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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탈중국 배터리’ 해법으로 韓 3사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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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탈중국 배터리’ 해법으로 韓 3사 부상

전문가들 “LG엔솔·SK온·삼성SDI와 협력 확대해야”
中 LFP 세계 생산 94% 장악…한국 업체 전환 속도도 관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의 로고. 사진=각사이미지 확대보기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의 로고. 사진=각사

유럽연합(EU)이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면 자체 산업 육성만으로는 부족하며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업체와 협력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국이 전 세계 배터리 셀과 저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시장을 압도적으로 지배하는 상황에서 이미 유럽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갖춘 한국 업체들이 EU의 공급망 다변화에 가장 현실적인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닛케이아시아는 업계 전문가들을 인용해 EU가 중국 배터리 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면 한국 기업들의 유럽 생산 확대를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중국은 현재 전 세계 배터리 셀 생산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중저가 전기차를 중심으로 채택이 빠르게 늘고 있는 LFP 배터리에서는 세계 생산량의 약 94%를 장악하고 있다.

LFP는 기존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강점을 가진 니켈·망간·코발트(NMC)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는 낮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안정성이 높아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채택이 빠르게 늘고 있다.

유럽에서도 LFP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의 비중은 2022년 3%에서 2024년 10%로 높아졌으며 대부분 중국 업체가 공급했다.

유럽외교협회(ECFR)는 중국의 배터리 공급망 장악력을 유럽의 주요 경제안보 위험 가운데 하나로 지목하고 있다.

중국은 배터리 셀뿐 아니라 양극활물질과 음극활물질, 리튬·코발트·흑연의 정제·가공 등 배터리 공급망의 핵심 단계에서도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이 자체 기업만 육성해 단기간에 중국 의존도를 크게 낮추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라고 닛케이아시아는 전했다.

◇ 유럽 배터리 생산능력 78%가 한국계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대안으로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이미 유럽에 대규모 생산기반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브로츠와프에서 배터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SK온과 삼성SDI는 헝가리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한국 업체들은 유럽에 설치된 배터리 제조능력의 약 78%를 차지하고 있다. 자체 유럽 기업은 약 13%, 중국 업체는 약 8% 수준으로 분석된다.

한국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배터리 생산국으로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가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대규모로 제품을 공급해온 경험도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기존 생산시설과 대량생산 경험을 활용하면 EU가 새 배터리 업체를 처음부터 육성하는 것보다 빠르게 공급망을 다변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생산능력이 곧 시장 지배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 업체들은 유럽에 먼저 진출했지만 최근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에 빠르게 점유율을 내줬다.

ECFR 분석에 따르면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2022년 78%에서 2025년 약 30%까지 낮아졌다. 같은 기간 중국 업체의 점유율은 22%에서 약 60%로 상승했다.

저렴한 LFP 배터리를 앞세운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 업체들은 오랫동안 주행거리가 길고 에너지 밀도가 높은 NMC 배터리에 집중해왔지만 전기차 시장이 대중화되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가격을 낮추기 위해 LFP 채택을 늘리자 제품 구성에서 약점을 드러냈다.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도 이에 대응해 LFP 개발과 생산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유럽 최대 규모의 배터리 생산시설인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에서 LFP 제품 생산에 나섰으며 르노와도 유럽 전기차용 LFP 배터리 공급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SK온과 삼성SDI 역시 LFP 제품 개발과 양산 준비를 확대하며 중국 업체가 주도해온 중저가 배터리 시장 진입을 추진하고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한국 업체들이 저가 배터리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지만 중국과의 격차를 줄이려면 속도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 “단순 수입 아닌 유럽 현지 투자 끌어내야”


EU도 중국 배터리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제도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EU가 마련 중인 산업가속화법은 공공조달과 보조금을 받을 때 유럽 내에서 생산된 부품과 배터리의 사용을 확대하도록 유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U는 배터리 셀을 비롯한 주요 부품의 역내 생산을 늘려 전기차 산업의 공급망을 보다 안정적으로 구축한다는 목표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런 정책을 한국 업체들의 유럽 투자를 늘리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다만 한국과 EU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다는 점 때문에 정책 설계에 따라서는 한국 기업들이 유럽 내 생산을 확대하는 대신 한국에서 생산한 배터리와 소재의 수출을 늘리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고 닛케이아시아는 덧붙였다.

이 경우 중국 의존도는 낮출 수 있지만 유럽이 원하는 일자리 창출과 배터리 제조기술 축적, 현지 공급망 육성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EU가 한국 업체를 단순한 대체 수입처로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배터리 셀과 양극재·음극재 등 소재 생산까지 유럽 내에 확대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도 유럽 현지 생산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어 EU와 한국 기업에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CATL은 이미 독일에서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으며 헝가리 생산능력을 늘리는 동시에 스텔란티스와 스페인에서 대규모 LFP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유럽이 자체 배터리 산업을 육성하는 사이 중국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과 현지 생산능력을 동시에 확보하면 공급망 다변화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니케이아시아는 중국의 압도적인 LFP 경쟁력과 유럽 시장 확대 속도를 감안하면 EU와 한국 배터리 업체의 협력은 단순한 기업 수주 확대를 넘어 유럽의 공급망 안보 문제로 봐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한국 배터리 업체들 역시 이미 확보한 유럽 생산기반을 활용해 LFP 경쟁력을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느냐가 중국 업체에 빼앗긴 시장을 되찾을 수 있을지를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