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미군, 스마트폰 광고ID 차단…위치정보가 ‘표적 데이터’로

글로벌이코노믹

미군, 스마트폰 광고ID 차단…위치정보가 ‘표적 데이터’로

공군·특수작전사령부·육군 잇따라 추적기능 비활성화
의회 “돈 주고 미군 위치 사는 셈”…국방부 대응 조사 요구
지난 3월 31일(현지시각) 이란 공격 작전 ‘에픽 퓨리’에 투입된 미 해군 니미츠급 항공모함 USS 에이브러햄 링컨에서 F/A-18F 슈퍼호넷 전투기가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3월 31일(현지시각) 이란 공격 작전 ‘에픽 퓨리’에 투입된 미 해군 니미츠급 항공모함 USS 에이브러햄 링컨에서 F/A-18F 슈퍼호넷 전투기가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군이 스마트폰과 컴퓨터에서 사용자를 추적하는 광고 식별자를 잇따라 비활성화하고 있다.

앱과 광고업체들이 수집한 위치정보가 데이터 중개업체를 통해 거래된 뒤 중동에 배치된 미군을 감시하거나 공격 목표로 삼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적인 안보 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미군은 광고 식별자 차단에 이어 중동 파병 병력의 휴대전화 사용 자체를 더욱 엄격하게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미 공군, 미 육군, 미 특수작전사령부 등이 군용 기기의 광고 식별자 사용을 중단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론 와이든 민주당 상원의원이 공개한 군 당국의 서한과 미군의 답변을 토대로 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모바일 광고 식별자(MAID)는 스마트폰 등 개별 기기에 부여되는 고유 식별번호다.

광고업체는 이를 이용해 여러 앱에서 사용자의 활동을 추적하고 관심사에 맞는 광고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위치정보와 결합하면 특정 기기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는 데도 사용할 수 있다.

앱이나 서비스업체가 수집한 위치정보가 데이터 중개업체로 넘어가고 다시 외부에 판매되면 군사작전에 참여한 병력의 위치와 이동 패턴까지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이 미 정치권과 보안 전문가들의 우려다.

◇공군은 두달 전 차단…육군 모바일은 2월부터

미군 각 조직의 대응 시기는 서로 다르다.

공군은 와이든 의원에게 약 두 달 전 컴퓨터와 휴대전화의 광고 식별자를 비활성화했다고 밝혔다.

특수작전사령부는 별도의 서한에서 최근 윈도 기기에서 광고 식별자를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육군은 윈도 컴퓨터에서는 2021년 이전부터 광고 식별자를 차단해왔으며 애플과 안드로이드 모바일 기기에서도 적어도 올해 2월부터 기본적으로 비활성화했다고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상업적으로 판매되는 위치정보가 실제 전장에서 안보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진 뒤 나왔다.

미 중부사령부는 앞서 적대 세력이 상업용 위치정보를 악용해 작전지역의 미군 관계자를 표적으로 삼거나 감시한다는 다수의 위협 보고를 받았다고 의회에 밝힌 바 있다.

위치정보는 미군이 어디에 모이는지뿐 아니라 일정한 이동 패턴까지 파악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이런 정보가 미사일과 드론 공격의 표적 선정이나 정보활동에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 미 의원들의 판단이다.

◇“신용카드로 정보 사서 미군 추적해선 안 돼”

미 정치권은 광고 식별자 비활성화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와이든 의원과 팻 해리건 공화당 하원의원은 국방부에 서한을 보내 미군이 상업용 위치정보 거래가 초래하는 위험에 제대로 대응했는지를 조사하라고 요구했다.

해리건 의원은 미 육군 특수부대 장교 출신으로 현재 노스캐롤라이나주를 지역구로 두고 있다.

와이든 의원은 미군이 지금까지 취한 조치가 이 같은 위협을 무력화하는 데 효과적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해리건 의원도 미국의 적대 세력이 “신용카드를 꺼내 미군을 추적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살 수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문제의 핵심은 데이터 자체가 공개시장에서 상품처럼 거래된다는 데 있다.

스마트폰 앱이나 서비스 제공업체가 확보한 위치정보는 여러 중개업체를 거쳐 판매될 수 있다.

따라서 군사기밀을 직접 해킹하지 않더라도 상업적으로 판매되는 데이터를 구매해 특정 지역에 모여 있는 기기나 사용자의 움직임을 분석할 수 있다.

로이터는 이 같은 광고·데이터 거래 시장이 개인정보 문제를 넘어 국가안보 위험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광고ID 꺼도 추적 완전히 막지는 못해

광고 식별자를 끄는 조치가 위치정보 노출 위험을 상당 부분 줄일 수는 있지만 추적 가능성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아니다.

개인정보 보호 광고기술업체 디크립트애즈 공동창업자 잭 에드워즈는 군용 기기에서 MAID를 비활성화한 것은 분명 긍정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렇게 하면 여러 데이터 판매업체가 대량으로 거래하는 정보에 해당 기기의 위치가 포함되는 것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그는 앱이 수집하는 다른 기술적 기기정보와 네트워크 데이터, 위치정보 등을 서로 결합하면 광고 식별자가 없어도 사용자를 추적할 가능성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미군이 광고 식별자 차단을 넘어 휴대전화 사용 자체에 더욱 강한 제한을 검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로이터는 지난 7월 중동에 파병된 일부 미군이 휴대전화를 반납하도록 지시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미군 지휘부는 병사들이 휴대전화로 촬영한 영상과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는 행위가 이란에 미군기지 공격의 성공 여부를 사실상 실시간으로 알려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미군이 공격을 피해 어디로 대피하는지, 미사일이나 드론이 어느 지점에 떨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영상은 후속 공격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광고 식별자를 통한 위치정보 유출과 병력 스스로 공개하는 사진·영상이 서로 다른 경로를 통해 같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셈이다.

미군의 이번 조치는 스마트폰에 붙어 있던 광고용 식별번호가 전장에서 군인의 위치를 드러낼 수 있는 안보 취약점으로 변하면서 상업용 데이터 시장이 새로운 군사 보안 문제로 떠올랐음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