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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에너지 비상...유럽 생존 위해 원전 빗장 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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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에너지 비상...유럽 생존 위해 원전 빗장 풀리나

폰데어라이엔 위원장 국정연설... 화석연료 수입 412조 감축 선언
중동전쟁 등 에너지 공급망 교란 대응...원전 폐쇄 중단 촉구
노후 부품 교체와 정비 수요 맞추면 한국 기업 실질 수주 가능성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위원장이 2026년 9월 16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유럽의회에 유럽연합 현황 연설(SOTEU)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위원장이 2026년 9월 16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유럽의회에 유럽연합 현황 연설(SOTEU)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20269월 연례 국정연설에서 원자력을 포함한 역내 청정에너지 투자를 대폭 강화해 해마다 약 2600억 유로(4124692억 원)에 달하는 화석연료 수입 비용을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에너지 디지털은 917(현지시각) 집행위원회가 화석연료 의존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회원국을 상대로 가동 원전의 성급한 조기 폐쇄를 멈추라고 권고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교란으로 유럽 내 원전 생태계 재가동 요구가 커지면서 대형 기자재 제작 역량을 갖춘 한국 공급망의 해외 진출 경로도 새로운 분기점을 맞고 있다.

에너지 고비용 위기와 청정에너지 결단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 국정연설을 통해 유럽이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바이오메탄 등 자체 청정에너지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역내 에너지 가격이 구조적으로 높게 유지된다면 산업 강국 지위를 지킬 수 없다는 판단이다.
발전원 선택에서는 특정 기술에 얽매이지 않는 기술 중립성을 원칙으로 세우되 에너지 자립을 실현하고 단가를 낮추는 방향이어야 한다는 점을 전제 조건으로 달았다.

집행위원회는 중동 분쟁과 해상 수송로 불안으로 커진 에너지 충격을 줄이고자 회원국에 원전 조기 폐쇄 방침을 멈추라고 공식 권고했다.

위원장은 유럽이 과거 원자력에 등을 돌린 결정을 두고 전략적 실수였다고 인정했다. 1990년 약 33%에 달했던 유럽 내 원자력 발전 비중은 가동 중단이 이어지며 약 15% 수준까지 떨어졌다. 반면 원자력 산업 협회 뉴클리어유럽은 현재 유럽 가동 원자로를 100기로 집계하며 발전 비중을 약 24%로 분석해 집계 기준별 차이를 나타냈다.

원전 비중 재평가와 2040년 전력망 확충


EU2040년까지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의 두 배로 늘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집행위원회 분석 모델링 결과에 따르면 이 전기화 목표를 달성할 경우 유럽은 화석연료 수입 지출액을 해마다 약 2600억 유로(412조 원)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집행위는 전력망 연결 속도를 높이고 에너지 저장 설비 확충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유럽 각국은 공기 지연과 비용 상승 문제를 겪으면서도 신규 원전 가동을 조심스럽게 추진하고 있다.

핀란드 올킬루오토 3호기는 20235월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프랑스 플라망빌 3호기는 전출력 운전에 들어갔으나 비용 초과 여파로 상업운전 개시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헝가리 팍스 부지에서는 로사톰이 202621기 원자로 건물 기초 콘크리트 타설을 시작했고 영국 힝클리 포인트 C 부지에서는 EPR 노형 2기가 공사를 이어가고 있다.

위원장은 연설에서 캐나다에 준회원국격 협력 모델을 제안하며 핵심 광물과 에너지 자원 공급망 구축 방안도 함께 논의 테이블에 올렸다.

한국 공급망 수주 기회와 유럽 역내 장벽


유럽의 청정에너지 확대 기조와 기존 원전 수명 연장 움직임은 한국 원전 기자재 공급망에 새로운 수출 통로를 열어줄 수 있다. 원자로 압력용기와 증기발생기 등 핵심 주기기 제작 능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은 납기 준수와 기술 신뢰도 면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유럽 현지 발전사들이 노후 설비 부품 교체와 장주기 정비 수요를 늘릴 경우 제작 역량을 확보한 한국 밸류체인 참여 폭이 넓어질 수 있다. 현지 생산 거점 협력과 핵심 부품 국산화 파트너십 구축도 한국 기업들이 실질적인 수주 가능성을 높이는 유효한 전략적 경로로 꼽힌다.

반면 진입 장벽과 구조적 변수도 적지 않다. 유럽 각국이 자국 또는 역내 기업 우선 구매 조건을 내걸 경우 한국 기업의 참여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프랑스 등 유럽 전통 원전 제조사들이 프로젝트 주기기 공급을 독점하는 구도 역시 한국 공급망에는 부담이다. 올여름 유럽 배관망에서 누수로 사라진 물이 전체 4분의 1에 달해 냉각수 확보 문제가 원전 운영의 변수로 부각된 점도 주시해야 한다. 송전 인프라 확충 속도와 유럽 각국의 산업 보호 정책 강도가 한국 원전 산업의 유럽 진입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