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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봇 확산에 ‘긱경제 안전망’ 흔들…일감·소득 감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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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봇 확산에 ‘긱경제 안전망’ 흔들…일감·소득 감소 우려

파이버·업워크 저가 일감 감소…주가 1년새 각각 61%·47% 하락
배달·차량호출도 자동화 압박…“해고 아닌 일감 감소로 충격 나타날 수도”
지난 2022년 8월 10일(현지시각)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에서 폭염 속에 우버이츠 배달기사가 자전거를 타고 배달 목적지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22년 8월 10일(현지시각)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에서 폭염 속에 우버이츠 배달기사가 자전거를 타고 배달 목적지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인공지능(AI)과 로봇 자동화가 정규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사람들에게 일종의 생계 안전망 역할을 해온 ‘긱경제’까지 빠르게 파고들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글쓰기·그래픽 디자인 등 온라인 프리랜서 업무에서는 생성형 AI가 단순 일감을 직접 대체하기 시작했고 배달과 차량호출 분야에서는 로봇과 자율주행차가 사람의 일을 넘보고 있기 때문이다.

정규직과 달리 긱노동자는 특정 기업에 고용돼 있지 않아 자동화 충격이 대규모 해고가 아닌 ‘일감 감소와 소득 하락’ 형태로 조용히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긱노동자란 배달·차량호출·프리랜서처럼 건별로 일감을 받아 소득을 얻는 사람을 말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사라 오코너 칼럼니스트는 14일(현지시각) 낸 칼럼에서 “AI와 물리적 자동화가 긱경제의 사무직과 현장 노동을 동시에 위협하면서 기존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사람들에게 완충장치 역할을 해온 긱경제의 안전망 기능까지 약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 AI가 먼저 파고든 온라인 프리랜서


충격이 먼저 나타나는 곳은 온라인 프리랜서 시장이다.

파이버, 업워크 같은 플랫폼은 세계 각국의 프리랜서와 기업을 연결해 글쓰기, 그래픽 디자인 등 비교적 명확하게 구분된 프로젝트를 수행하도록 한다.

FT는 이런 업무 방식이 오히려 AI 자동화에 취약한 구조를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업무가 세분화돼 있고 원격으로 처리할 수 있으며 기업 내부의 축적된 지식이나 고객과의 개인적인 관계가 크게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파이버는 올해 2분기 전체 플랫폼 방문과 수요가 뚜렷하게 둔화했다고 밝혔다.

미하 카우프만 파이버 최고경영자(CEO)는 “여러 대규모언어모델(LLM)의 최근 성능 개선이 영향을 미쳤다”며 “AI가 단순 업무를 자동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워크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이 회사는 올해 1분기 AI 도입이 빨라지면서 상대적으로 단가가 낮은 업무 수요가 악화됐고 특히 500달러(약 67만원) 이하 계약이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AI로 대체하기 어려운 고부가가치 업무 쪽으로 사업을 옮기겠다고 밝혔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지난 1년간 파이버 주가는 61%, 업워크는 47% 떨어졌다.

◇ 배달·차량호출도 로봇과 자율주행 압박


자동화의 영향은 컴퓨터 화면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배달과 운전 등 육체노동을 기반으로 한 긱노동도 로봇과 자율주행 기술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중국의 한 대형 전자상거래 기업 수장은 지난 6월 자사 배달 노동자 70만명의 업무가 언젠가는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과 중국에서는 우버, 디디 같은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기사들이 자율주행차 확산을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차량호출 플랫폼인 우버마저 사람 운전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자율주행차의 도입 속도를 늦추기 위한 로비에 나섰다는 것이다.

우버는 차량호출 플랫폼이 자율주행차와 사람 운전자를 함께 운영하는 ‘하이브리드 네트워크’를 갖추도록 하는 규정을 요구하고 있다.

