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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에 전기 오토바이 질주…파키스탄 판매 173%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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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에 전기 오토바이 질주…파키스탄 판매 173% 급증

휘발유값 부담 커지자 전동화 경제성 부각
빈패스트 1분기 219% 급증…中업체 아프리카도 공략
지난 2022년 8월 25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 보고르의 유나이티드 E-모터 공장에서 직원이 전기 오토바이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22년 8월 25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 보고르의 유나이티드 E-모터 공장에서 직원이 전기 오토바이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전기 자동차와 전기 트럭의 성장세가 예상보다 둔화하는 가운데 전기 오토바이는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 전쟁 이후 치솟은 석유·가스 가격이 특히 저소득 국가의 연료비 부담을 키우면서 값싼 이동수단으로 오랫동안 이용돼온 오토바이 시장에서 전동화가 오히려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에너지 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는 높은 연료 가격, 정부 보조금, 저렴한 중국산 제품, 배터리 교환 시스템이 맞물리면서 파키스탄과 베트남,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 전기 이륜차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고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전기 오토바이는 일반적으로 휘발유 모델보다 구매가격이 비싸지만 장기간 운행할 경우 유지비 부담이 적다. 최근에는 배터리를 충전하는 비용이 휘발유 탱크를 채우는 비용보다 저렴해지면서 구매가격 차이를 상쇄하는 효과도 커지고 있다.

◇ 파키스탄 상반기 판매 173% 급증


오일프라이스에 따르면 전기 이륜차 전환이 가장 빠르게 나타나는 곳 가운데 하나가 파키스탄이다.

파키스탄에서는 도로를 다니는 차량 가운데 약 80%가 오토바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기 오토바이를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최근에는 매주 새로운 브랜드가 시장에 진입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졌다.

현재 파키스탄에서는 약 84개 업체의 전기 오토바이 모델을 구입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모터사이클스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파키스탄 전기 이륜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173% 증가했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휘발유 가격 부담과 함께 정부 보조금도 수요 증가를 뒷받침하고 있다.

판매되는 전기 오토바이 상당수는 중국산이며 일부 파키스탄 업체는 현지에서 생산한 오토바이에 중국산 전기모터를 장착해 판매하고 있다.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은 신생기업뿐 아니라 기존 전기차 업체까지 시장에 뛰어들면서 선택 가능한 제품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파키스탄처럼 오토바이가 일상적인 교통수단인 국가에서는 유가 상승이 단순한 교통비 증가를 넘어 가계 부담으로 직결된다. 전기 이륜차의 낮은 운행비가 구매 결정에서 더욱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는 이유다.

◇ 빈패스트 14만대 판매…1년 새 219% 증가


베트남에서도 전기 이륜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교통 체증이 심한 베트남에서는 오토바이가 주요 이동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하노이 도심의 저배출구역에서 주말 동안 휘발유 오토바이 운행을 제한하면서 전기 모델 수요가 추가로 늘고 있다.

베트남 빈패스트는 올해 1분기 전기 오토바이와 전기자전거 14만3136대를 인도했다.

전년 동기보다 219%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일본 혼다도 시장 확대에 대응하고 있다.

혼다는 지난 7월 전기 오토바이 UC3를 올해부터 베트남에서 생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북부 푸토성에 생산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아라이 사야카 혼다 베트남 법인장은 소비자의 전동화 추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란 전쟁에 따른 연료 가격 상승이 전기 스쿠터와 전기 오토바이에 대한 관심을 더욱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중국 업체들의 저렴한 제품 공급도 시장 확대를 가속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전기 이륜차 업체들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전역에 판매망을 확대하는 한편 현지 기업과 손잡고 시장 사정에 맞는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 아프리카선 배터리 바꿔 끼운다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아프리카에서는 배터리 교환 방식이 새로운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전기 이륜차 업체 TAILG는 가나의 배터리 교환업체 코파와 협력해 아프리카 시장 전용 전기 오토바이 TK90을 개발했다.

TK90은 충전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방전된 리튬 배터리를 충전된 배터리로 교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두 회사는 이 방식으로 오토바이 운행비를 약 30% 낮췄다고 밝혔다.

TK90은 현재 케냐와 탄자니아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TAILG는 태양광을 이용하는 삼륜차도 개발하고 있으며 아프리카 지역의 야외 배터리 교환시설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충전망이 부족한 지역에서 전력망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전기 오토바이 보급이 빠르게 늘고 있는 케냐에서도 충전시설과 교환용 배터리 부족이 시장 확대를 가로막는 주요 장애물로 지적돼 왔다.

배터리 교환망과 태양광 충전 기술이 확산하면 충전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에서도 전기 이륜차 보급이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 전기차 둔화 속 이륜차는 반대로 질주


오일프라이스에 따르면 전기 이륜차 시장의 급성장은 승용 전기차 시장과 대조적이다.

최근 몇 년간 전기 자동차와 전기 트럭 판매가 기대보다 느리게 성장하면서 각국 정부는 친환경차 보급 목표를 재검토하고 자동차 업체들도 전기차 생산 확대 속도를 늦추고 있다.

반면 오토바이가 생계와 출퇴근을 위한 필수 교통수단인 시장에서는 연료비가 구매가격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다.

특히 이란 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 폐쇄와 에너지 공급 불안으로 국제 석유·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화석연료 가격 변동에 취약한 저소득 국가들이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전기 오토바이는 초기 구매가격에서는 휘발유 모델보다 비싸더라도 매일 사용하는 연료비를 줄일 수 있어 고유가가 지속될수록 경제성이 높아진다.

정부 보조금과 중국산 저가 모델, 배터리 교환 인프라 확대까지 맞물리면서 전기 이륜차 시장의 성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오일프라이스는 중동 분쟁으로 인한 석유·가스 가격 변동성이 화석연료 의존에 따른 에너지 안보 위험을 부각하면서 소비자들이 더 깨끗하고 운행비가 낮은 교통수단으로 이동하는 흐름도 더욱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