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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올려라" 美 외압에 진땀 빼는 日… 진퇴양난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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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올려라" 美 외압에 진땀 빼는 日… 진퇴양난 딜레마

애슈빌 회담과 이례의 외압… 베선트, 우에다에 시장·금융정책 단호한 조치 요구
미 국채 금리와 일본의 딜레마… 자국 국채 방어 나선 워싱턴의 강요에 곤혹
통화주권 논란과 한국 시장… 원화 환율 상방 압력 완화 속 자본 변동성 상존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본사로 출근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본사로 출근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재무장관의 공개 금리 인상 압박에 직면한 일본은행이 통화주권 침해 논란 속에서도 오는 17일 추가 긴축을 단행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렸다.

지지통신은 3일 스콧 베선트 장관이 우에다 가즈오 총재를 만나 시장과 금융 정책 양면에서 단호한 조치를 취하라고 직접 촉구하며 사실상 외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애슈빌 회담과 이례의 외압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주요 20개국(G20) 회의가 열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지난 8월 30일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와 대면 회담을 가졌다. 베선트 장관은 엔화 저평가를 바로잡기 위한 조기 금리 인상을 강력 요구하며 주권 국가의 중앙은행 정책에 직접 개입하는 태도를 드러냈다. 양국 통화당국 수장의 만남은 지난 7월 말 엔화 약세 저지를 위한 공동 개입 이후 처음이다.

당시 공동 시장 조치 이후에도 엔화 매도세는 멈추지 않았다. 엔·달러 환율은 한때 달러당 160엔대까지 치솟으며 한 달 만에 이전 수준으로 밀려났다.

베선트 장관은 회담에서 "엔화의 상당한 저평가에 대처하기 위해 일본이 시장과 금융정책 양면에서 단호한 조치를 강구하는 것을 강하게 지지한다"라고 통보했다.

미 국채 금리와 일본의 딜레마


해외 고위 관료가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을 공개 압박하는 일은 매우 이례의 사태로 꼽힌다.

미국 정부가 이처럼 무리한 외압을 행사하는 배경에는 자국 국채 시장의 금리 폭등을 막으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엔화 가치 하락으로 수입 물가가 치솟는 일본이 금리 인상을 머뭇거리면 장기 국채 금리가 한꺼번에 튈 위험이 크다. 일본의 장기금리가 급등하면 그동안 수익률 차이를 노리고 미국 국채를 사들였던 일본계 거대 자본이 자국으로 썰물처럼 빠져나가게 된다. 이는 베선트 장관이 극도로 꺼리는 미국 국채 금리 급등과 정부 차입 비용 상승을 가속화하는 뇌관이다.
결국 미국은 자국의 국채 시장 안정을 위해 동맹국 일본은행을 사실상 방패막이로 삼아 금리 인상을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 통화당국 내부에서는 주권 침해라는 비판과 함께 당혹감이 번지고 있다. 9월 2일 삿포로시에서 기자회견을 연 다카다 하지메 일본은행 심의위원은 "어디까지나 독자 시각으로 환경을 인식하면서 대응하겠다"라고 발언하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우에다 총재 역시 G20 폐막 회견에서 직접 논평을 피했으나, 미 국채 시장의 혼란을 막으려는 워싱턴의 강력한 요구를 뿌리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한다. 굴욕의 외압 속에서도 미국의 의중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일본은행의 고뇌가 짙어지고 있다.

통화주권 논란과 한국 시장


미국의 외압에 떠밀린 일본은행의 금리 결정 딜레마는 한국 외환시장과 금융 투자 환경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다.

원화와 엔화의 높은 상관관계를 고려할 때 일본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 금리를 올릴 경우 엔화 가치가 반등하며 원·달러 환율의 상방 압력이 완화되는 긍정 경로가 열린다. 반면 오랜 저금리 환경에서 형성된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대규모로 회수될 경우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며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위험도 공존한다.

단기 경로(6개월)로는 9월 18일 일본은행 회의 결과에 따라 엔화와 원화가 동반 강세를 보이며 아시아 통화가 안정을 찾을 전망이다. 중장기 경로(1~3년)에서는 미·일 금리 차 축소로 글로벌 채권 시장의 자본 이동 흐름이 재편될 수 있다. 반면 미국 경제의 급격한 둔화로 연준이 조기 빅컷을 단행하면 일본의 금리 인상 압박 명분이 사라져 이 경로는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

노무라총합연구소 기우치 다카히데 에그제큐티브 이코노미스트는 "다카이치 정권이 그동안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움직임을 견제해 왔다"라며 "베선트 장관의 발언은 일본 정부가 중앙은행의 자율 금리 인상을 가로막지 못하도록 사전에 쐐기를 박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의 공개 지지는 일본이 거부하기 힘든 통화정책의 외압"이라고 평가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