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중앙은행, 美·캐나다서 86톤 회수해 런던 이체… 프랑스·독일 등도 '뉴욕 탈출' 러시
세계금협회(WGC) 조사, 중앙은행 10%가 해외 보관처 다변화… "러 외환 동결이 부메랑 돼"
상하이 '국가급 금 보관소'·홍콩 '2000톤 금고' 인프라 확충… 中, 글로벌 금 시장 영향력 노린다
세계금협회(WGC) 조사, 중앙은행 10%가 해외 보관처 다변화… "러 외환 동결이 부메랑 돼"
상하이 '국가급 금 보관소'·홍콩 '2000톤 금고' 인프라 확충… 中, 글로벌 금 시장 영향력 노린다
이미지 확대보기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 등 지정학적 위기 고조와 미국의 금융 제재(달러 무기화)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면서, 유럽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 등에 예치해 두었던 금(Gold) 보유고를 유럽 본토나 런던 등으로 대거 회수·재배치하고 있다.
이러한 ‘서방 금고 대이동’의 틈새를 겨냥해 중국이 상하이와 홍콩을 중심으로 대규모 금 보관 인프라와 결제 시스템을 구축,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금괴를 자국 수탁 허브로 유치하려는 야심 찬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달러화 기반 금융망에 대한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위안화 국제화와 글로벌 귀금속 시장의 헤게모니를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9월 8일(현지시각) 홍콩 영자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유럽 각국 중앙은행들은 미국의 자의적 자산 동결 리스크와 위기 대응 유동성을 이유로 해외에 분산 보관하던 금 보유고의 구조적 재조정에 착수했다.
네덜란드, 美서 86톤 뺐다… 유럽 각국 "주권 자산 안전성 재평가"
가장 최근 움직인 곳은 네덜란드 중앙은행(DNB)이다.
DNB는 공식 발표를 통해 지난 3월부터 8월 사이 미국과 캐나다 금고에 보관하던 금 중 총 86톤을 영국 런던(영국은행)으로 이체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네덜란드의 전체 금 보유고 중 미국 뉴욕에 예치된 비중은 종전보다 12.8%포인트 급감한 18.5%로 떨어졌다.
반면 런던 비중은 32.1%로 늘어 최대 역외 보관처가 됐으며, 30.8%는 자국 내(자이스트 금고)에 보관 중이다.
DNB 측은 이번 조치가 "심화하는 지정학적 불안 속에서 위기대응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위험 분산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뉴욕 탈출 러시는 네덜란드만의 일이 아니다.
프랑스 중앙은행(Banque de France) 역시 뉴욕에 보관 중이던 129톤의 금괴를 매각한 뒤 유럽 본토에서 동등한 규격의 금을 재매입하는 방식으로 실물 금을 회수했으며, 독일 연방은행과 세르비아 등도 수년간 유사한 본국 송환 및 보관처 다변화를 이어왔다.
중국비철금속공업협회 금은분회의 량융후이(Liang Yonghui) 부비서장은 "국가들이 자국 주권 자산의 안보를 바라보는 시각에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났다"며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서방이 해외에 보관된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금 자산을 전격 동결한 사건이 각국에 '미국 금고도 안전하지 않다'는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고 진단했다.
실제 세계금협회(WGC)의 2026년 중앙은행 설문조사 결과, 응답 기관(76개국)의 10%가 최근 12개월 사이 해외 금 보관 장소를 다변화했다고 응답해 전년(2%) 대비 5배 급증했다.
또한, 9%는 향후 해외 보관처를 추가로 분산할 계획이며, 7%는 국내 보관 시설 확충을 추진 중이라고 답했다.
상하이에 '국가급 보관소'·홍콩엔 '2,000톤 금고'… 中, 금 수탁 패권 조준
유럽 중앙은행들의 탈(脫)미국 금고 움직임에 발맞춰, 중국은 상하이와 홍콩을 글로벌 '대체 금 수탁 허브'로 육성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상하이는 2021년 푸둥 개혁개방 가이드라인 발표 당시 상하이금거래소(SGE) 주도로 ‘대규모 국가급 귀금속 보관소’를 조성하겠다는 청사진을 공식화했다. 거래소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해외 중앙은행들의 실물 금 예치를 유치하기 위한 후속 실무 작업이 비공개로 진행 중이다.
홍콩 정부는 글로벌 금 거래 중심지로의 재도약을 선언하며 향후 3년 내 현지 금고 저장 용량을 2,000톤 이상으로 대폭 확충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중국계 및 글로벌 11개 대형 은행을 대상으로 한 ‘시범 금 결제·청산 시스템’을 가동하며 인프라 테스트에 돌입했다.
중국의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CICIR)의 옌쩌양(Yan Zeyang) 연구원은 "중국의 독자적인 귀금속 수탁 및 정산 체계는 자국의 금 보유고가 서방의 일방적 금융 제재에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방패"라며 "동시에 미국의 달러 무기화와 자산 압류를 우려하는 제3국 중앙은행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강력한 대체 금고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22개월 연속 매입해 2,300톤 비축… '금 기반 금융망' 열리나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8월 말까지 22개월 연속으로 실물 금을 공격적으로 사들이며 공식 금 보유량을 2,300톤 이상으로 불렸다.
비록 자국 금의 해외 보관 비중은 국가 기밀로 부치고 있지만, 중국은 세계 최대의 금 생산국이자 소비국이라는 실물 기반을 앞세워 글로벌 금 거래의 무게중심을 런던·뉴욕에서 아시아로 끌어오겠다는 구상을 현실화하고 있다.
중국의 이번 글로벌 금 수탁 인프라 확장은, 향후 ‘달러 패권의 무기화에 불안을 느낀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실물 금을 분산 배치하는 과정에서 상하이와 홍콩이 비서방권의 핵심 안식처로 부상할 수 있는가에 대한 시험대’인 동시에 ‘종이 화폐(페트로달러)에 기반한 기존 국제 금융 질서에 맞서 실물 금과 위안화를 결합한 독자적 외환·결제 안전판을 구축하려는 중국의 거대한 금융 안보 전략’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