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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팔아선 남는 게 없다"… 中 배터리사 순이익, 완성차 업계 '2배'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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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팔아선 남는 게 없다"… 中 배터리사 순이익, 완성차 업계 '2배' 육박

CATL 등 7대 배터리사 상반기 순익 500억 위안(49%↑)… BYD 등 11개 완성차는 288억 위안(19%↓)
전기차 내수 보조금 축소로 출혈 할인 경쟁… 이익은 상류 배터리 핵심 기업들로 집중
CATL 점유율 42% 독주 속 EVE·궈쉬안 세 자릿수 성장… 車업계 '배터리 내재화·2차사 연합' 모색
중국의 CATL은 세계 최대의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이다. 사진=CATL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의 CATL은 세계 최대의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이다. 사진=CATL

중국 내수 전기차(EV) 시장에서 완성차 제조사 간의 피 말리는 가격 할인 경쟁(치킨게임)이 극한으로 치닫는 가운데, 올해 상반기 중국 주요 배터리 제조사들의 합산 순이익이 완성차 업체 전체 순이익의 2배에 육박하며 밸류체인 간 '수익성 양극화'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완성차 업체들은 정부 보조금 축소와 소비 위축에 대응해 눈물의 차량 가격 인하를 단행하며 마진이 급감한 반면,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 CATL(닝더스다이)을 비롯한 배터리 제조사들은 글로벌 화재 안전성 기준과 기술 장벽, 견조한 수출 수요를 무기로 막강한 '가격 결정력(Pricing Power)'을 과시하며 사상 최대 실적 잔치를 벌였다.

9월 8일(현지시각) 홍콩 영자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중국 증시에 상장된 CATL 등 7대 주요 동력 배터리 제조사의 올해 상반기(1~6월) 합산 순이익은 총 500억 위안(약 9조 9,900억 원)을 돌파해 전년 동기 대비 49% 급증했다.

반면 비야디(BYD)와 창청자동차(Great Wall Motor) 등 중국 11대 주요 완성차 상장사들의 상반기 합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9% 쪼그라든 288억 위안에 그쳤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배터리 7개사의 순이익이 완성차 11개사보다 4.56% 적었으나, 1년 만에 배터리사들의 순이익이 자동차 제조사들보다 무려 75%나 더 많아지는 극적인 역전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내수 차 판매 14% 역성장 쇼크… "이익은 상류 배터리로 집중"


이러한 수익성 역전의 진원지는 중국 내수 완성차 시장의 수요 둔화와 보조금 삭감이다.

중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내 순수전기차(BEV) 소매 판매량은 약 470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했다.

정부의 구매 보조금이 축소되면서 중저가 보급형 전기차 판매가 직격탄을 맞았고, 완성차 업체들은 재고 소진을 위해 출혈 할인 판매를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
추이둥수(Cui Dongshu) CPCA 비서장은 "전기차 산업 밸류체인의 상류(배터리)와 하류(완성차) 간의 이익 배분이 극단적으로 왜곡되고 있다"며 "하류 완성차 기업들은 극심한 가격 전쟁으로 인해 생존을 위한 마진 공간이 심각하게 압박받고 있는 반면, 공급망 전체의 알짜 수익은 강력한 기술 독점력을 쥔 상류 배터리 대기업들로 고스란히 쏠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CATL 42% 독주 속 EVE·CALB 세 자릿수 폭증… 안전성 장벽이 '가격 방어벽'


배터리 업계 내부에서는 2군 기업들의 약진 속에서도 CATL의 독점적 지위가 더욱 공고해졌다.

7월 기준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CATL이 42.33%로 압도적 1위를 지켰으며, 자체 배터리를 생산하는 BYD가 19.23%, CALB가 6.95%, 궈쉬안하이테크(Gotion)가 6.29%, EVE에너지(억위리튬)가 6.05%로 뒤를 이었다.

특히 EVE에너지, CALB, 궈쉬안하이테크 등 3개 사는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세 자릿수(100% 이상) 폭증하는 폭발적 성장세를 기록했다.

비록 CATL의 순익 증가율(42%)이 수치상으로는 낮아 보이지만, 푸젠성에 본사를 둔 CATL 단 한 곳이 7개 배터리사 전체 순이익의 85% 이상을 쓸어 담으며 절대적인 현금 창출력을 입증했다.

상하이의 자동차 산업 전문 컨설팅사 오토모티브 포사이트(Automotive Foresight)의 예일 장(Yale Zhang) 전무이사는 배터리 기업들의 높은 가격 협상력의 비결로 '품질 안전 장벽'과 '전기차 수출 호조'를 꼽았다.

장 전무는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셀의 안전성에 절대적인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사소한 화재나 품질 결함 하나만 발생해도 글로벌 시장에서의 브랜드 평판이 단숨에 무너진다"며 "안전성이 검증된 일류 배터리 제조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완성차 업체들의 구조적 약점이 배터리사들의 단가 인하 방어력(협상력)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모건스탠리가 추정한 2026년 중국 전기차 수출량(전년 대비 55% 증가한 757만 대 전망) 호조세 역시 배터리 수요를 탄탄하게 지지했다.

완성차 "배터리 종속 못 참는다" 내재화 박차… 배터리사는 ESS·로봇 다각화


완성차 업계는 CATL을 필두로 한 배터리 공룡들의 수익 독점에 맞서 자구책 마련에 분주하다.

주요 전기차 제조사들은 배터리 자체 연구개발(내재화) 라인을 확충하는 한편, 단가 협상이 용이한 CALB, 궈쉬안 등 2군 배터리 공급사들과의 합작 투자를 확대하며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2군 배터리사들의 수율과 품질이 향상될수록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원가 부담이 다소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반면 배터리 대기업들은 완성차 진영의 이탈에 대비해 이미 사업 다각화에 착수했다.

홍콩의 에너지 전문 리서치사 워터록(WaterRock)의 루카스 장 리우통(Lucas Zhang Liutong) 대표는 "CATL 등 선두 배터리 제조사들은 전기차용 배터리에 안주하지 않고 전력망용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와 로봇공학용 배터리 등 고수익 신산업으로 발 빠르게 영역을 넓히고 있다"며 "독보적인 R&D 투자와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견고한 기술 격차를 유지하고 있는 한 배터리 대기업들의 우월한 가격 책정력은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배터리·전기차 업계의 이번 상반기 실적 격차는, 향후 ‘완성차의 출혈 할인 치킨게임 속에서 핵심 하드웨어(배터리 셀)를 지배하는 자가 산업의 부가가치를 독식하는 냉혹한 플랫폼 제조업의 역학 관계를 입증한 대표적 사례’인 동시에 ‘배터리 독점에 맞서 내재화를 꾀하려는 완성차 진영과 ESS·로봇 등으로 영토를 넓히려는 배터리 거인들 간의 2차 헤게모니 전쟁’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