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퍼·메모리서 전력·토지까지 AI공장 전체 공급망 파악
1GW당 사업기회 호퍼 24조원→루빈 54조원으로 확대
1GW당 사업기회 호퍼 24조원→루빈 54조원으로 확대
이미지 확대보기그러나 미국 투자전문매체 모틀리풀은 바로 이 한 단어가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사업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라고 분석했다.
엔비디아가 더 이상 그래픽처리장치(GPU) 주문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반도체 회사에 그치지 않고 웨이퍼와 메모리, 광통신에서 토지와 전력, 데이터센터 건물에 이르는 ‘AI 공장’ 전체의 구축 계획을 장기간 내다볼 수 있는 위치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5일(이하 현지시각) 모트리풀에 따르면 황 CEO는 지난달 26일 2027회계연도 2분기 실적 발표 뒤 콘퍼런스콜에서 전 세계 토지·전력·데이터센터 건물 관련 기업들과 협력하면서 앞으로 구축될 컴퓨팅 인프라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가 통상 하지 않던 장기 전망을 내놓은 것도 이런 가시성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엔비디아는 2028회계연도 매출이 전년보다 약 7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모틀리풀에 따르면 엔비디아 경영진은 실제 제품 수요만 놓고 보면 70%보다 훨씬 높은 성장도 가능하지만 반도체와 메모리 등 공급 제약을 고려해 달성 가능한 수준을 제시했다.
◇‘칩 주문’ 넘어 토지·전력까지 본다
아마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대형 기술기업들이 자체 AI 가속기를 개발하면서 엔비디아의 시장지배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돼왔다.
모틀리풀은 그러나 이런 시각은 엔비디아를 단순 GPU 공급업체로만 바라본다는 점에서 불완전하다고 지적했다.
엔비디아가 확인하는 수요는 분기별 GPU 주문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웨이퍼와 메모리, 광통신 부품의 공급량뿐 아니라 데이터센터를 지을 토지와 확보 가능한 전력, 건물 구축 일정까지 AI 인프라 전반을 파악한다는 것이다.
상위 5개 하이퍼스케일러의 설비투자액은 올해 약 8000억달러(약 1080조원), 내년에는 1조3000억달러(약 1755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클라우드 업체들의 수주잔고는 약 2조달러(약 2700조원)에 달한다.
모틀리풀은 이 같은 수치가 단순한 투자계획이 아니라 엔비디아 데이터센터 사업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고객들의 실제 인프라 구축 계획을 뒷받침한다고 분석했다.
나머지 절반을 구성하는 AI 클라우드, 산업기업, 일반 기업, 국가 주도 프로젝트의 성장 속도도 더 빠르다고 평가했다.
대규모 지출이 수년에 걸친 부지 개발과 전력 연결, 메모리 공급계약으로 이어지면 AI 수요를 단순한 분기별 등락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GPU에서 ‘AI 공장’으로…1GW당 매출기회 3배
모틀리풀이 주목한 또 다른 변화는 엔비디아가 판매하는 가치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엔비디아는 GPU와 중앙처리장치(CPU), 네트워킹, 소프트웨어, 데이터센터의 물리적 시설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는 AI 공장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제품 세대가 바뀔수록 같은 전력을 사용하는 데이터센터에서 엔비디아가 확보할 수 있는 사업 규모도 커지고 있다.
모틀리풀에 따르면 전력 1기가와트(GW)당 사업기회는 호퍼 시대 약 180억달러(약 24조3000억원)에서 블랙웰에서는 250억달러(약 33조7500억원)로 늘었다.
차세대 베라 루빈에서는 400억달러(약 54조원)까지 확대됐다.
단순히 GPU 한 개를 더 파는 경쟁이 아니라 데이터센터 전체에서 엔비디아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을 키우는 방향으로 사업이 변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엔비디아가 마벨테크놀로지, 노키아, 코히어런트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이런 전략과 연결된다고 모틀리풀은 분석했다.
마벨은 맞춤형 가속기와 실리콘 포토닉스, 노키아는 AI 기반 무선접속망, 코히어런트는 대규모 AI 칩 클러스터에 필요한 광통신 기술과 관련돼 있다.
이들 기업과의 관계를 통해 엔비디아가 반도체뿐 아니라 네트워킹과 광통신, 통신 인프라의 미래 수요까지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메모리 3사와 공급망 상류서 협력
이 같은 공급망 가시성은 메모리 가격 급등 같은 위험에 대응하는 데도 중요하다.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엔비디아는 메모리 가격 상승이 내년 매출총이익률을 압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엔비디아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업체들과 공급망 상류 단계부터 협력하고 있다.
모틀리풀은 엔비디아가 토지와 전력, 데이터센터 건설 수요까지 수년 앞서 파악함으로써 제품 구조를 조정하고 공급계약과 생산능력을 미리 확보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부품 부족이 발생한 뒤 대응하는 것과 달리 AI 인프라 건설계획 단계부터 필요한 물량을 예측할 수 있다는 의미다.
모틀리풀은 AI 투자가 경기 흐름이나 메모리 가격에 따라 단기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토지와 전력, 핵심 부품에 걸쳐 수년 단위로 이미 계획된 수요는 갑작스러운 투자심리 변화에 의해 사라지는 전형적인 거품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황 CEO가 콘퍼런스콜에서 한 번 사용한 ‘가시성’은 결국 엔비디아가 GPU 주문량을 넘어 AI 데이터센터가 언제, 어디에서, 어느 규모로 건설될지를 공급망 전반에서 파악하고 있다는 의미라는 것이 모틀리풀의 분석이다.
AI 거품론을 둘러싼 논쟁에서 엔비디아가 내놓은 가장 중요한 답은 단기적인 주문 증가가 아니라 수년 앞의 AI 인프라 구축 계획을 볼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라는 설명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