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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제 K자형 끝났나…‘C자형’ 주장에도 데이터는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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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제 K자형 끝났나…‘C자형’ 주장에도 데이터는 엇갈려

베선트 “저임금층 격차 좁혀”…일부 임금지표선 수렴
상위 1% 부 3분의 1 보유…전문가 “알파벳 진단 지나친 단순화”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 사진=로이터

미국 경제가 부유층과 저소득층의 격차가 벌어지는 ‘K자형’에서 양측의 격차가 다시 좁혀지는 ‘C자형’으로 바뀌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어떤 지표를 보느냐에 따라 결론은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 상승률만 보면 격차가 줄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지만 자산 분포에서는 여전히 막대한 격차가 존재한다는 얘기다.

경제 전체를 하나의 알파벳 모양으로 설명하려는 방식이 복잡한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 공영라디오 NPR은 최근 미국에서 확산하는 ‘C자형 경제’ 논쟁을 분석하면서 소득과 자산, 물가, 고용 등 서로 다른 지표를 섞어 경제 전체의 모습을 한 글자로 규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 베선트 “K자형 경제 끝났다”…C자형 주장


K자형 경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시작된 2020년께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마이클 스트레인 경제정책연구소장은 “K자형 경제의 원래 의미는 부유층이 더 부유해지는 동시에 저소득층은 더 가난해지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초기에는 미국 정부가 막대한 경기부양금과 각종 지원금을 투입하면서 저소득층이 받은 충격이 상당 부분 가려졌다.

그러나 지원책이 종료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정부 지원 등을 반영한 미국의 보충적 빈곤율은 2021년 7.8%에서 2022년 12.4%로 뛰었다. 동시에 저금리와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주식시장이 상승하면서 주식을 많이 보유한 고소득층과 자산가들은 더 큰 혜택을 받았다.

이처럼 부유층은 위로 올라가고 저소득층은 아래로 내려가는 모습이 알파벳 K의 오른쪽 두 갈래와 닮았다는 데서 K자형 경제라는 표현이 확산됐다.

그러나 최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이 같은 경제구조가 끝났다고 주장했다.

베선트 장관은 최근 CNBC와 인터뷰에서 “K자형 경제라는 말을 듣는 데 지쳤다”며 미국 경제가 이제 저임금 근로자들이 다시 격차를 따라잡는 ‘C자형 경제’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C자형이라는 표현은 이에 앞서 크리스토퍼 나세타 힐튼 최고경영자(CEO)가 소비 흐름을 설명하면서 사용했다. 이후 베선트 장관이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경제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의미로 이 표현을 받아들였다.

◇ 저임금층 임금은 개선…일부 지표선 격차 축소


베선트 장관의 주장에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NPR에 따르면 최근 물가를 반영한 실질 주간임금은 임금 분포의 하단에서는 상승한 반면 상단에서는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인 소장은 고등학교 졸업이 최종 학력인 근로자와 대학 졸업 근로자의 평균 임금 상승률도 점차 비슷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금이라는 한 가지 지표만 놓고 보면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격차가 좁아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현상을 미국 경제 전체의 격차가 해소되고 있다는 의미로 확대할 수 있느냐다.

스트레인 소장은 K자형 경제라는 표현도 시간이 지나면서 본래 의미와 달리 단순한 ‘불평등’의 다른 표현처럼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저소득층의 생활수준이 실제로 개선되더라도 고소득층의 자산이 더 빠르게 증가하면 불평등은 확대될 수 있다.

즉 저소득층이 더 가난해지지 않더라도 부유층과의 격차는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 상위 1% 부 3분의 1…하위 절반은 3% 미만


자산을 기준으로 보면 미국 경제의 모습은 여전히 크게 다르다는 지적이다.

미국 자산운용사 뉴센추리어드바이저스의 경제학자 클로디아 삼은 미국 상위 1%가 전체 부의 약 3분의 1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하위 50%가 가진 자산은 전체의 3%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득계층의 최근 움직임만 살펴보면 이처럼 오랫동안 지속돼온 막대한 자산 격차를 놓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미 연방준비제도는 지난 1989년 이후 미국 가계의 자산 분포를 추적하고 있으며 상위 계층과 하위 절반 사이에는 장기간 큰 격차가 이어지고 있다.

결국 임금 증가율이 수렴한다고 해서 자산 격차까지 빠르게 좁혀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 소득인가 자산인가…물가 반영하느냐도 결과 달라


NPR은 K자형과 C자형 논쟁의 가장 큰 문제는 비교 대상이 일정하지 않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어떤 분석은 임금을 비교하고 다른 분석은 자산을 본다. 소비를 기준으로 하는 경우도 있고 물가를 반영한 실질소득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클로디아 삼은 어떤 자료를 가져오느냐에 따라 결과가 복잡하게 달라지기 때문에 미국 경제가 K자형인지 C자형인지에 대해 명확히 답할 수 있는 충분한 데이터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소득과 자산 격차 자체도 경기 전체의 상태를 판단하는 가장 좋은 지표라고 볼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고용지표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나타난다.

미 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8월 실업률은 4.1%로 유지됐다. 비농업 부문 일자리도 16만2000개 증가했다.

그러나 업종별 고용 상황과 노동시장 참여 등 다른 지표까지 살펴보면 미국 고용시장의 흐름을 단순히 하나의 숫자로 규정하기 어렵다.

◇ “경제는 알파벳 하나보다 훨씬 복잡”


스트레인 소장은 현재 미국 경제를 코로나19 당시 대규모 경기부양으로 과열됐던 상태에서 서서히 정상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으로 평가했다.

이는 부유층은 계속 좋아지고 저소득층은 계속 나빠진다는 전형적인 K자형 경제와도 다르고 모든 계층의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는 C자형 경제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는 의미다.

NPR은 결국 경제를 K나 C 같은 한 글자로 표현하는 방식은 이해하기 쉽다는 장점은 있지만 그 과정에서 서로 다른 지표와 계층의 상황을 지나치게 단순화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저임금층의 임금 상승이 빨라진 것은 분명한 변화지만 미국 사회의 막대한 자산 격차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미국 경제가 K자형에서 C자형으로 바뀌었는지를 둘러싼 논쟁은 결국 어떤 경제지표를 선택해 무엇을 측정하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NPR의 분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