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 싱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 "AI·로봇 '상위 K'가 부동산·내수 침체 '하위 K' 상쇄할 것"
"단기 소비 부양 대신 공급망 안보 올인… 부동산 비중 3%로 축소되고 산업 설비투자 20%로 급증"
각 부처의 '미시적 단속'이 거시 긴축 낳는 '합성의 오류' 경고… "수요 진작 없인 디플레 탈출 난망"
"단기 소비 부양 대신 공급망 안보 올인… 부동산 비중 3%로 축소되고 산업 설비투자 20%로 급증"
각 부처의 '미시적 단속'이 거시 긴축 낳는 '합성의 오류' 경고… "수요 진작 없인 디플레 탈출 난망"
이미지 확대보기인공지능, 스마트 로봇, 고성능 반도체 등 'K자의 상위 팔'에 향후 10년간 무려 12조 달러(약 1경 6,300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자본적 지출(CAPEX) 슈퍼사이클이 유입되면서, 과거 부동산과 단순 인프라 중심의 '구경제(K자의 하위 팔)'를 대체하는 근본적인 체질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정부가 국가 안보와 공급망 회복력에만 치중한 채 가계와 소비자에 대한 직접적인 재정 이전(수요 부양)을 주저하고 각 부처의 미시적 규제 단속을 지속할 경우, 거시적 긴축 효과가 유발되는 '합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로 인해 내수 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엄중한 경고도 함께 제기됐다.
10월 19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한 '오픈 퀘스천(Open Questions)' 심층 인터뷰에서 모건스탠리의 로빈 싱(Robin Xing·邢自强) 수석 중국 경제학자는 현 중국 경제의 구조적 모순과 중장기 성장 로드맵을 이같이 입체적으로 해부했다.
"두 개의 속도로 달리는 경제"… 12조 달러 슈퍼사이클의 실체
싱 수석은 현재 중국 경제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성장 엔진이 완전히 양극화된 '투스피드(Two-speed) K자형 구조'를 지목했다.
그는 "K자의 상위권은 로봇, AI, 신흥 첨단 제조업이 주도하며 눈부신 확장세를 구가하고 있는 반면, K자의 하위권인 부동산, 오프라인 소비, 일자리 집약적 전통 서비스업은 매우 고통스러운 경기 순환적 조정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는 이 같은 양극화 속에서 중국이 기계화(1차)·전력화(2차)·자동화(3차)·디지털화(4차)를 넘어선 '산업혁명 5.0(물리적 AI와 산업 지능의 전면 융합)' 단계에 세계 최초로 본격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싱 수석은 "향후 10년간 스마트 공장 업그레이드, 로봇, 산업 소프트웨어, 전력망 등에 6조 달러, 전략적 신산업 역량 구축에 6조 달러 등 총 12조 달러 규모의 신규 자본 지출이 쏟아질 것"이라며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17% 수준인 산업 설비투자 비중은 10년 내 20%에 육박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과거 성장을 견인했던 GDP 대비 부동산 투자 비중은 3%로, 전통 토목 인프라 비중은 4%로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첫 가계부채 절대 감소… "자산 가격 폭락이 낳은 전형적 디플레 함정"
싱 수석은 "일부에서 주장하듯 중국이 이미 디플레이션 터널을 벗어났다는 낙관론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장기 침체의 핵심 뇌관으로 '가계 대차대조표 훼손'을 꼽았다.
그는 "중국 역사상 처음으로 가계부채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전환되며 절대액 기준 부채 축소가 진행 중"이라며 "문제는 가계가 빚을 갚는 속도보다 부동산 등 보유 자산 가격이 더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레버리지 비율이 여전히 위험 수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가계가 미래 불안으로 소비를 멈추고 예방적 저축과 부채 상환에만 매달리는 '전형적인 대차대조표 불황(디플레이션 함정)'에 갇혔다는 설명이다.
싱 수석은 "원래 이러한 국면에서는 중앙정부가 과감하게 재정 적자를 확대해 가계와 소비를 직접 지원하는 공격적인 역경기 부양책을 펴야 하지만, 중국 정책 당국은 현금 살포식 소비 지원이 장기 생산성을 높이지 못한다고 판단해 공급 측면(자급자족·에너지 안보)에만 재정을 쏟고 있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연간 실질 GDP 성장률은 정부 목표치의 최하단인 4.5~5.0% 언저리에 머물 것으로 예상됐다.
부처별 합리적 조치가 거시 긴축 낳는 '합성의 오류' 경고
최근 자본 유출 통제, 플랫폼 규제 집행, 소득세 징수 강화 등을 두고 시장에서 제기되는 '2021년식 빅테크 규제 재림' 우려에 대해 싱 수석은 "새로운 정책 재설정이 아닌 기존 규제의 경직된 집행"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는 이것이 경기 침체를 심화시키는 '합성의 오류'를 낳고 있다고 날카롭게 비판했다.
싱 수석은 "지방정부의 재정 부족을 메우기 위해 세무당국은 고소득자와 기업에 세금 환급분을 추징하고, 노동 당국은 중소기업의 사회보험료 기여 기준을 실질 임금으로 강제 상향하고 있다"며 "각 기관의 미시적 조치는 위험 관리 차원에서 합리적일지 모르나, 이들이 동시다발로 집행되면서 GDP의 1~2%에 달하는 거대한 현금 흐름 부담을 기업과 가계에 안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디플레이션 시기에 정책이 정반대로 긴축 작용을 하며 민간의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진단이다.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산업 운영체제(OS)'로 진화
글로벌 투자자들이 중국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서도 냉철한 균형을 주문했다.
싱 수석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의 국가 부도 위험이나 금융시스템 붕괴를 걱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진짜 우려는 강력한 제조 역량과 공급망 패권이 '지속 가능한 기업 수익성(ROE)'으로 전환될 수 있는가에 대한 불확실성"이라고 말했다. 국내 내수 시장에서 제값을 받지 못하는 제살깎기 출혈경쟁이 이어지는 한 해외 자본의 신뢰를 되찾기 어렵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싱 수석은 서방 일각의 '중국 피크론(Peak China)'이나 단순 과잉 생산론은 본질을 놓치고 있다고 일축했다.
그는 "중국은 전 세계 제조업 부가가치의 28%를 점유하고 유엔(UN) 분류 666개 산업 전 분야를 갖춘 유일한 국가"라며 "현재 800만 대 수준인 산업용 AI·자율 시스템은 2035년 8,000만 대로 10배 폭증해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을 완전히 상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순 조립 기지였던 '세계의 공장'이 전 세계 하드웨어와 생산을 구동하는 '세계의 산업 운영체제(OS)'로 진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싱 수석은 "중국의 산업혁명 5.0이 진정한 결실을 맺으려면 기술 혁신과 더불어 과감한 사회안전망 확충(의료·연금·공공주택)을 통해 가계가 안심하고 돈을 쓸 수 있는 '수요 중심의 재균형'이 반드시 결합되어야 한다"며 "건강한 내수 수요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을 끊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질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