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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로 길어지자 실물 장악 나섰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 LNG 투자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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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로 길어지자 실물 장악 나섰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 LNG 투자 확대

아부다비 XRG, 30억 달러 규모 에너고스 인프라 지분 최대 50% 인수 검토
글로벌 선주들, 올해 최대 217척 VLCC 발주… 25년 만에 최대이자 200억 달러 쏟아부어
호르무즈·바브엘만데브 등 병목 리스크 속 '물리적 에너지 흐름 통제권' 선점 경쟁


액화천연가스(LNG) 유조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액화천연가스(LNG) 유조선. 사진=로이터


지정학적 충돌로 인한 주요 해상 수송로 병목과 항로 장기화라는 초유의 공급망 위기 속에서, 글로벌 에너지 대기업과 대형 선주들이 물리적 에너지 수송 및 저장 인프라를 직접 통제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 단위의 대규모 자본을 전격 베팅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의 투자 부문인 XRG는 약 30억 달러(약 4조 원) 규모의 글로벌 부유식 액화천연가스(LNG) 인프라 전문 기업 '에너고스 인프라스트럭처스(Energos Infrastructure)'의 지분을 최대 50%까지 인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시에 글로벌 선주들은 2026년 한 해 동안에만 최소 164척에서 최대 217척에 달하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을 대거 발주하며 장거리 원유 해상 운송 선단 확보에 200억 달러(약 26조 7,000억 원) 이상의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한쪽은 가스 저장·재기화 인프라이고 다른 한쪽은 원유 해상 수송선이지만, 두 흐름 모두 '지정학적 분열 속에서 실물 에너지의 흐름을 지배하는 하드웨어를 직접 소유하려는 전략적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동일한 본질을 공유하고 있다.

9월 20일(현지시각) 글로벌 에너지 전문 분석 매체 오일프라이스(Oilprice.com)의 시릴 위더스호벤(Cyril Widdershoven) 수석 에너지 애널리스트 분석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에너지 투자의 나침반은 이상적인 친환경 탄소중립 전환 속도 경쟁에서 당장 국가와 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물리적 공급 안정성과 시장 회복력 확보'로 급격히 재편됐다.

XRG, 30억 달러 에너고스 지분 타진… "모바일 전략 거점 확보"


현재 글로벌 사모펀드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Apollo Global Management)는 에너고스 인프라스트럭처스의 지분 전체 또는 부분 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XRG는 회사 지분의 최대 절반을 인수하려는 가장 유력한 입찰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된다.

에너고스는 브라질, 이집트, 인도네시아, 멕시코, 네덜란드 등에 장기 배치된 부유식 저장·재기화 설비(FSRU)와 대형 LNG 운반선 등 총 13척의 부유식 해상 자산을 운영하는 핵심 플레이어다.

아직 공식 거래가 최종 확정되지 않은 초기 협의 단계이나, 로이터(Reuters) 등 주요 외신은 에너고스의 기업 가치가 30억 달러를 웃돌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글로벌 국영 에너지 기업인 ADNOC이 생산 플랜트가 아닌 '부유식 재기화 인프라'에 주목하는 이유는 뛰어난 지정학적 기동성 때문이다.

육상 액화 플랜트는 특정 지역에 고정되어 공급선 단절 시 유연한 대응이 불가능하지만, 바다 위에 떠 있는 FSRU는 지정학적 리스크나 파이프라인 피격 등 공급 충격이 발생했을 때 즉각 다른 해역으로 닻을 올리고 이동해 즉시 가스를 공급할 수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유럽이 증명했듯, FSRU는 건설에 수년이 걸리는 육상 인수기지와 달리 수개월 만에 연안을 거대한 LNG 수입 관문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독보적인 유연성을 제공한다.

오일프라이스는 이를 단순한 선박의 집합체가 아니라 '지역별 가격 차이와 국가별 안보 요구에 맞춰 자유롭게 재배치할 수 있는 이동식 전략 허브 포트폴리오'로 평가했다.

25년 만에 최대 VLCC 발주 랠리… 200억 달러 투입해 항로 연장 대비


원유 수송 분야에서도 기록적인 선박 확보 경쟁이 폭발하고 있다.

선주들이 올해 주문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물량은 최소 164척에서 최대 217척으로, 지난 25년간의 비교 기간 중 역대 최고 수준을 갈아치웠다.

이러한 선복량 사재기의 배경에는 중동 호르무즈 해협의 위기 고조와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바브엘만데브 해협 공격으로 인한 글로벌 해상 무역로의 구조적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과거의 최단 직통 항로가 사실상 차단되거나 위험 수역으로 묶이면서, 유조선들은 아프리카 희망봉을 크게 우회하거나 대서양 너머 미주·서아프리카 등 원거리 대체 공급선으로 뱃머리를 돌리고 있다.

운항 거리가 수천 마일씩 길어짐에 따라 동일한 원유 물량을 실어 나르기 위해 필요한 물리적 선박 척수가 급증했고, 선주들과 에너지 트레이더들은 장기 선복난에 따른 물류 마비를 막기 위해 20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을 신조선 발주에 전격 투입한 것이다.

"에너지 전환이 사라진 게 아니다… 물리적 통제권이 우선순위"


오일프라이스는 이러한 초대형 자본의 움직임이 결코 장기적인 탈탄소 에너지 전환의 폐기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지정학적 전쟁과 공급망 교란이 일상화된 '포스트 우크라이나, 포스트 호르무즈' 안보 환경 속에서 재생에너지 중심의 이상론적 투자가 더 이상 자본의 최우선 속도를 결정하지 못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결국 국경 간 에너지 단절과 해상 봉쇄 공포가 지배하는 새로운 분열의 시대에, 유조선과 부유식 FSRU처럼 물리적 분자를 싣고 어디든 기동할 수 있는 실물 하드웨어의 통제권이야말로 최고의 프리미엄이자 가장 강력한 에너지 안보 무기로 떠오르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