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은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콜센터에서 오히려 해외 고용이 증가하는 현상에 주목했다.

포춘에 따르면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록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필리핀 IT·비즈니스프로세스협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필리핀의 콜센터 고용은 2016년부터 2025년까지 매년 증가했다.

10년 동안 고용 규모는 거의 두 배로 늘어 약 200만명에 달했다.

AI가 화이트칼라 일자리를 대규모로 대체하고 있다면 콜센터, 정보기술 지원, 사무처리 아웃소싱 산업의 비중이 큰 필리핀과 인도에서 그 충격이 가장 먼저 나타나야 하지만 실제 실업률 흐름에서는 뚜렷한 고용 붕괴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게 슬록의 분석이다.

필리핀 실업률은 2021년 9%에서 올해 7월 약 5%로 낮아졌고 인도도 약 7%에서 6%로 떨어졌다.

특히 고객서비스 업무는 AI 자동화에 가장 취약한 분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브루킹스연구소는 고객서비스 담당자가 수행하는 업무 가운데 86%가 높은 자동화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실제로 세일즈포스는 지난해 고객서비스 인력 4000명을 줄이고 남은 상담 인력이 AI 에이전트와 함께 업무를 처리하도록 했다.

그럼에도 해외 콜센터 고용이 늘고 있는 것은 AI가 반드시 사람을 대체하는 방향으로만 작용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AI로 상담 빨라지자 오히려 서비스 수요 확대

슬록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제번스 역설’로 설명했다.

제번스 역설은 기술 발전으로 특정 자원을 더 효율적이고 싸게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소비량이 줄어드는 대신 오히려 사용량이 증가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AI가 상담원 한 명이 처리할 수 있는 업무량을 늘리고 고객 한 명을 응대하는 비용을 떨어뜨리면 기업이 상담 인력을 줄이는 대신 더 많은 고객과 시장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포춘이 인용한 2023년 연구에서도 5000명 이상의 고객지원 담당자에게 AI 대화형 지원도구를 제공했을 때 시간당 생산성이 평균 14%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AI가 상담원 업무를 줄이는 동시에 한 사람이 처리할 수 있는 업무를 늘려 기업의 고객서비스 공급 자체를 확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해외 인건비가 미국보다 크게 낮은 점도 콜센터 고용을 떠받치고 있다.

필리핀 콜센터 직원들의 월급은 1만5000~12만필리핀페소로 약 243~1948달러(약 34만~269만원) 수준이다.

미국 콜센터 직원의 평균 월급은 약 2866달러(약 396만원)로 집계됐다.

AI를 활용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해외 노동력을 함께 사용하는 방식이 기업들에 여전히 경제성이 있는 셈이다.

◇“AI가 고용 줄인다” 단순 공식은 아직 일러

AI 기술 자체의 한계도 인간 상담원 수요가 유지되는 이유로 꼽힌다.

복잡하거나 예상하지 못한 고객 문제를 AI가 아직 완전히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자동화가 확대될수록 사람과 직접 대화하기를 원하는 고객의 수요가 오히려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포춘은 AI가 일부 업무와 기업에서는 인력을 줄이고 있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생산성을 높여 서비스 수요와 고용을 함께 확대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미국 고용 통계 역시 AI가 노동시장 전체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는 직접적인 증거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BLS의 7만9000명 하향 수정폭은 최근 수년간의 대규모 수정과 비교하면 작았다.

BLS는 약 1년 전 2025년 3월까지 12개월간 고용을 91만1000명 하향 조정할 것으로 예비 추산했다. 이후 비계절조정 기준 최종 감소폭은 86만2000명으로 수정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기업조사 응답률 저하와 신규 기업의 생성·폐업을 추정하는 통계모형의 어려움으로 벤치마크 수정폭이 이례적으로 커졌지만 이번에는 전체 고용의 0.1%에 그쳤다.

미국의 고용 증가세가 기존 추정보다 약한 것은 확인됐지만 AI가 일자리를 얼마나 없애거나 새롭게 만들어내는지는 산업과 업무 성격, 비용 구조에 따라 서로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