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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脫중국 대안 기지 잡는다"… 모디의 반도체 드라이브, 후지필름·도쿄일렉트론에 新 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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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脫중국 대안 기지 잡는다"… 모디의 반도체 드라이브, 후지필름·도쿄일렉트론에 新 활로

뉴델리 '세미콘 인디아' 개최… 인도 정부, 1.27조 루피 추가 배정해 장비·소재·인력 집중 육성
후지필름, 구자라트에 80억 루피 투입해 세정 화학물질 공장 착공… 중동·동남아 수출 교두보
도쿄일렉트론, 타타와 손잡고 내년 엔지니어 교육센터 설립… 日 소부장 '인도 세미콘 시티' 집결


세미콘 인디아는 9월 17일 뉴델리에서 600개 이상의 국내외 칩 회사들과 함께 개최되었다. 사진=세미콘 인디아이미지 확대보기
세미콘 인디아는 9월 17일 뉴델리에서 600개 이상의 국내외 칩 회사들과 함께 개최되었다. 사진=세미콘 인디아


미·중 지정학적 갈등 격화 속에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차이나 플러스 원(China+1)' 대안 기지로 부상하고 있는 인도가 국가 차원의 대규모 보조금을 쏟아부으며 반도체 장비·소재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시장을 주도하는 일본 기업들이 인도 진출을 전격 확대하며 선점 경쟁에 나섰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9월 17일에서 19일까지 뉴델리에서 국내외 600여 개 주요 칩 기업이 결집한 가운데 열린 '세미콘 인디아(Semicon India)' 현장에서 "세계는 이제 신뢰할 수 있고 안정적인 새로운 반도체 제조 허브를 절실히 요구하고 있으며, 인도가 바로 그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준비를 끝마쳤다"고 천명했다.
인도 정부는 지난 2021년 발표했던 7,600억 루피(약 10조 5,000억 원) 규모의 반도체 인센티브 정책에 이어, 지난 7월 기존보다 70%가량 증액된 1조 2,700억 루피(약 17조 6,000억 원)의 매머드급 2차 지원 예산을 추가 배정했다.

이를 통해 조립·테스트(후공정)에 머무르지 않고 제조 장비와 핵심 화학 소재, 전문 엔지니어 육성에 이르는 종합적인 프론트엔드 생태계를 완성하겠다는 구상이다.

9월 19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 뉴델리발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제조 장비 시장의 30%, 핵심 소재 시장의 60%가량을 장악하고 있는 일본 소부장 기업들은 인도 정부의 강력한 정책 지원을 발판 삼아 현지 공장 신설과 인프라 파트너십 구축에 속속 돌입하고 있다.

후지필름, 구자라트에 80억 루피 투자… 세정 화학물질 기지 건설


일본 첨단 소재 선두주자인 후지필름(Fujifilm)은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 돌레라(Dholera) 특별투자지역에 약 80억 루피(약 1,280억 원)를 투입해 대규모 반도체용 화학 소재 공장을 건설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공장은 웨이퍼 표면의 미세 불순물을 제거하는 첨단 반도체 세정제 등 고순도 화학 물질을 집중 생산할 예정이다.

고토 데이이치 후지필름 사장은 뉴델리에서 모디 총리와 단독 회담을 가진 직후 인터뷰에서 "인도는 후지필름 글로벌 반도체 소재 전략의 핵심 요충지"라며 "신속한 공장 완공을 통해 인도 국내 팹 공급은 물론 향후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로의 역외 수출 전초기지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도쿄일렉트론, 타타와 팹 인프라 협력… "내년 엔지니어 교육센터 설립"


일본 최대 반도체 장비사인 도쿄일렉트론(TEL)은 인도 최대 재벌 타타그룹(Tata Group) 산하 타타일렉트로닉스와 손을 잡았다.

가와이 도시키 도쿄일렉트론 사장은 세미콘 인디아 기조연설을 통해 "팹 엔지니어와 장비 유지보수 인력을 포함한 전문 기술 인재 양성이야말로 인도 반도체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짓는 핵심 열쇠"라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도쿄일렉트론은 일본 경제산업성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내년 중 구자라트에 대규모 반도체 기술 교육 센터를 설립하고 타타의 웨이퍼 공정에 맞춤형 엔지니어를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소재·장비 기업뿐만 아니라 부대 공급망 기업들의 동반 진출도 본격화되고 있다.

일본 화학 전문 무역상사인 나가세(Nagase)와 종합 물류기업 닛폰익스프레스(Nippon Express)는 인도 현지에서 정밀 화학 약품의 보관, 수입 통관, 냉장 운송을 일괄 지원하는 특화 반도체 물류 체인 구축에 나섰다.

마이크론 후공정 가동 이어 '싱가포르 면적' 세미콘 시티 급부상


인도의 반도체 굴기는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1차 지원안을 통해 승인된 12개 핵심 프로젝트 중 미국의 메모리 반도체 공룡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icron Technology)가 지난 2026년 2월 첫 어셈블리·테스트 팹을 상업 가동했으며, 케인스 세미콘(Kaynes Semicon)과 CG 세미 등 현지 기업을 포함해 총 5개 시설이 이미 생산을 시작했다.

나머지 7개 프로젝트 중 가장 핵심은 구자라트주 돌레라에 조성 중인 920제곱킬로미터 규모의 '세미콘 시티(Semicon City)'다.

싱가포르 전체 국토 면적을 훌쩍 뛰어넘는 이 초대형 부지에는 타타일렉트로닉스가 대만 파운드리 PSMC와 합작해 총 9,100억 루피를 투입하는 인도 최초의 상업용 웨이퍼 제조(전공정) 팹이 들어선다.

이 공장은 오는 2028년 상업 양산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사 커니(Kearney)는 인도를 기성 팹이 없는 신흥국 중 전공정 웨이퍼 공장을 유치할 수 있는 가장 유망한 국가로 꼽았다.

현재 글로벌 웨이퍼 제조 설비의 60% 이상이 대만과 한국에 편중된 상황에서, 인도가 동북아 지정학적 리스크를 피하려는 서방 진영의 강력한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도의 반도체 시장 규모는 자동차, 5G·6G 통신망, AI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에 힘입어 2023년 380억 달러에서 오는 2030년 약 1,100억 달러(약 147조 원) 수준으로 세 배 가까이 폭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의 대규모 반도체 공급망 육성과 일본 소부장 거인들의 연쇄 진입은, 향후 중국산 전자 부품 의존도를 탈피하려는 인도 정부의 산업 주권 의지와 미·일 기술 동맹이 결합해 탄생시킨 공급망 다변화의 실체적 결실로 평가된다.

다만 타타 팹 등 핵심 전공정 공장의 용수·전력 인프라 확충과 실제 양산 일정의 준수 여부가 일본을 비롯한 글로벌 소부장 기업들의 추가 대규모 투자 결정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