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연준 이전 구체화…미국 감독과 즉시 매각 금지 조건 명시
영국 사법부 판결 선행 필수…소유권 공백 해결이 최대 분수령
글로벌 '금 본국 송환' 흐름과 딴판…베네수엘라의 기이한 역주행
영국 사법부 판결 선행 필수…소유권 공백 해결이 최대 분수령
글로벌 '금 본국 송환' 흐름과 딴판…베네수엘라의 기이한 역주행
이미지 확대보기영국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8일(현지시각) 관련 소식통을 인용해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정부가 법적 권한을 확보하더라도 자금 접근과 사용은 미국 측 감독을 받으며, 즉각 매각은 금지된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중재한 이번 협상은 자국으로 금을 환수하려던 베네수엘라의 자산을 미국 금융 통제망에 묶어두는 한편, 베네수엘라에는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한 차입 담보를 열어주는 타협안으로 풀이된다.
영란은행 7년 동결 분쟁과 미·영 간 외교 조율
이전 대상인 31t의 금괴를 둘러싼 분쟁은 2019년 영국과 미국 정부가 후안 과이도 야당 지도자를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면서 불거졌다. 잉글랜드은행은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의 정당성을 부인하며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의 금 인출 요구를 거부했고 소송은 영국 대법원까지 이어졌다.
교착 상태는 올해 1월 마두로 전 대통령이 체포되고 로드리게스 임시정부가 출범하면서 급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베네수엘라와 7년 만에 공식 관계를 복원했고, 미국 정부는 경제 제재 일부를 해제했다.
영국 정부는 이번 주 베네수엘라 주재 대사를 복직시키며 외교 관계를 정상화했다. 영국 외무부는 정부가 금괴 관리권 소송의 당사자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으나, 영국 법원의 판결 부담을 덜고 미국 주도 해법을 따르는 외교적 출구 전략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네수엘라 국회 최고 직책인 호르헤 로드리게스 국회의장은 런던에서 영국 정부와 회담한 뒤 국민들에게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베네수엘라의 실리와 글로벌 흐름과의 엇박자
베네수엘라 입장에서 이번 합의는 사장됐던 40억 달러 규모 해외 자산의 유동화 활로를 텄다는 점에서 실질적 이득을 안긴다. 로드리게스 임시정부는 금괴를 즉시 처분하지 않고 지난 6월 발생한 두 차례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한 해외 차입 담보로 활용할 계획이다.
야당 협상 관계자는 FT에 "금은 미국으로 가겠지만 델시는 직접 접근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감독과 제한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과 미국 재무부의 사전 승인 없이는 자금 인출이 불가능한 구조다.
국제 금융계는 이번 이전이 최근 비서방 국가들의 움직임과 정반대라는 점에 주목한다. 서방의 대러시아 자산 동결 이후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지정학적 압류 위험을 피해 해외 보관 금을 본국으로 송환하는 추세다. 반면 미국의 직접 제재를 받아온 베네수엘라는 금괴를 자국이 아닌 미국 연방준비은행으로 보내며 금융 종속 위험을 안게 됐다.
사법부 판결 절차와 인프라 시장 시점
자산 이전을 매듭짓기 위해서는 잉글랜드은행을 둘러싼 영국 법원의 권한 확정 판결이라는 사법 절차가 선행되어야 한다. 영국 법원이 장기간 공백 상태였던 금괴 관리 권한의 법적 주체를 명확히 정리하고, 미국 재무부의 구체적인 자금 통제 규정이 마련되어야 실제 차입 절차가 개시된다. 기술적·법적 쟁점을 조율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 있는 만큼 당장 자금이 집행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베네수엘라의 지진 복구 사업 역시 실제 발주까지는 복잡한 다자간 안전장치 마련이 필수적이다. 한국 기업을 비롯한 글로벌 인프라 업계는 초기 합의 단계인 현시점에서 섣부른 수주 기대를 갖기보다, 미국 정부의 제재 면제 범위와 다자개발은행의 공사비 보증 구조가 가시화되는 시점을 차분히 지켜보는 분위기다.
최삼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csyis@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