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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戰 고유가에 전기차 질주…미국만 뒤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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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戰 고유가에 전기차 질주…미국만 뒤처졌다

세계 50개국 2분기 판매 신기록…미국은 10개월째 신차 비중 7.5% 밑돌아
중국 업체 세계 판매 약 3분의 2 장악…미 정책 후퇴가 격차 키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이란 전쟁에 따른 고유가가 세계 각국의 전기차 판매를 끌어올렸지만 정작 전쟁 당사국인 미국은 정책 지원 축소로 이 같은 흐름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기후·에너지 전문매체 예일클라이밋커넥션스는 이란 전쟁으로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가 촉발된 이후 유럽, 동남아시아, 중남미,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전기차 판매가 빠르게 늘고 있는 반면 미국에서는 신차 전기차 시장이 정체돼 있다고 2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란 전쟁으로 국제유가는 지난 3~5월 배럴당 100달러(약 13만9000원)를 웃돌았고 미국 휘발유 가격도 4월 이후 대부분의 기간 갤런당 4달러(약 5500원)를 넘어섰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는 유가 상승과 공급 부족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반면 중국은 전기차 보급 확대 등을 통해 석유 수요를 줄이면서 충격을 일부 완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빠른 전기차 보급은 하루 석유 소비량을 약 150만배럴, 전체의 약 10% 줄인 것으로 추정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란 전쟁과 이에 따른 에너지 위기가 에너지 안보와 연료비 부담을 낮추는 수단으로서 전기차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켰으며 세계 자동차 시장의 전동화를 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신차 판매에서 배터리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5% 미만에서 2024년 20%로 높아졌고 지난해에는 25%에 달했다.

◇이란전 뒤 세계 판매 반등…미국은 예외

세계 전기차 시장은 올해 초 한때 부진했다.

미국에서 연방 전기차 세액공제가 폐지되고 중국도 전기차 세제 혜택을 축소하면서 올해 1~2월 판매가 급격히 둔화됐다.

그러나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고 이란이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20%가 지나던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원유와 석유제품 가격이 급등하자 전기차에 대한 관심도 빠르게 살아났다.

지난 3월 이후 유럽, 동남아시아, 중남미,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전기차 판매가 급증했다. 유럽에서는 현재 신차 판매의 약 30%가 전기차다.

IEA에 따르면 2분기 전기차 판매는 1분기보다 35% 증가했고 50개국에서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만 이란 전쟁이 전기차 판매 증가에 미친 영향을 정확히 분리해 계산하기는 어렵다고 예일클라이밋커넥션스는 지적했다.

IEA 보고서 공동저자인 엘리자베스 코널리 에너지기술·수송 분석가는 “국가별 정책과 경제 상황도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도 “전쟁과 이에 따른 높은 연료 가격이 전기차의 매력을 높였음을 데이터가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는 전기차가 전체 신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정부 지원 축소 직후인 올해 첫 두 달 42%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이란 전쟁이 시작된 뒤 빠르게 회복해 최근 3개월 연속 60%를 넘으며 기록을 경신했다.

미국은 이 같은 세계적인 흐름과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의 유안 그레이엄 선임 분석가는 “일부 시장에서 이란 전쟁의 영향으로 전기차 판매가 한 단계 뛰어오른 반면 미국에서는 정책 지원 철회로 판매가 부진하다”고 분석했다.

미국에서는 연방 세액공제가 폐지된 이후 10개월 동안 전기차가 신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달 7.5%를 밑돌았다.

고유가로 미국에서도 하이브리드차와 중고 전기차 구매는 기록적인 수준으로 늘었지만 신차 전기차는 같은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중국은 내수 둔화에도 전기차 수출 확대

예일클라이밋커넥션스에 따르면 미국 시장이 주춤하는 사이 중국 자동차업체들은 해외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중국의 내수 자동차 판매가 둔화하자 완성차 업체들은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의 전체 자동차 수출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5%에서 올해 상반기 45%로 높아졌다.

현재 중국 자동차업체들은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산 전기차 수출 확대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 호주,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필리핀, 벨기에, 영국, 아랍에미리트(UAE), 러시아, 에티오피아 등 세계 각국에서 전기차 판매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내연기관차의 세계 판매량은 지난 2017년 정점을 찍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전체 자동차 판매가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증가분은 사실상 전기차가 차지했다. 현재 세계 내연기관차 판매량은 2011년보다도 적다.

◇2035년 세계 절반 전기차…미국은 20% 전망

세계 전기차 시장과 미국의 격차는 앞으로 더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시장조사업체 JD파워는 전기차가 2033년 세계 신차 판매의 절반을 넘어서고 2040년에는 비중이 80% 이상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IEA의 전망은 이보다 보수적이지만 전동화 방향 자체는 같다. IEA는 두 가지 정책 시나리오에서 2035년 세계 신차 판매 가운데 전기차 비중이 약 50%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새로운 정책 지원이 도입되지 않을 경우 미국의 2035년 전기차 판매 비중은 20%를 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널리 분석가는 최근 2년간 미국의 정책 변화가 세계 전기차 판매 비중 전망을 낮추는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예일클라이밋커넥션스는 "세계 자동차 시장이 빠르게 전동화되고 중국 기업들이 이 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정책 후퇴가 자국 자동차업체들의 경쟁력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주가 처음 전기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자체 지원 제도를 도입했고 포드 등 기존 완성차 업체들도 가격을 낮춘 전기차 개발에 나서고 있다.

예일클라이밋커넥션스는 이런 시도가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미국 자동차업체들이 세계적으로 축소되는 내연기관차 시장을 놓고 경쟁해야 할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