FT는 우버가 자체 플랫폼을 사용하지 않는 순수 로보택시 업체로부터 사업모델을 지키려는 이해관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로보택시가 장기적으로 플랫폼 노동을 생계 안전망으로 삼는 많은 운전자의 일감을 줄일 수 있다는 우버의 경고 자체가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 세계 긱노동자 최대 4억3500만명


긱경제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새로운 형태의 취업시장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정규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했거나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비교적 쉽게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완충장치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이 2023년 내놓은 보고서는 전 세계 온라인 긱노동자를 1억5400만~4억3500만명으로 추산했다.

세계 전체 노동력의 4.4~12.5%에 해당한다.

세계은행 연구진은 긱노동의 장점 가운데 하나로 소득 충격을 관리하는 데 도움을 주고 일종의 실업보험 역할을 한다는 점을 꼽았다.

중국은 이러한 기능이 두드러진 사례다.

베이징의 중국신취업형태연구센터 추산에 따르면 중국에서 음식배달이나 차량호출 기사로 일하는 사람은 2025년 5300만명에 달했다.

2년 만에 1000만명 늘어난 규모다.

건설업 장기 침체와 제조업 자동화가 진행되는 동안 상당수 노동자가 배달과 차량호출 시장으로 이동한 결과라고 FT는 설명했다.

◇ 해고 통계에는 안 잡히는 자동화 충격


문제는 긱경제 자체가 자동화 충격을 받을 경우다.

정규직 노동자는 자동화로 일자리를 잃으면 해고라는 형태로 통계에 나타난다.

하지만 긱노동자는 애초에 플랫폼 기업의 직원이 아닌 경우가 많아 자동화가 진행돼도 누군가에게 공식적으로 해고되는 과정이 없다.

FT는 이 때문에 자동화의 충격이 기존 고용통계가 포착하는 대규모 실업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의 감소’와 ‘소득 하락’이라는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재까지 로보택시가 사람 운전자에게 미친 영향을 보여주는 자료는 많지 않다.

다만 차량호출 기사 지원 애플리케이션 그리드와이즈의 연구에 따르면 2024년 7월부터 2025년 7월까지 자율주행차가 운행되는 미국 도시에서 사람 운전자가 한 번 운행할 때 받는 보수는 미국 전체 평균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감소했다.

◇ 업워크는 일자리 지원에도 돈 내야


온라인 프리랜서 시장에서는 노동 공급이 수요를 크게 웃돌 경우 플랫폼 노동자가 얼마나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는지도 나타나고 있다.

업워크에서는 일감을 얻으려는 노동자가 ‘커넥츠’라는 시스템을 이용하기 위해 비용을 내고 구직 제안서를 제출해야 한다.

추가 비용을 내면 자신의 제안서를 고객 목록 상단으로 올리는 ‘부스트’ 기능을 이용하거나 프로필에 ‘지금 이용 가능’ 표시를 붙일 수도 있다.

즉 일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일을 얻기 위해 노동자가 플랫폼에 다시 돈을 내야 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 AI가 없애는 일자리, AI가 새 일감 만들기도


그렇다고 긱경제라는 사업모델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자동화하기 어려운 의료 분야를 겨냥한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고 AI 발전 자체가 새로운 프리랜서 업무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어서다.

FT에 따르면 대표적인 사례가 AI 인재 플랫폼 머코르다.

머코르는 변호사와 언론인, 은행원 등 전문직 종사자에게 돈을 지급하고 AI 모델이 이들의 업무를 더 잘 수행하도록 학습시키는 작업을 맡긴다.

오코너는 이를 두고 노동자들이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게 될 AI를 직접 훈련시키면서 결과적으로 자신의 대체를 앞당길 수도 있다는 역설을 지적했다.

새로운 플랫폼과 업무가 생기더라도 기존 긱노동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그대로 새로운 업무로 이동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FT는 긱경제가 애초부터 완전한 안전망은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긱노동자는 고용권과 노동 보호가 부족하고 연금과 복지 등 국가의 지원도 불완전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오코너는 그럼에도 "정규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었던 긱경제에 이제 AI와 로봇이라는 또 다른 자동화 충격이 닥치고 있다"며 "정책당국이 이를 알아차릴 때는 이미 안전망의 바닥이 무너진 뒤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