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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당 5,000억 장비에 AI 운명 걸었다… TSMC·삼성·인텔, ASML '하이 NA EUV'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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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당 5,000억 장비에 AI 운명 걸었다… TSMC·삼성·인텔, ASML '하이 NA EUV' 도입

인텔 18A 공정 양산 선제 적용 이어 삼성 2028년 D램 첫 도입·TSMC 2030년 가동 공식화
대당 3억 5,000만 유로… F-35 스텔스 전투기 4대 값 육박하는 최고가 장비
TSMC-ASML, 2031년 '12인치 차세대 포토마스크' 파일럿 라인 구축… 마스크 생태계 대수술
ASML의 고NA EUV 리소그래피 기계는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칩 제조 도구이다. 사진=ASML이미지 확대보기
ASML의 고NA EUV 리소그래피 기계는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칩 제조 도구이다. 사진=ASML

인공지능(AI) 시대를 주도할 초고성능·초저전력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한 글로벌 반도체 3대 거인(TSMC·삼성전자·인텔)의 미세공정 경쟁이 네덜란드 ASML의 차세대 노광 장비인 ‘하이 NA 극자외선(High-NA EUV)’으로 급속히 집결하고 있다.

대당 가격이 3억 5,000만 유로(약 5,457억 원)에 달해 최신 스텔스 전투기인 F-35 4대를 살 수 있는 사상 최고가의 장비이지만, 2나노미터(㎚) 이하 옹스트롬(Å) 시대의 초미세 회로 패턴을 구현하기 위해 글로벌 제조사들이 천문학적인 장비 투자를 피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9월 8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 보도에 따르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세계 1위인 대만 TSMC는 2030년부터 하이 NA EUV를 상용 대량 양산 라인에 공식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빠르면 2028년 업계 최초로 차세대 D램 메모리 양산에 이 장비를 적용할 계획이며, 미국 인텔은 이미 최신 18A(1.8나노급) 생산 공정의 특정 층에 장비를 도입해 선제 양산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대당 5,400억 원 'F-35 4대 값'… 고비용 논란 딛고 차세대 표준 안착


ASML이 글로벌 시장에서 독점 공급하는 하이 NA EUV(개구수 0.55)는 기존 표준 EUV(개구수 0.33)의 렌즈 해상력을 대폭 끌어올린 차세대 장비다.

광원의 파장은 동일하지만, 빛을 모으는 렌즈 구경을 키워 웨이퍼 위에 훨씬 더 미세하고 조밀한 회로를 한 번의 노광(싱글 패터닝)으로 새길 수 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하이 NA EUV 장비의 천문학적인 단가(기존 EUV 2억 달러의 2배 이상) 탓에 "수익성을 맞추기 어려워 광범위한 도입이 지연될 것"이라는 회의론이 팽배했다.

실제로 2019년 표준 EUV를 선제 도입했던 TSMC는 하이 NA 장비의 조기 도입에 대해 "비용 대비 효용이 떨어진다"며 신중한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인텔이 공격적인 선제 도입으로 치고 나가고 삼성전자가 메모리 적용을 공식화하면서, TSMC 역시 2030년 양산 목표를 못 박으며 차세대 기술 주도권 방어에 나섰다.

인텔의 설욕전 vs 삼성의 D램 최초 도입 승부수


3대 제조사의 하이 NA 도입 전략은 각 사의 이해관계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과거 표준 EUV 도입 실기로 수율 저하와 신제품 로드맵 지연을 겪었던 인텔은 이번 하이 NA 전환에는 가장 공격적으로 나섰다. 2024년 ASML의 첫 번째 하이 NA 시스템을 인도받은 인텔은 현재 최첨단 '인텔 18A' 공정 칩의 핵심 레이어에 해당 장비를 투입해 양산 라인을 가동 중이다.

삼성전자는 로직 파운드리를 넘어 초미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기반이 되는 D램 공정에 2028년까지 하이 NA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성사될 경우, 글로벌 메모리 업계 최초의 기록이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은 "AI 시대는 반도체 가치사슬 전반에서 기술 혁신의 무게를 근본적으로 높이고 있다"며 "선도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메모리와 파운드리 전 영역에서 초격차 리더십을 확고히 지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멀티 패터닝 기술로 공정 한계를 연장해 온 TSMC는 장비 성숙도와 비용 구조가 최적화되는 2030년을 타깃으로 잡았다.

현재 전 세계에서 하이 NA EUV를 구매해 경제적으로 첨단 칩을 양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곳은 이들 3개 사가 유일하다.

미국과 네덜란드의 삼엄한 수출 규제로 ASML 장비 도입이 원천 차단된 중국 SMIC는 구형 심자외선(DUV) 장비를 쥐어짜며 미세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일본의 신생 국책 파운드리 라피더스(Rapidus)는 표준 EUV 기반으로 소규모 시제품 생산을 추진 중이다.

'12인치 대형 포토마스크' 대수술… 2031년 파일럿 라인 가동


하이 NA 장비의 성능을 100% 끌어올리기 위한 반도체 후방 생태계의 전면적인 개편도 시작됐다.

TSMC와 ASML은 8일, 반도체 회로 패턴 원판인 포토마스크 규격을 기존 6인치에서 '12인치' 대형 규격으로 전면 전환하는 공동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하이 NA 환경에서는 렌즈 특성상 회로 이미지가 절반으로 축소(아나모픽 설계)되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마스크 면적을 12인치로 대폭 확대함으로써 생산 효율과 웨이퍼당 스캔 생산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인텔과 삼성전자 역시 이 같은 마스크 생태계 혁신에 공식 동참을 선언했다.

웨이저자(C.C. Wei) TSMC 회장 겸 CEO는 "단일 기업이 혼자 풀 수 없는 복잡한 공학적 난제를 생태계 전체가 머리를 맞대 해결할 때 진정한 기술 혁신이 완성된다"고 밝혔다.

크리스토프 푸케(Christophe Fouquet) ASML CEO 역시 "장치 확장 로드맵에 따라 기존 6인치 마스크로 하이 NA를 도입한 뒤, 12인치 마스크를 순차 결합해 스캐너 생산성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TSMC와 ASML은 2033년 완전한 대량 양산 체제 가동을 목표로 오는 2031년까지 12인치 마스크 파일럿 라인을 선제 구축할 계획이다.

글로벌 반도체 3사의 하이 NA EUV 전면 도입 결정은, 향후 ‘대당 수천억 원을 호가하는 천문학적인 장비 비용에도 불구하고 초거대 AI 컴퓨팅 파워를 뒷받침하기 위해 1나노급 미세화 한계 돌파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글로벌 반도체 거인들의 피할 수 없는 생존 베팅’인 동시에 ‘포토마스크·펠리클·감광액(PR) 등 팹 인프라 전반을 12인치 규격으로 재편하며 후발 주자들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진입 장벽을 쌓아 올리는 초격차 동맹의 완성’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