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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심 단일 축 벗어난다"… 시진핑, 트럼프 담판 앞두고 유라시아·중동 '광폭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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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심 단일 축 벗어난다"… 시진핑, 트럼프 담판 앞두고 유라시아·중동 '광폭 외교'

SCO 정상회의·이집트 국빈 방문 이어 브릭스 거쳐 9월 24일 백악관 입성 예정
SCO서 美 군사동맹 비판·이란 군사 공격 규탄… 이집트엔 "스스로 안보 책임져야" 촉구
"미국과 틀어져도 대안 충분" 과시… 러시아·이란·광물 공급망 쥐고 대미 협상력 극대화
워싱턴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슈케크 SCO 정상회의에서 다자 외교를 주도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워싱턴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슈케크 SCO 정상회의에서 다자 외교를 주도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

오는 9월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백악관 담판을 불과 2주 앞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유라시아와 중동,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신흥국)’를 잇는 역대 가장 숨 가쁜 다자·양자 외교 순방길에 오르며 대미 협상 레버리지를 극대화하고 있다.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10년 만의 이집트 국빈 방문을 마친 시 주석은, 이번 주 후반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브릭스(BRICS) 정상회의를 거쳐 워싱턴으로 향하는 정밀한 외교 동선을 밟고 있다.

미국과의 양자 관계에만 매몰되지 않고 워싱턴 중심의 국제 질서 바깥에 탄탄한 '대체 네트워크'를 구축해 놓았음을 과시함으로써,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양보를 압박하려는 고도의 외교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9월 8일(현지시각) 홍콩 영자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국제 외교가에서는 시 주석의 이번 연쇄 순방이 단순히 개별 국가와의 우호 증진을 넘어 워싱턴을 겨냥한 강력한 전략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SCO서 이란 공격 규탄… "워싱턴 중심 단일 축으로 돌아가지 않아"


시 주석은 러시아, 이란, 인도 등이 모인 비슈케크 SCO 정상회의에서 미국의 군사동맹 체제를 겨냥해 "동맹도, 대립도, 제3자를 표적으로 삼지도 않는 평화 공존의 길을 개척했다"고 치켜세웠다.

이어 회원국 정상들과 함께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군사 공격을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하며 "국제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중대한 행위"라고 공식 규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전면적인 핵 폐기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SCO 성명을 통해 비확산조약(NPT)에 따른 이란의 평화적 핵 프로그램 권리를 공개 지지하며 미국과 각을 세웠다.

쑨청하오(Sun Chenghao) 칭화대학교 국제안보전략센터 연구원은 "비슈케크, 카이로, 뉴델리 순방은 중국 외교가 워싱턴이라는 단일 축을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명확한 시위"라며 "중국이 전략적 기동을 펼칠 수 있는 광범위한 국제 파트너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음을 미국에 직접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줄리안 게위르츠(Julian Gewirtz) 컬럼비아 대학교 수석 연구원 역시 "시 주석은 워싱턴이 동맹국들을 소외시키는 틈을 타 중국이 전 세계에 수많은 우방과 선택지를 쥐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며 "워싱턴의 영향력이 덜한 독자적 생태계를 다지는 동시에 워싱턴 자체를 관리하고 이익을 취하려는 전략"이라고 짚었다.

10년 만에 찾은 이집트서 "자율 안보" 촉구… 수에즈 거점 공군 훈련까지


SCO에 이어 진행된 이집트 국빈 방문에서도 시 주석의 독자 행보는 이어졌다.

미·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중동 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시 주석은 카이로에서 중동 국가들이 "스스로의 미래를 직접 책임지는 자율적 안보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는 중국이 직접 중동의 안보 보증인으로 나서는 대신, 아랍 국가들이 전통적인 미국 의존도에서 벗어나 다변화를 추진하도록 유도한 발언이다.

실제 중국과 이집트는 8월 중순부터 9월 초까지 양국 간 두 번째 합동 공군 훈련을 실시하는 등 군사·방위 협력을 급격히 심화하고 있다.

중동 전문 리서치사 리흘라(Rihla)의 제시 마크스(Jesse Marks) 창립자는 "카이로는 역사적으로 미국의 막대한 군사 원조를 받아온 핵심 수혜국"이라며 "양국 간 안보 밀착은 워싱턴에 상당한 지정학적 위험이자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회담 결렬돼도 살길 있다"… 에너지·공급망 지렛대로 트럼프 압박


전문가들은 이번 외교 공세가 9월 24일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테이블에서 중국의 입지를 질적으로 바꿔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라시아 전역에서 에너지, 인프라, 핵심광물 공급망을 촘촘히 엮어냄으로써, 미국이 러시아·이란 제재나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중국의 협력을 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각인시켰다는 설명이다.

쑨청하오 연구원은 "중국의 진정한 협상력은 얼마나 많은 나라가 외교적으로 중국 편을 드느냐가 아니라, '설령 미국과의 양자 협상이 난항을 겪더라도 중국은 여전히 충분한 경제 파트너와 정책적 선택지를 쥐고 있다'는 점을 미국에 확신시키는 데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계점도 분명하다.

마크스 분석가는 "인도는 파키스탄 문제로, 이집트는 중동 안보 역학상 결정적인 순간에 여전히 미국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제3국과의 다자 외교 성과가 워싱턴의 균형추를 완전히 무너뜨리기에는 구조적 제약이 따른다고 지적했다.

시진핑 주석의 이번 글로벌 순방은, 향후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술 통제와 관세 압박을 가하려는 미국에 맞서 유라시아와 글로벌 사우스를 배후 기지로 구축하려는 중국의 거대한 외교적 포위망 우회 작전’인 동시에 ‘워싱턴 중심의 일극 체제에 균열을 내고 비서방 다자주의 연대를 통해 초강대국 패권 협상의 주도권을 쥐려는 치열한 수싸움의 결정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