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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회담] "중동·우크라 출구 찾는 트럼프"… 시진핑, '우위 입지'서 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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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회담] "중동·우크라 출구 찾는 트럼프"… 시진핑, '우위 입지'서 담판

시진핑, SCO·BRICS 순방과 10년 만의 이집트 국빈 방문… '다극화 질서 중심축' 과시
11월 美 중간선거 앞두고 유가 폭등·인플레 직면한 트럼프, 종전 중재에 中 협조 절실
워싱턴 담판서 근본적 관계 재설정 한계… 무역 휴전 연장 등 '전술적 해빙' 집중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월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국빈 만찬을 위해 도착했다.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월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국빈 만찬을 위해 도착했다. 사진=AP/뉴시스

오는 9월 24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시 주석이 아시아와 글로벌 사우스(신흥 개발도상국)를 아우르는 전방위 다자외교 성과를 등에 업고 강력한 외교적 우위 속에서 방미길에 오른다.

미국이 이란과의 군사 충돌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두 개의 전선에서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조기 출구 전략에 매달리는 반면, 중국은 중동과 유라시아 전역에서 전략적 입지를 대폭 확장하며 국제 분쟁 중재의 핵심 열쇠를 쥔 '대체 불가능한 파트너'로 몸값을 높였다.

시진핑 주석은 방미 직전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마친 데 이어 10년 만에 이집트를 국빈 방문했으며, 7년 만에 인도를 방문해 뉴델리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등 가장 밀도 높은 외교 일정을 소화했다.

브릭스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을 통해 미국의 일방적 관세 조치와 제재, '미국 우선주의'에 맞서는 단결된 전선을 형성한 시 주석은, 미국 중심의 일극 패권에 흔들리지 않는 다극화 국제 질서의 중심축으로서 중국의 존재감을 극대화했다.

9월 20일(현지시각) 홍콩 영자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외교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전통 동맹들과의 불협화음을 노출하는 사이 중국이 촘촘한 '실리적 연합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면서 지난 5월 베이징 1차 정상회담 때보다 훨씬 자신감 있는 태도로 워싱턴 담판에 임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동·유라시아 외교 공세 완승… "美 의존 않는 다극 질서 주도"


시진핑 주석의 최근 행보는 미국을 외교의 중심에 두지 않고도 독자적인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음을 입증하는 데 집중됐다.

우신보 상하이 복단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 학장은 "시 주석의 이집트 국빈 방문은 중동의 핵심 중재 강국으로서 중국의 위상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라며 "미국이 이란과의 직접적인 무력 충돌에 휘말린 상황에서 워싱턴이 중동 질서를 관리하려면 중국의 영향력을 결코 무시할 수 없음을 상기시켰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은 카이로 연설에서 중동 국가들을 향해 외세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적 안보 모델 구축을 촉구하며 미국과의 거리두기를 유도했다.
비슈케크 SCO 정상회의에서도 "동맹과 진영 대립, 제3자 배격이 없는 평화 공존"을 천명하며 미국의 배타적 군사 동맹 체제를 에둘러 비판했다.

러시아, 이란, 파키스탄, 인도, 벨라루스 등 SCO 회원국 정상들은 미국의 대이란 군사 공격을 국제법 위반으로 규탄하고 이란의 평화적 핵 이용 권리를 지지하는 공동 입장을 채택하며 베이징의 외교적 우군 역할을 자처했다.

패트리샤 김 브루킹스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시 주석의 연속 순방은 중국이 미국 외에도 수많은 대체 외교 선택지를 쥐고 있음을 대내외에 과시한 것"이라며 "베이징이 미국과의 관계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다극화된 국제 질서를 주도하겠다는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중간선거 앞두고 코너 몰린 트럼프… 우크라·중동 '승리 연출'에 中 손길 절실


반면 미국의 기류는 다급하다.

이란 전쟁 발발 이후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인플레이션이 재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11월 중간선거 참패 위기감이 공화당 내에 팽배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 무대에서 가시적인 조기 승리를 연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나눈 데 이어,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와 재러드 쿠슈너를 모스크바와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잇따라 파견해 종전 협상 재개를 타진했다.

또한, 대이란 군사 충돌과 관련해서도 "중간선거 직후 전쟁이 끝날 수 있으며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며 조기 종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여기에 한미 연합훈련 축소 이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4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의사를 거듭 밝히며 대북 개인 외교 재개에 군불을 때고 있다.

중국 싱크탱크 호라이즌 인사이트의 주쥔웨이 소장은 "이란 전쟁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와 북한에서 대안적 승리를 만들어 유권자들의 시선을 돌리려 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 위기들은 단기간에 풀릴 수 없으며, 트럼프가 실질적인 돌파구를 마련하려면 이란과 러시아, 북한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중국의 실질적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SCMP는 중국이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중재에 나설 의향이 있음을 확인했으며, 이는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베이징이 쥐게 될 강력한 지렛대로 작용할 전망이다.

쑨윈 스팀슨센터 중국프로그램 책임자 역시 "두 개의 거대한 분쟁을 진정시키는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론이 부각되면서 시진핑 주석이 미·중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카드를 쥐게 됐다"고 짚었다.

구조적 합의보단 '전술적 해빙'… 무역 휴전 연장이 현실적 성과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이 미·중 관계의 근본적인 전환점이나 획기적인 타협을 낳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알리 와인 국제위기그룹(ICG) 수석고문은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외교 정책 덕분에 베이징이 상대적으로 훨씬 안정적인 글로벌 세력으로 부각되고 있다"면서도 "양국 간 전략적 불신과 미국의 초당적 대중 강경 기조를 감안할 때 정상회담은 의제를 대폭 넓히기보다는 지도자 간 우호적 관계를 확인하고 상황 악화를 막는 '전술적 해빙'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푸틴 대통령 역시 트럼프와의 휴전 협상에 열려 있으면서도 모스크바를 향한 미국의 적대감이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음을 알기에 중국과의 밀착 관계를 훼손하면서까지 워싱턴과 손을 잡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패트리샤 김 연구원은 "이번 회담의 현실적 목표는 5월 베이징 회담에서 합의된 관세 유예 등 무역 데탕트(긴장 완화)를 연장하고 충돌을 방지하는 완충 장치를 재확인하는 데 맞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쥔웨이 소장 또한 "단 한 번의 정상회담으로 미·중 갈등의 모든 구조적 문제를 풀 수는 없다"며 "이번 회의가 부분적인 경제·통상 합의를 유지하고 일시적으로 파국을 봉합하는 선에서 마무리되더라도 실질적인 성공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진핑 주석의 이번 워싱턴 방문은, 중동과 유라시아의 분쟁 해결을 위해 베이징의 협력이 절실해진 미국의 안보적 딜레마를 파고들어 중국이 외교적 협상력을 극대화한 정교한 판세 설계의 결과물로 평가된다.

아울러 단기적인 관계 봉합을 넘어, 향후 글로벌 다극화 질서 속에서 미·중 양국이 '건설적 전략적 안정'이라는 불안정한 공존 공식을 어떻게 유지해 나갈지 가늠하는 결정적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